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과 고통이 있을 때 살아있다는 것을 새롭게 느낀다."
배우 최민수는 병상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목 보호대를 하고 누운 그는 꼼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회복 속도가 2∼3배는 빠르니 걱정하지 말라며.
지난달 26일 가족여행을 떠난 말레이시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전화로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지인들을 안심시킨 그는 사실 중상이었다. 시속 80km로 달리던 택시가 트럭을 들이받아 조수석에 앉았던 최민수는 성한 곳이 없었다. 깨진 유리창에 대여섯 군데 얼굴이 패여 피가 철철 흘렀고 왼쪽 이마는 12cm가 찢어졌다.
최민수는 지나가는 말처럼 "사실 이 얼굴로 배우를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다 그만두고 사진이나 찍으러 다닐까 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여유만만. "하지만 이제 새 살이 올라와 괜찮다. 한 번도 분장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젠 분장을 해야되겠네'하고 생각할 정도니까."
무통 주사를 맞아가며 버티던 그에게 의사는 수술을 권했고 경추 5·6번 연골이 중추신경을 눌러 자칫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2005년 오토바이 교통사고 등 지금까지 겪은 골절 경험만 십수차례, 전신마취만 10번을 했다며 "이런 생이 다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고통에 오히려 감사한다. 아픔과 고통이 있을 때 살아있다는 것을 새롭게 느낀다. 살아있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게 되고, 안일하게 지내온 삶은 깨닫게 되고. 지금도 그런 기분이다.
오랜만의 가족여행이었는데, 큰 아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먹고 떠난 여행에서 첫 날 하루 관광을 하고는 둘째날 사고가 났다. 아쉽지만 내가 앞자리에 앉아서 가족들이 다칠 것을 내 몸으로 받았다는 것은 다행이다. 정말 다행스럽다."
최민수는 의사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득부득 퇴원을 고집하고 있었다. 코앞으로 닥친 검도 시범 약속 때문이다. 대한검도협회 이사인 그는 대회에서 시범을 보일 계획이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그 고집 때문에 '태왕사신기'의 김종학 PD는 촬영을 아예 접고 서울로 올라왔다.
"촬영하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갈까봐 아예 철수를 했다더라. 우리가 어디 보통 사이인가. 김종학 PD는 촬영 걱정은 하지 말고 몸만 얼른 나으라고 했다. 그리도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나. 얼른 회복해서 촬영장으로 가야지."
약 기운 때문에 느릿느릿 눈을 깜박이면서도 그는 내내 웃었다. 그 와중에 고민 상담도 해줬다. 농담도 했다. "'죄민수' 조원석의 '별을 쏘다'를 즐겁게 보고 있다"고도 했다. "어떤 동생들은 '어떻게 형님을 그렇게 그릴 수가 있나'라면서 불끈하기도 한다. 그래도 본인인 내가 재미있으니 그만이다. 사람이 그 정도 여유가 없으면 어쩌나."
최민수는 병실에 찾아오겠다는 취재 카메라들을 모두 물리쳤다. "사고로 침대에 누웠지만 동정을 사고 싶은 마음도 없고, 불쌍하게 보이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이름 앞에 붇는 '영원한 터프가이', '영원한 사나이'라는 수식어는 괜히 생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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