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SBS 월화드라마 '패션 70s'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23일 첫 회가 방영된 이래 '패션 70s'는 줄곧 20% 중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 드라마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화려한 영상과 볼거리 등을 남겼으나 종영을 앞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패션 70s'. 이 드라마가 남긴 것을 명과 암으로 조명해 봤다.
#명(明)=다양한 볼거리와 천정명의 재조명
'패션 70s'는 60~70년대를 배경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샤넬과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경쟁처럼 두 천재 디자이너의 대결을 통해 한국의 섬유산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려고 했다. 비록 종영에 가까울 수록 삼각 관계로 변질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패션 70s'는 '다모'의 이재규PD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았던 만큼 다양한 앵글과 유려한 영상으로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세트 제작 때문에 방영이 연기됐다는 소문이 돌 만큼 공을 기울인 오픈 세트와 이를 통해 재현된 한국전쟁 장면 등은 미니시리즈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장관을 연출했다.
패션 산업을 다룬 만큼 유명 디자이너 지춘희씨의 감수로 제작된 의상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두 여자 주인공인 이요원과 김민정이 입은 복고풍 의상들은 많은 여성들에 화제를 모았다.
또한 연기자들도 주목을 받았다. 결혼과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던 이요원은 예전 연기 솜씨를 뽐냈으며, 주진모 김민정 등도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그동안 귀여운 남자로만 통했던 천정명이다. 반항아 연기를 처음으로 소화해 낸 천정명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인기스타로 거듭나 각종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는 인기를 얻었다.
#암(暗)=실험으로 끝난 HD 촬영과 조기 종영 논란
'다모'에서 HD 카메라의 가능성을 열었던 이재규 PD는 '패션 70s'를 대당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소니 HD 카메라를 이용해 필름과 흡사한 화질을 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패션 70s'는 HD TV에서는 영화 화면을 연상케 하는 화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일반 TV에서 '패션 70s'는 마치 스모그를 깔아놓은 듯 뿌옇게 방영돼 아쉬움을 남겼다. HD TV를 보유한 가구수가 30만에 불과한 현실을 비춰볼 때 '패션 70s'는 방송사(史)에 남을지언정 너무 앞서 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패션 70s'는 방송가에 고질적인 관례를 그대로 따라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출연자 간에 갈등을 빚었다. 미니시리즈와 달리 사극처럼 오랫 동안 방영되는 드라마의 경우 통상 방송사는 연기자와 출연분 전체를 계약하지 않는다. 80회 방영 예정이었으면 50회만 계약을 하는 방법으로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 조기종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패션 70s'는 30회 방영을 목표로 하면서도 외주제작사가 연기자와 24부만 계약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에 김민정은 24부만 출연한다고 선언했고, 주진모는 26부까지만 출연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김민정은 26부에 하차하고, 주진모를 비롯해 다른 연기자들은 28부로 결정된 최종회까지 출연했지만 시청자들에 씁슬한 인상을 남겼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