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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승'40대 동방신기' "꿈같은 한달, 행복했어요"

3연승'40대 동방신기' "꿈같은 한달, 행복했어요"

발행 :

김현록 기자
40대 동방신기. 왼쪽부터 시아영석, 믹키준진, 최강원영, 영웅용석, 유노정우. 사진=박성기 기자 musictok@
40대 동방신기. 왼쪽부터 시아영석, 믹키준진, 최강원영, 영웅용석, 유노정우. 사진=박성기 기자 musictok@

"증명사진 말고는 찍어본 적이 없어요."

"어색한게 컨셉트라는데 뭘…."

"어떻게 우리 키가 다 고만고만하냐."


말끝마다 '와하하' 하는 웃음이 터졌다. '40대 동방신기'가 들어온 조그마한 스튜디오 안은 시끌벅적했다. 유노정우(한정우), 믹키준진(장준진), 최강원영(백원영), 시아영석(이영석), 영웅용석(최용석). 어느새 이름대신 "최강∼", "영웅∼" 식으로 부르는 게 더 익숙해져 버렸다는 다섯은 못내 어색해하면서도 신나게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마장동 목축업자, 한식당 요리사, 동대문 의류업자, 비디오가게 주인…. 평범한 중년의 가장들이 인기정상의 아이돌 스타를 본딴 4자짜리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건 지난달 말 방송된 SBS '스타킹' 때문이었다. 특별한 재주를 지닌 일반인들을 스튜디오에 불러모아 1위를 가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20대 춤꾼 못잖은 실력과 무대매너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며 일약 화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10일, 영예의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고난이 린댄스, 헤드스핀 등을 자유자재로 해내는 이들의 춤실력에 10대는 신기해했고, 20대는 흥분했다. 40대 50대는 지난 추억이 떠올라 흐뭇해졌다. 어울려 춤을 추던 20년 전,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40이 되어도 춤 출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언젠가 함께 춤을 추자고 했던 다섯 청년이 이제 40대 중년이 되어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가슴이 뛰었다.


"자랑스런 우리 아빠들! 사랑합니다", "최고로 멋집니다. 감동적이었어요." 이들이 소개된 게시판마다 감동의 물결이었다.


40대 동방신기. 사진=박성기 기자 musictok@
40대 동방신기. 사진=박성기 기자 musictok@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모르고, 좋은 추억거리 하나 만들자면서, 제가 한번만 뭉쳐보자고 꼬셨어요. 그게 1월 초인가. 사고 한 번 제대로 친거죠. 춤 추는 게 15년만이었어요. 없은 시간을 쪼개서 밤중에, 저녁에 연습을 하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꿈같은 한달이었죠.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최강원영)


"녹화가 평일 낮이고 주말 저녁이고 그래요. 생업에 지장이 왜 없겠어요. 이 최강원영 친구는 비디오 가게 부인한테 맡겨놨고, 저도 음식점 주인인 형님한테 양해를 구해놨죠. 지장이 있지만 감수하고 하는 겁니다. 행복하니까. 이렇게 뭉치니까 그저 좋아서 헤어지기가 싫은 거예요."(유노정우)


20년 전엔 그들이 지금의 B보이 같은 존재들이었다. 여건은 더 나빴다. 음악도, 연습실도 변변치 않아 쇼윈도며 유리바닥이며 동작이 비치는 곳이기만 하면 카세트를 틀어놓고 춤을 췄다. "요즘 애들 너무 잘한다"고 입을 모으다가도 "예전도 지금처럼 여건이 좋았다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에 빠져보는 다섯 사람. 하지만 그런 옛 시절이 있기에 몸이 춤을 기억하는 것 같다고 이내 웃음을 짓는다.


자고 일어나면 스타가 된다 했던가. 주위에서는 "연예인 됐다", "이제 하던 일도 못하겠네"라며 먼저 호들갑이다. 갑자기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고 인터뷰 요청이 빗발치고, 다음달에는 일본 NHK 뉴스에도 소개될 예정이니 그럴 만도 하다. 곡을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까지 생겼다. 워낙 끼를 감추고 살던 이들이라 마음이 동요하기도 한다.


"풍선 부풀리듯이 해서는 안되는데. 주위에서 너무 띄워들 주니가 동요되는 것도 사실이고. 저희는 다들 직업이 있는 사람이고 가장들이잖아요. 이벤트 회사에서도 연락이 오곤 하는데 아직은 조심스러워요. 젊었던 적 다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라 더 그런지. 일단은 정리를 해가며 지켜볼 생각입니다."(시아영석)


"이렇게 유명세를 탄 것보다 행복한 건 우리가 뭉쳤다는 것 자체죠. 방송 보고 대만에서 미국에서, 그 시절 같이 춤추던 친구들한테서 다 전화가 와요.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친구의 죽음을 다시 되새기게 된 것도 의미 깊었어요. 우승 상금이 나오면 병수발 해주셨던 그 친구 부모님을 돕기로 했어요. 잊고 살던 걸 깨닫게 된 거죠."(영웅용석)


"제가 짝궁 출신입니다.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사업을 하다 망한 적도 있고, 지금은 딸을 혼자 키워요. 안좋은 일이 있어서 혼자 한강도 3번을 가봤습니다. 이제 와 긍정적으로 살고, 또 꿈을 가져야 한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할 수 있다는 목표와 신념이 있다면 40대는 결코 늦은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믹키준진)


20년전의 꿈을 이룬 다섯 아버지들은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꿈이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꿈같은 무대에 선 이들을 보며 "노병은 죽지 않는다",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별별 문구들이 다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의 낭만과 열정을 표현하기에 입에 발린 상용구들은 턱없이 부족했다. 얼굴에는 하나 둘 주름이 패이고, 삶의 흔적이 몸 곳곳에 새겨졌을 지언정, '40대 동방신기'는 결코 늙지 않았다. '40대 동방신기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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