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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방송에서 그의 나이가 잊혀지는 이유

허참, 방송에서 그의 나이가 잊혀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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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클릭!방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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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후배가 신나서 이야기했다. 드디어 새 차를 계약했노라고. 그 후배는 운전면허를 딴 이후 작은 차를 사서 지금까지 9년 동안 타고 다녔다. 그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그러다가 좀 더 큰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새 차를 사게 된 것이다.


그리고 헌차를 새 주인에게 넘기는 날이 됐다. 헌차를 팔고 오자마자 하는 말, ‘난 원래 뭐든지 크게 애착을 가지지 않는데, 오늘 너무 슬픈 거야. 마지막으로 차를 쳐다보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어’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며 하루 종일 우울해하는 거다.


그렇다. 9년이면 20대에서 30대로 바뀌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아닌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동고동락하며 함께 달렸던 사이니 얼마나 정이 많이 들었겠는가. 그 후배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9년의 시간을 함께 해도 이리도 슬픈데, 26년의 세월을 함께 하다가 이별을 한다면? 와~ 얼마나 애절할지 이해가 되지 않는가. 26년의 세월이라... 그렇다. 바로 허참 아저씨가 얼마 전 종용된 프로그램인 ‘가족 오락관’과 함께 한 시간을 말한다. 마지막 날 ‘30년을 꼭 채우고 싶었는데...’라는 말과 함께 울먹였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가 얼마나 서운했을지 이해가 됐다. 특히 그는 ‘가족 오락관’을 하는 동안 진짜 ‘가족’과 함께 있는 아빠 같았다고 하니 더더욱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 오락관’을 하는 동안 허참이 다른 MC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먼저 ‘가족 오락관’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들 대기실의 풍경을 살펴보자. 일단 해당 프로그램의 MC를 비롯하여, 그날의 게스트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PD, 작가 등의 제작진이 출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 날 녹화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프로그램의 대기실 모습이다.


그렇담, ‘가족 오락관’의 대기실은 어떻게 달랐을까? MC와 게스트들이 대기실에 모여있는 것까지는 똑같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다른 점이다. 모두들 메이크업을 끝내고 준비가 된 것 같으면 허참이 나서서 게스트들을 모두 모여 앉도록 부탁한다. 그리고 나서 일단 그 날 모인 게스트들을 서로 인사시킨다. 프로그램 특성상 아주 어린 신인에서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 게스트가 항상 함께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수 ‘비’가 막 데뷔했던 신인 시절,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알지만 그 당시 나이 많으신 분들은 잘 몰랐을 때였다. 그 당시 허참은 비에게 ‘몇 살이니? 본명은 뭐니? 왜 비라고 지었니?’ 등등을 친절하게 물어보고 나이 많은 게스트들에게 소개해주면서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래야만 녹화하는 내내 서로가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신, 구 게스트를 소개시키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가족 오락관’의 모든 게임의 룰과 벌칙 등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이 게임은 이런 요령으로 하는 거고, 이렇게 하면 재미있다 등등을 곁들여서 말이다. 허참의 이런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프로그램이 오래되다보면 MC가 프로그램을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긴장을 풀고 늘 하듯이 습관처럼 할 수도 있는데, 매주매주 열정을 다해서 제작진보다 더 열심히 설명하고 분위기를 조성한다니 말이다. 바로 MC 허참의 이런 땀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 오락관’이 26년이나 존재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그의 이런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60이 넘은 지금까지도 젊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방송 진행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심지어 히트송을 소개하는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선 막내 딸뻘, 아니 조금 오버해서 손녀뻘되는 어린 연예인들과 공동 MC를 맡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걸 보라. 아무리 유명하다한들 아무나 그 자리에 어울리는 건 아니지 않을까. 1972년에 방송에 데뷔해서 38년 동안 늘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60대인 지금까지도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말이다.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명언이 있다.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정열을 잃는 때에는 정신이 시든다.’ 이 말은, 그렇다, 방송에서 그의 나이가 잊혀지고 어린 시절 우리가 보았던 젊은 아저씨, 젊은 오빠 모습 그대로 느껴지는 허참을 위한 맞춤형 명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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