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 봄 개편 시기를 맞아 지상파 3사가 잇달아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MBC는 '일요일일요일밤에'에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를 신설했으며, '명랑 히어로' '브레인배틀' 등의 새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놀러와'를 월요일 심야 시간대로 재배치해 KBS 2TV '미녀들의 수다'를 제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KBS는 '상상플러스'를 완전히 탈바꿈해 '상상플러스 시즌2'를 만들었으며, 주말 버라이어티 코너 개편을 목전에 두고 있다. 5월초 봄개편을 맞는 SBS는 김수로를 MC로 투입하고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봄개편으로 가장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방송사는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MBC이다. '무한도전'과 '황금어장'을 두 축으로 예능 황금시대를 연 MBC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명랑 히어로'와 '브레인배틀'도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MBC가 이렇듯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MBC가 그동안 쌓아온 예능 제작의 노하우가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바람을 일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MBC는 특화된 예능 프로그램 전통이 있었다. 부활했다가 다시 폐지됐지만 '몰래 카메라'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파 견문록', 컴퓨터 게임을 스튜디오로 옮긴 '브레인 서바이벌', SBS로 흐름이 넘어가긴 했지만 '천생연분'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MBC가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은 대개 앞선 프로그램들의 자장 안에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몰래 카메라'에 리얼 버라이어티가 접목된 형태이며, '브레인배틀'은 '브레인서바이벌'의 새로운 변신이다. 일요일 오전 가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환상의 짝궁' 역시 '전파견문록'의 확대 재생산이다.
'무한도전'에 게릴라 콘서트가 열릴 수 있는 것도 MBC가 쌓아온 예능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가 스타PD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송창의 주철환 등 MBC 스타PD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때 SBS 예능에 눌려 기를 못펴던 MBC가 현재 예능 황금시대를 누리고 있는 것은 단기적인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선배들이 쌓아온 예능의 전통을 진화하도록 지켜줬기 때문이다.

물론 MBC 뿐만 아니라 KBS, SBS도 독특한 색깔의 예능 프로그램 노하우가 존재한다.
KBS 예능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야외촬영(ENG) 촬영에 강점을 갖고 있다. '1박2일'이나 '하이파이브' 등은 ENG에 강한 KBS의 전통이 녹아있다. 최근 '1박2일' 출연진이 '전국 노래자랑'에 출연한 것은 신구 ENG 프로그램의 만남으로 볼 수 있다.
'스폰지'가 방영 초반 SBS 'TV 장학회'와 함께 일본 후지TV의 '트라비아의 샘' 표절 시비에 휘말렸지만 조기종영된 'TV 장학회'와는 달리 지금까지 건재한 데는 '실험맨'들이 보여주는 ENG가 재미를 줬기 때문이다.
또한 KBS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공익을 접목시켜야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우리말 쓰기에 앞장선 '상상플러스'의 예능 돌풍은 불문율의 행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전 골든벨'이 '스타 골든벨'을 낳을 수 있는 것도 KBS의 노하우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 KBS는 예능 프로그램의 브랜드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시즌3로 이어지는 '해피투게더'와 시즌2로 이어진 '상상플러스', '스폰지'는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화요일은 '상상플러스', 목요일은 '해피투게더', 토요일은 '스폰지'라는 등식을 시청자들에 각인시키고 있다.

반면 예능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침체의 늪에 빠진 SBS는 자신들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SBS 예능 황금기를 열었던 'X맨'과 '야심만만'에서 쌓은 노하우를 썩히고 있다. '헤이헤이헤이'와 '반전드라마'로 꽃피웠던 꽁트의 전통도 사장된 상태이다.
시즌2로 브랜드를 이어간 KBS와는 달리 비슷한 포맷을 이어간 '대결 8대1'를 후속으로 준비했으면서도 '야심만만'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했다. 그나마 현재 SBS 예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10년 전통을 쌓아온 '진실게임'과 그에서 파생된 일반인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들 뿐이다.
SBS는 전통적으로 스튜디오 예능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노하우가 풍부한데도 그 실력을 십분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라인업'이 폐지가 유력한 것도 시청률에 느긋하지 못한 SBS의 성향이 한몫한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듯이 현재 MBC가 예능 절대 강자 자리에 있지만 언제 이 바람이 다른 방송사로 넘어갈 지 모른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각 방송사 케이블에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MBC 케이블이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것도 '무한도전'과 '황금어장' 쌍끌이 효과가 크다.
그런 만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 오늘도 애쓰고 있다. 자신들이 쌓아온 노하우로 특색을 더하면 시청자와 방송사가 함께 웃는 윈윈 효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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