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아서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조그만 시비에도 진단서와 고소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더군다나 몸과 이미지가 재산이나 다름없는 연예인이 수 많은 시청자 앞에서 자칫 위험하기도 하며 민망한 상황에 몰리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예능 오락 프로그램에 벌칙은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신체를 자극하는 원초적인 벌칙,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분장벌칙, 게임의 규칙에 의해 원하지 않는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미션벌칙 등 종류도 다양하다.
◆ 시대따라 큰 변화..가학성 논란은 여전
벌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른 유형을 띄어 왔다. 흑백TV 시절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맥주병을 이용한 게임으로 병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중간 꽁트중 날이 선 대형 식칼과 도끼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보는 이들의 간담도 서늘하게 한다.
또 한 때는 물을 이용한 게임과 벌칙이 유행해 방송이 끝날 무렵 흥건히 젖지 않은 출연자들이 없을 정도이기도 했다. 번지점프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강인한 담력을 지니지 않고는 선뜻 출연하기도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벌칙은 방송중 크고 작은 사고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인터넷의 발달로 시청자들의 의견이 제작에 적극 반영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현재는 머리로 박 깨기, 깔대기로 머리 때리기, 뿅망치로 머리 때리기 등 강도나 위험성 면에서 완화된 벌칙만이 남았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락 프로그램의 가학성 논란은 남아있다. KBS2 '해피선데이-여걸식스'의 경우 비록 아이들의 장난감인 뿅망치로 벌칙을 주지만 망치가 부러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벌칙은 가족 시간대 시청자들에게 공포감마저 준다는 지적이다.
◆ "참신한 벌칙을 찾아라"..제작진도 고민
하지만 벌칙은 제작진에게도 큰 고민 거리다. 한 오락 프로그램 연출자는 "벌칙은 하나의 상황을 끊어줌으로써 다음으로 넘어가는 전환점 역할을 하며 게임에 집중하게끔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 "벌칙이 약하면 재미 없다는 불만을, 강하면 가학적이라는 지적을 하기 때문에 그 수위조절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99명의 시청자가 재밌다고 하더라도 1명의 시청자가 불만을 제기하면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암묵적인 제약도 많다.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고로 인해 음식을 이용한 벌칙은 모두 사라졌다. 물을 많이 쓰는 벌칙은 수도물 낭비라는 지적을,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벌칙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벌칙을 연구하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 또 제작진끼리 직접 벌칙을 주고 받으며 사전에 강도나 부작용을 점검하는 것도 필수라고 한다. 벌칙에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MBC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한도전' 제작진은 "박이 잘 깨지게 하기 위해 촬영전 박 속을 일일이 갈아 놓는다. 박도 개당 1만원 정도의 고가로 공급이 부족해 여러 지방에서 공수해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벌칙이 오락 프로그램의 재미를 돋구는 필수 요소라면 가학성을 배제한 참신한 벌칙 개발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가장 잘 만든 벌칙은 SBS '야심만만'의 에어발사라고 생각한다.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출연자나 보는 이들에게 흥미있는 긴장감을 제공한다"며 경쟁사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새로운 포맷으로 단장한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동안클럽'에서 등장시킨 진동의자와 석고팩 벌칙은 건강을 돕는 벌칙으로 참신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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