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스타의 대표작이 위험하다

스타의 대표작이 위험하다

발행 :

김관명 기자
케이블TV tvN에 출연한 곽진영.(tvN 제공)
케이블TV tvN에 출연한 곽진영.(tvN 제공)


호사다마, 새옹지마, 이런 말이 맞다. 스타가 스타가 될 수 있었던 대표작들. 하지만 그 대중이 보낸 환호와 주위에서 비춰준 후광으로 인해, 일부 스타는 오히려 그 대표작이 옭아매는 중압감에 깔려 신음해왔으니까.


1992년 최수종 김희애 주연의 MBC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종말이' 역으로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곽진영. 그는 이 드라마에서 종말이 역을 열연, '귀남이' 최수종, '후남이' 김희애 등 주연급 연기자 못지않은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전후로 남 모를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곽진영은 10일 MBC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에 출연, "몇 년 동안 TV도 보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술에 많이 의지했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는 따지고 보면 그 '종말이' 이미지 때문. 그는 "어린 마음에 종말이의 귀여운 이미지가 싫었다. '예쁘다'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며 "엄정화 같이 눈을 크게 만들어 달라고 했고 몇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수술을 했다. 부작용이 심해 화면에 못나올 정도였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전에는 괴물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곽진영은 앞서 tvN에도 나와 "'아들과 딸' 이후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사람들은 나를 '종말이'로만 기억해 얼굴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곽진영에게 여자신인상까지 안긴 '종말이'가 오히려 그의 인생을 떡하니 가로막았던 셈이다.


아역 출신 스타 중에서도 이런 '대표작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진 주인공이 '미달이' 김성은. 그는 지난 2005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너무 힘들어 스카프로 목 졸랐다" 등 도저히 믿기 힘든 과거를 고백,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인기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로 큰 인기를 모았던 김성은이 이후 대인기피증, 우울증, 스트레스로 인한 착시현상 등으로 남모를 고통을 겪어온 것이다.


영화 얄개시리즈를 통해 70년대 하이틴 우상으로 꼽혔던 고 손창호도 비슷한 경우. MBC 공채 탤런트 3기 출신으로 드라마 '왜 그러지' '알뜰가족' 등에 출연했지만 역시 그의 이름 석자 '손창호'를 널리 알린 것은 이승현 김정훈 등과 함께 했던 77년 청춘영화 '얄개 행진곡'. 이후 그는 출연작마다 스타급 대접을 받았지만 이혼의 아픔, 제작영화 실패 등을 겪다 지난 98년 쓸쓸히 유명을 달리했다.


물론 초창기 강렬한 대표작의 무게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신에 성공, 착실히 연예인 생활을 하는 이들도 많다. '왕의 남자'의 공길 이준기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확실히 성공했고, '꼬마요리사' 노희지도 '주몽'에 출연, 어른 연기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하지만 명과 암, 대중의 환호와 망각이 극심한 연예계 속성상, 뜨거운 대표작의 열기는 오히려 해당 스타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80년대 말~90년대 초반 청춘 톱스타로 활약했던 한 중견탤런트는 기자와 사석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연예인이 데뷔작에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우 오히려 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2가지 이유다. 하나는 남들이 언제나 자신을 과거에 가뒀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남들이 자신의 과거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고 손창호 역시 이런 대표작 후유증을 극심히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98년 당시 당뇨병과 만성신부전증으로 서울 적십자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고인은 병원을 찾아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퇴원하면 바닷가부터 가고 싶어요. 회사에 취직해 월급쟁이도 되고 싶어요. 그런데 퇴원을 할 수 있을지.."


주요 기사

    연예-방송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방송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