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면 늘 안방극장에 찾아오던 단골손님들이 자취를 감췄다.
코믹액션과 실용액션으로 무장한 성룡의 영화들, 부르스 윌리스의 때묻은 러닝셔츠가 트레이드 마크인 '다이하드' 시리즈, 빈집을 지키는 꼬마 매컬리 컬킨의 귀여움이 살아있는 '나홀로 집에' 시리즈, 최고의 코믹콤비 형사를 볼 수 있는 우리영화 '투캅스'….
매년 설과 추석 TV 특선영화에 한번씩은 얼굴을 내밀었던 '대표 명절 TV영화'들이지만 이번 설에 지상파 3사에서 준비한 설 특집 영화 목록에서는 그 친숙했던 제목과 얼굴을 찾을 수 없다.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 KBS 1TV와 2TV, MBC와 SBS 등 지상파 3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설 특선영화는 33편. 공중파 TV에서 처음으로 방송되는 작품만 10편 가까이 되는 신작 영화의 물결이 감지될 뿐 '명절손님'이라 부를만한 작품은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부담없고 친근하기는 해도 재탕, 삼탕, 사탕은 너무하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이 반영된 결과다. 식상한 프로그램 기획으로는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방송사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영화의 압도적인 우세도 '단골손님'들을 TV에서 몰아낸 중요한 이유다. 명절기간 방송되는 지상파 TV영화에서 애니메이션 2편을 제외한 31편 가운데 한국영화가 무려 27편. 외국영화는 '스파이더맨', '스튜어트 리틀2', '맨 인 블랙2', '매트릭스3-레볼루션' 등 4편에 불과하다.
3년 연속 극장가 점유율 50%를 넘어선 한국영화의 강세가 TV에까지 이어지면서 해외출신 '단골손님'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버린 셈. 자존심 구긴 단골손님이 다음 연휴에는 식상함과 한국영화 강세를 극복하고 새롭게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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