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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0년' 미니시리즈 시대 막 내리나

'탄생 20년' 미니시리즈 시대 막 내리나

발행 :

이규창 기자

방송사 PD "재검토 시점 아닌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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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한 지 20년을 막 지난 미니시리즈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단막극과 연속극에서 필요한 요소만 선택한 결합물로 1987년 2월 MBC '불새'를 통해 국내 최초로 등장한 미니시리즈는 이제 그 효용에 대한 의구심으로 존속 여부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니시리즈 시청률 침체기.. 20위내 단 두 편 뿐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가 지난 4월23일부터 30일까지 집계한 주간 시청률 상위 20위 내에 '미니시리즈' 형태의 드라마는 MBC '넌 어느별에서 왔니'와 SBS '불량가족' 단 두 편에 불과하다. 방송 형태가 미니시리즈와 유사하지만 연속극으로 분류되고 있는 SBS '어느날 갑자기'를 포함해도 단 3편에 그친다.


게다가 '넌 어느별에서 왔니'가 16.3%로 14위, '불량가족'이 15.4%로 16위에 머무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드라마만을 대상으로 한 시청률 순위에서도 미니시리즈는 7위 MBC '넌 어느별에서 왔니', 8위 SBS '불량가족', 12위 SBS '연애시대'(13.2%), 15위 MBC '닥터 깽'(12.3%), 17위 KBS '굿바이솔로'(11.7%) 등 방송중인 편수에 비해 거둔 성적이 초라하다.


불과 수년전 각 지상파 방송사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방송하는 각종 드라마들이 시청률 상위권을 형성하고, 시청률이 30%를 넘는 '대박 미니시리즈'가 양상되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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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와 소재 모두 식상.. '스타 캐스팅 = 대박' 공식 깨졌다


'붕괴'에 가까운 미니시리즈의 잇따른 시청률 참패는 각 지상파 방송사들로 하여금 미니시리즈라는 드라마 형태에 대한 재검토를 하게 만들고 있다.


소소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길게 이어지는 일일연속극이나 사랑이야기 일변도의 주말연속극, 1회성에 그쳐 지속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단막극의 단점에서 탈피하고 '대형화'와 '스타중심'의 조류와 부응하며 승승장구했던 미니시리즈에 위기가 온 것이다.


1990년 민영방송사 SBS의 등장은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드라마 과편성 현상과 특히 미니시리즈의 비약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스타 캐스팅에 색다른 소재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볼거리 등 연속극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미니시리즈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고, 파워 시청자의 연령대를 낮추는 효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니시리즈 '대박'의 환상은 이제 나날이 멀어져 가고 있다. 조급한 국내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춰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주 2회 방송을 하고 초기 8부에서 16~20부로 편수도 늘었지만, 쪽대본과 당일치기에 쫓기는 제작시스템은 여전하다.


젊은 시청자들에게 부합하는 연속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선한 소재는 20년을 지속해오면서 바닥을 드러내 '그게 그거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으며, 시청률 경쟁의 도구인 스타 캐스팅으로 인해 주연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상대적으로 제작여건은 악화된 셈이다.


그러나 MBC '슬픈연가'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톱스타를 캐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스타 캐스팅 = 대박' 공식마저도 깨졌다.


"시청자 눈높이 높아져 이대로는 곤란.. 미니시리즈 시스템 전면 재검토"


이 같은 미니시리즈의 몰락에 각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방송사 별로 주당 4~8시간씩 편성된 미니시리즈가 제 몫을 못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대체 모델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연속극과 50부작이상 대작 드라마들이 일부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모든 시간대를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대책이 요구되는 것.


SBS 공영화 국장은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저조하다. 이제는 스타들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 같다"며 "월드컵 이후 미니시리즈 편성이 쉽지 않다. 미니시리즈 시스템 자체를 재검토 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속극과 미니시리즈 등 제작현장에서 여러 편의 작품을 만든 한 드라마 PD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이대로는 곤란하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PD는 "1주일에 1시간 방송되는 일본과 미국에 비해, 1주일에 2시간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는 제작 여건이 좋을 수가 없다. 반면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배우들의 출연료가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져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1시간 방송으로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편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일본 드라마의 주 1회 11부작, 미국 시즌물의 주1회 20부내외의 시스템이 한국에서 정착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제작비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시청률 탄력도 받을 수 있는 24부작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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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층 변화에 맞춰 대응, 사전제작 드라마 비중 늘려야


미니시리즈의 편수 조정의 필요성은 '하늘이시여' '서동요' 등 장기간 방송되는 드라마들이 초기 20회까지 시청률이 저조하다 후반부에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최근 드라마들이 소재와 캐스팅만으로 초기 홍보효과를 누리기 힘든 데다, 뒤늦게 시청률이 안정권에 접어들어도 입소문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종영된다는 것.


따라서 MBC '궁'을 고무적인 모델로 보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후반부 시청률 상승 효과를 충분히 누린 24부작 편성에다, 국내 방송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즌제 드라마' 정착 가능성도 열었다는 것.


'궁'은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20년전부터 미니시리즈에 익숙해왔던 30~40대 시청자 대신 10~20대와 50대 이상 시청자들에게 어필했고, 사전제작을 통해 비주얼을 강화하면서 초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오래 붙들어 놓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궁'은 사전제작과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미니시리즈 중심의 방송사 드라마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천무'가 국내 편성을 받지 못했고, '내 인생의 스페셜'이 외주제작사의 창고에서 잠들 뻔 하다 MBC '늑대'의 사고로 인해 겨우 빛을 본 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사례는 사전제작 드라마가 나오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다.


그러나 비록 시청률에서는 부진하지만 영화 제작방식을 도입한 SBS '연애시대' 등 완성도와 소재의 다양성을 꾀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태왕사신기' 등 해외 판매를 기반으로 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늘고 있는 변화도 감지돼 고무적이다.


"젊은 남녀 연애담 소재 탈피" vs "미니시리즈는 젊은 드라마, 사이즈 줄이려 노력"


'미니시리즈의 위기'에 대해서는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들과 일선 PD 또한 공감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법은 제각각이다. 이미 80분 편성 등 미니시리즈가 '미니'를 벗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미니시리즈 폐지'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편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미니시리즈가 지나치게 젊은 남녀의 연애담 중심으로 가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연기력이 부족한 젊은 스타들에게 의존하게 되고 손가락으로 꼽는 배우들의 몸값만 치솟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 캐스팅 중심으로 가다 보니 젊은 로맨스물만 나오게 됐고, 이것이 소재가 빈곤해지는 악순환이 됐다. 과거 '모래시계'와 같이 진지하면서도 남녀 모두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드라마 PD는 "이미 지상파 방송 자체가 '뉴 미디어'가 아닌 '올드 미디어'가 되어버렸다. 케이블TV, 인터넷, 통신 및 DMB 등 뉴 미디어들은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소재로 무장하고 있는데 이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다시 지상파로 되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며 "20~30대만 겨냥한 드라마는 실패확률이 높다. 차라리 50대 이상의 올드 세대를 남녀별로 타겟을 분화해 공략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미니시리즈의 속성은 어디까지나 젊고 신선하다는 데 있다. 연속극이 가족과 불륜 소재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도 작품성 등 상황에 따라 여전히 시청률이 건재하듯, 미니시리즈 또한 젊은 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지상파 방송이 전체적으로 시청률이 하향하는 추세에 맞춰 사이즈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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