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오성이 돌아왔다. SBS '장길산' 이후 한 동안 침잠했던 유오성이 1년 8개월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오는 7월 5일 첫방송되는 KBS2 '투명인간 최장수'를 통해서다.
유난히 큰 역들을 많이 맡았던 그였다. 김득구, 장길산, 안중근까지. 그런 그가 말단 형사 최장수라는, 어찌보면 평범하고 사소한 존재를 연기하며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린다.
한동안 팬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던 유오성은 그동안 자신의 본령이었던 연극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일들(고소, 소송 등)에 대해서는 자신이 너무 교만한 동시에 너무 순진했었다고 토로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근처의 한 찻집에서 유오성과 만나 그간의 근황과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만나는 각오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
▶연극 두 편을 해 쉬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테이프', 올해 4월에는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오이디푸스'를 올렸다. 오랜만에 연극무대 서니 처음 한 5분간은 객석과 무대 사이가 진공상태인 거 같더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을 해준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1990년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해 93년 영화 단역을 하게 됐다. 당시는 연극을 하기 위해 생계차원에서 영화를 했던 것이 98년부터 TV, 영화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햇수로 8년만의 연극 무대였다. 은사이신 최형인 교수(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게 연기 재트레이닝을 받았다. 은사님이 '영화 오디션보고 TV출연하기 전 2,3년 더 연극을 통해서 다져저 되고 나갔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순진해서 많이 고생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동안 본인을 둘러싼 고소, 소송 등 잡음이 많았다.
▶황당한 사건들이었다. 나름의 원칙과 룰(rule)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내 명예고 자존심인데 그것이 건드려지니까 곧이 곧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그런 일들을 일반 사람들도 재밌어하고, 문제제기를 했던 사람들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니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순진했었던 것 같다. 당할 만큼 당했다고 생각하고 이런 일에 더 이상 낭비하고 싶지 않다.
배우의 길이 평생직업이라는 것이 확고부동해졌으니까 휘둘리거나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대중의 관심이나 인지도를 그닥 신경쓰고 살지 않았다.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에서 떨어져있는 동안 조급하거나 허전하지는 았았다. 그러나 자기 반성을 많이 했다.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고, 교만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냉정하게 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고민했다.
아내에게 가장 고맙다.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주고, 많이 지쳐있으니 연극을 해보라고 격려해줬다. 옹달샘 같은 에너지의 근간이 연극아니겠느냐며. 쉬는 2년여 동안 준비상태가 명확치 않은 영화 제의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아내가 조급한 마음에 선택을 해버리지 말라며 진짜 에너지를 쓸 수 있을 때를 위해 준비하면서 참으라고 하더라.

-'투명인간 최장수'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할이 운명적으로 내 것이구나, 내몫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똑 같은 작품이 세번이나 내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 소속사를 통해서, 그리고 작가를 통해서도 직접 제안이 들어왔고, 후배 탤런트를 통해서도 소개가 들어왔다.
또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과 위치를 느끼던중, 가장이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상황을 그린다는 점에서 나의 현상황과 맞아떨어졌다. 극중 최장수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형사 일에 매진하면서 용의자를 좇다가 된통 얻어맞고 남의 구역의 현상금 걸린 범인까지 잡으러 다니던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며 가족을 위해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해나가게 된다. 나도 여기서 내가 잘못되면 가족은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위기감이 들 때가 있다. 그 느끼는 폭만큼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이다.
가장 역할 하는 아버지나 어머니들이 보시고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을 꾸리고 살기 위해 아득바득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해볼만한 드라마다. 가족이 뿌리고 출발이다. 그것이 또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가장, 자식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역할과 맞다.
-김득구, 장길산, 안중근 등 역사적인 인물들을 주로 연기하다가 최장수라는 평범한 인물을 맡게 됐는데.
▶그 때문에 캐릭터 변신이니 뭐니 하는데 어떤 사람이 원하고 해낼 자신이 있으면 어떤 캐릭터도 해낼 수 있는 거다. 최장수처럼 장난도 잘치고, 그 동안 7살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곤 했는데 최장수도 7살 딸 쌍둥이가 있다. 아내가 시놉시스를 보더니 재밌다고 "딱 당신이네" 하더라.
개인적으로 아이의 아버지로서 41살의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더 확실하게 가치관을 형성해야할 시기에, 인생에 뜻깊은 작품이 될 것이다.
- 상대역을 맡은 채시라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건가.
▶전작 '장길산'에 함께 출연했던 최재성 선배를 봤을 때 정말 신기했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방송했던 그 '여명의 눈동자'의 '최대치' 아닌가. 채시라씨에게도 '여옥' 얘기를 하니까 "아니 20년전 얘기를 하고 있느냐"며 쑥스러워 하더라. 팬으로서 멋있게 보였던 배우와 한 작품에 나온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영화에도 한 3년만에 출연했다.
▶오는 8월 개봉하는 영화 '각설탕'에서 윤조교사 역으로 출연했다. 기수 역의 임수정이 말을 조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동생 같은 말을 떠나보내는데도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프로듀서의 부탁으로 우정출연이라고 해서 출연했는데, 35신이나 출연했다. 정말 우정 때문에 출연한 우정출연으로, 우정출연의 개념을 새롭게 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투명인간 최장수'를 통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그리겠다. 가족이 모든 힘의 근원이라는 것이 전달되면, 인생이라는 것이 팍팍하지 않고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이 전달되지 않을까.
<사진=피터 한(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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