지난 25일 오후 4시 여의도 KBS 별관 D공개홀에서는 시트콤과 콩트를 결합한 시트콩 '방방'의 첫 녹화가 진행됐다.
공개녹화를 원칙으로 한 이날 녹화장에는 150여명의 방청객이 계속되는 웃음 보따리에 마냥 즐거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방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웃음에 관한 내공이 남다르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양기선 PD와 장덕균 작가가 투톱으로 나선데다 박준형, 정종철, 김영철, 강성범, 김다래, 김기수 등 기라성 같은 개그맨들이 모처럼 호흡을 맞췄다.
특별한 줄거리 없이 방방 프로덕션에서 매회마다 한가지 상품의 광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은 제작방식도 특이하다. 첫회 라면, 2회 핸드폰, 3회 화장품, 4회 농산물 등등. 이처럼 정해진 줄거리가 없는 것은 개성 강한 출연진의 자유로운 연기와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유도해 색다른 웃음을 주겠다는 취지다.
출연진의 열의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개그맨 강성범은 신혼여행조차 미루고 녹화장에 나왔다. 준비된 모델을 자칭하는 김기수도 매회마다 눈뜨고 보기에는 민망한 복장(해녀복, 빨강내복 등)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개그콘서트' 초기 멤버였던 김영철도 특유의 재치로 녹화장 분위기를 환하게 밝힌다.
우비소녀 김다래의 연기 변신도 볼거리. 지금까지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어머머..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하며 능청스런 웃음 연기를 펼친다. 여기에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오정 카피라이터 윤은혜도 신선한 재미를 더한다. 가수 린 등 매회 등장하는 카메오도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방방'의 웃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새로움이 없다. 무대만 옮겨 놓았을 뿐 '추억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 하다.
코디네이터 강성범은 수다맨으로 여전히 대사를 난사하며 웃긴다. 프로덕션 대표 박준형도 잘알려진 독특한 구강구조를 바탕으로 폭포수같은 침을 튀는 것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조감독으로 분한 옥동자 정종철의 웃음에도 전자오락음 모사나 얼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김기수의 과감한 복장이나 김영철의 싸가지 없는 역할도 이미 많이 본 웃음 재료다. 마지막 장면에서 출연진이 객석을 향해 나오는 것도 이제는 다소 식상하다.
불과 일주일분 녹화가 끝난 상태여서 단정지을 수 없지만 시트콩 `방방'의 출발은 새로움보다는 '추억의 코드'가 앞선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나와있듯 촌철살인의 풍자와 위트가 있는 시트콩은 구경할 수 없었다. 익숙할대로 익숙한 웃음으로 KBS가 기대하는 것처럼 같은 시간대 MBC 시트콤 '논스톱5'를 견제할 수 있을지 시청자의 판정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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