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데렐라는 세월이 변해 어떻게 살까. 이혼했을까. 아니면 잘 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즘 드라마 속에서 '신데렐라 그 후~'에 대한 해석은 '사랑받는 며느리'로 거듭나기다. 그리고 그들은 꿈꾼다. 워너비 사모님!
옛날 옛적 어렵게 성에 들어간 신데렐라는 그 곳에서 갖은 설움을 당한다. 패션이 뒤진다고, 골프를 못 친다고, 일품요리를 못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신데렐라는 접해보지 못한 낯선 환경에 맞서 보기로 결심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마사지를 받고 요리 학원을 다니고 어머니와 똑같은 명품족이 되면서 정체성을 잃어간다.
결국 우리가 사랑했던 신데렐라인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신애라나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은 세월이 흘러 도도한 재벌가 사모님으로 태어난다. 자신을 잃은 채 재벌가 며느리가 되기에 급급한 드라마 속 신데렐라를 짚어봤다.
MBC '에덴의 동쪽'에서 월남치마에 촌스러운 블라우스를 입고 뛰어다녔던 지현(한지혜)은 재벌가 신명훈(박해진)과의 결혼으로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등극한다. 결혼 후 그녀는 명훈의 공부를 이유로 미국 유학길에 나선다. 그리고 몇 년 후. 10년이 채 가기도 전에 그녀는 놀라보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명훈이 공부시키러 간 그녀는 덩달아 호텔 경영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뿌리부터 재벌가의 규수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에 그녀의 결혼을 반대하던 시아버지인 신태환(조민기)은 변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똑똑한 며느리가 있어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야." 노동운동가였던 동욱(연정훈)을 사랑하면서도 늘 약자의 입장에 섰던 소신 있었던 그녀를 떠올리긴 쉽지 않다.
MBC '내 여자'에서 세라(박솔미)는 극 초반 아랍어까지 공부하는 열정을 보이며 성공에 대한 야심을 불태운다. 대기업에 입사한 그녀는 신입 사원으로서의 각오를 다지지만 정작 열심히 일해야 할 때 난데없이 등장한 재벌 2세 태성(박정철)에게 마음을 홀라당 뺏겨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현민(고주원)에게 "오빠도 꿈을 가져봐"라는 말을 남기며 꿈을 찾아 재벌가로 시집간다.
요즘 윤세라의 일과는 아침에 태성이의 넥타이와 양복을 챙겨주고 시아버지인 장 회장(정한용)의 아침상을 생각하는 게 전부다. 가끔 막내 태령(유지은)이의 외국어 선생님이 되는 사회 활동도 하는가 싶지만 결국 죽은 시어머니의 제삿상 차리는 일에 더 열중이다. 5개 국어를 할 줄 안다는 윤세라는 어디에도 없고 나주 배와 횡성 한우가 좋다는 하여사(이보희)의 말을 열심히 귀담아 듣는 그녀만 남았다.
SBS '유리의 성' 민주(윤소이)도 마찬가지다. 아직 방송이 많이 진행되진 않았지만 시놉시스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인생 역시 '재벌가 며느리 공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는 JBC 방송국의 신참 아나운서로서 투지를 불태우며 고군분투한다. 민주는 열정도 꿈도 큰 아나운서로 보이지만 역시 느닷없이 나타난 재벌 2세 준성(이진욱)의 청혼으로 모든 그녀의 인생은 틀어진다. 민주는 곧 재벌가에 들어가게 되고 그토록 소망하던 아나운서 일도 접은 채 시어머니인 인경의 요구에 따라 '재벌가 며느리 되기' 노력에 매진할 예정이다.
이처럼 '신데렐라의 그 후' 이야기들이 극에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사회적으로 결혼하기보다 결혼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다는 인식이 생겨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 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결혼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해피엔딩이 결혼으로 끝났다. 하지만 최근 결혼에 집착하는 방송들이나 '신데렐라의 그 후' 이야기가 화제인 까닭은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결혼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사무국장은 '신데렐라의 그 후' 이야기가 잘못된 여성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데렐라의 그 후' 이야기는 결국 또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다. 신데렐라가 익숙하지 않은 환경 안에서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개선하기보다 그에 걸맞은 재벌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들은 정체성을 잃은 채 시부모에게 마음에 드는 며느리, 현명한 재벌가 아내가 되려고만 한다. 결국 자신을 잃고 재벌가 사람으로만 되려는 여성이 현명한 여성으로 비춰진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데렐라는 꼭 사모님이 돼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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