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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칠공주', 극단적 가족설정의 중독성과 위험성

'소문난 칠공주', 극단적 가족설정의 중독성과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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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칠공주' 30일 방송분에서 장모가 딸과 이혼한 사위의 회사에 찾아가 멱살을 잡는 장면.

KBS 2TV의 인기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극본 문영남·연출 배경수)가 31일 드디어 종영했다. 지난 4월 첫방송을 시작한 뒤 40% 안팎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해 온 '소문난 칠공주'는 KBS의 최고 효자프로그램이었다. 덕분에 50회로 예정됐던 드라마는 무려 30부가 늘어나 80회로 연장, 이날에야 마무리된 것이다.


'소문난 칠공주'는 높은 시청률 만큼이나 논란도 컸다. 인기는 화제를 몰고다니는 것이라지만 다소 심했다. 그러나 갈등이 높아지고 논란이 커질수록 시청률은 높아만 갔다. 실제로 '소문난 칠공주'는 "사위자식 개자식"이란 대사가 막말논란을 불렀던 즈음인 지난 10일 47.0%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50%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같은 '칠공주'의 인기는 이른바 울고 짜고 소리지르는 극단적 가족 설정의 중독성을 드러내는 가장 단적인 예로 보인다.


'소문난 칠공주'의 시작은 개성만점 네 자매를 둔 우리네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머를 가미한 홈드라마지만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도록 한다"고 기획의도를 적었다.


그러나 과연 이 가족은 평범한 가족인가? 보통 가족보다는 '콩가루'에 가깝다는 게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50부였던 드라마가 80부로 늘어난 뒤 드라마는 눈에 띄게 불륜코드가 급증하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임신중인 미칠(최정원 분)과 남편 일한(고주원 분)이 간단히 이혼에 합의하거나, 덕칠(김혜선 분)의 재혼한 남편 선택(안내상 분)이 전부인과 동침하는 장면, 이혼에 격분한 장모(김해숙 분)이 "사위자식 개자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직장으로 달려가 행패를 부리는 등 지나친 설정으로 눈을 찌푸리게 했다.


이혼과 혼전임신, 고부갈등, 출생의 비밀, 한 남자를 둔 자매간의 경쟁, 사위와 장모 갈등 등 지지고 볶는 극단적 가족설정은 이른바 '시청률 필살기'가 아니던가. 실제로 이같은 극단적 설정의 인기는 올 한해 높은 인기를 누렸던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도 확인된 바다. 이른바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다.


드라마 속 갈등은 매번 가장 극단적인 방향으로 증폭되다 너무나 간단히 해결되고, 이같은 설정이 회마다 반복된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시청자들마저 지쳐간다. 시청률도 높아지기만 하지는 않았다. 40%대에 안착했던 드라마가 30%대 후반으로 막판 내림세를 탄 것이다.


아무리 별별 일이 다 생기는 요즘이고 가족사가 곧 드라마라지만 너무 지나치다. 제작진들도 인정하지 않을까? 가족의 갈등이 그렇게 쉽게 항상 극으로 치닫지 않거니와 작은 갈등이라도 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건강한 가족이 화두로 떠오른 요즈음, 가족의 이야기를 극단적 갈등과 극단적 화해로만 그려내는 빈곤한 상상력은 위험하게까지 느껴진다.


'어쨌거나 해피앤딩'으로 31일 '소문난 칠공주'가 끝났다. 시청률이 높았기에, 또 많은 이들이 지켜봤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변질되다 급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작품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재미있어서, 혹은 설정에 중독돼 드라마를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아쉬움과 시원함을 동시에 토로하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 30일 방송분에서 장모가 딸과 이혼한 사위의 회사에 가 행패를 부리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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