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가 변했다. 주요 배역들이 드라마 초반부터 나오다가 인기 여부에 따라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는 더러 있었어도 중간부터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는 후반에 주요 인물이 투입되면서 극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MBC '선덕여왕'은 대하사극인 만큼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 김춘추(유승호)와 비담(김남길), 월야(주상욱) 등 주요 인물들이 20부 이후에 대거 출연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유승호는 '선덕여왕'의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전 20부부터 나오는데요"라고 말하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승호가 맡은 김춘추는 신라 제 29대 임금으로 천명공주(박예진)와 김용수(박정철)의 아들이다. 천명공주의 아역이 8회까지 나왔던 만큼 유승호의 등장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김남길이 맡은 비담 역시 미실(고현정)과 진지왕(임호)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극 초반 아기로 등장했다. 얼마 전까지 KBS 2TV '그 바보'에 출연했던 주상욱도 '선덕여왕'의 김유신의 낭도로서 후반 주자로 합세했다. 이들은 덕만(이요원)이 성장한 후 통일 신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경우는 상반기 드라마에서 더욱 드러났다. 상반기 히트를 친 SBS '아내의 유혹'은 진짜 민소희(채영인)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아내의 유혹'의 1라운드는 은재(장서희)가 죽마고우 애리(김서형)에게 남편인 교빈(변우민)을 뺏기고 죽음 직전까지 가는 처절한 상황이었다면, 2라운드는 은재가 얼굴에 점을 찍고 나타나 민 여사(정애리)의 양녀 민소희로 교빈과 애리에게 복수에 나섰다.
시청자들은 구은재의 복수에 통쾌함을 느끼고 은재와 건우(이재황)의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진짜 민소희가 98회부터 살아 돌아오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민소희는 자신이 사랑했던 건우와 민 여사를 은재가 뺏어갔다며 원망했다. 급기야 민소희는 애리와 손을 잡고 은재를 곤경에 처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다. '아내의 유혹'은 민소희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가며 지난 5월 1일 129회로 인기리에 종영했다. 민소희는 극을 31부로 늘리는 데 결정적인 몫을 해냈다.
KBS '꽃보다 남자' 역시 금잔디(구혜선)와 구준표(이민호)의 사랑이 될 듯 말 듯 그려져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김현주, 한채영, 이시영, 박수진 등 여러 스타들이 출연해 극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의 후반부를 알차게 만든 주인공으로 하재경(이민정)과 장유미(김민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하재경은 금잔디와 구준표가 서로의 좋아하는 마음을 알게 되고 사귀는 무렵 구준표의 약혼녀로 등장했다. 재벌집 아가씨답지 않게 세련되면서도 털털한 성격으로 금잔디와 친구 사이기도 했던 엉뚱한 캐릭터 탓에 미워할 수도 없는 역으로 인기를 모았다. 반면 장유미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구준표에게 앙큼한 거짓말로 금잔디와의 사이를 소원하게 만드는 악역을 맡아 '꽃보다 남자'의 러브라인을 마지막까지 긴장감 속으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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