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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생계형'..배우들이여, 제발 꼭꼭 숨어달라

'리얼' '생계형'..배우들이여, 제발 꼭꼭 숨어달라

발행 :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사진


요즘 예능만 보면 이젠 배우들도 우리와 똑같은 이웃이다. 그들도 '방귀를 언제 트는지'로 배우자와 친밀도를 따지고, '분유값을 벌려고' 수다 토크쇼에 나온다. 왕년의 록스타와 중견배우는 툭하면 '얼굴에 철판을 까는' 중년의 아저씨가 돼버렸다. TV 프로그램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애쓰거나 톱MC에 묻어가려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시대, 과연 좋고 즐거운 일일까.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배우가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의 배용준이나 장동건이 부럽지 않았던 90년대 톱스타 중의 톱스타였던 그다.


"물건을 사러 동네 슈퍼나 마트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그런다. '애 잘 커요?' '집에 별 일 없죠?' 처음엔 이런 말이 살갑게만 들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예전엔 '앗, 누구누구다'라고 깜짝 놀라 소리쳤던 그들이다. 심지어 한 클럽에 갔을 땐 나를 만지려고 난리가 나기도 했었다. 자랑하는 게 아니고 배우란 저 멀리에, TV나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어느새 생활인이 돼 버린 내가 정말 싫었다."


이런 그의 시각에서 요즘 잘 나가는 몇몇 프로그램을 보자. '패밀리가 떴다'에선 무조건 생얼이 기본이다. 이제 2회 출연한 박시연 박해진은 예전 하차한 '선배' 박예진 이천희의 잔상을 그대로 이어받아 부시시 부운 얼굴로 잠에서 깨어난다. 영화 '사랑'에서 주진모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 박시연도,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그렇게나 매몰차게 사람 변해버린 박해진도 더이상 아니다. 그냥 시골에 1박2일로 놀러간 우리의 모습이다.


'세바퀴' 또한 드센 유부녀(줌마테이너)와 이에 밀리지 않으려는 중년남자(저씨테이너)들의 한판 입싸움에 다름 아니다. 이경실 김지선 조혜련 등은 워낙 입심 좋은 개그맨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원조 하이틴 스타' 임예진은 너무 가혹할 정도로 '망가졌다'. 아무리 작정한 컨셉트라도 '진짜 진짜 좋아해' '여고졸업반' 등으로 당대 수많은 남자 고교생들의 꿈에 나왔던 그가 우스꽝스런 마릴린 먼로로 분장하고 이럴 순 없는 거다. 이건 이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배우인 김동현 선우용여도 마찬가지다.


'해피투게더'나 '놀러와'도 배우들의 신비감을 벗기는 데는 도가 튼 프로그램이다. 지진희 최철호 윤상현 김민선 김수로 등은 MC유의 페이스에 말렸거나 아니면 본인 스스로 선택했든지간에 '생활인'으로서 자신의 과거를 폭로하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도저히 엿볼 수 없었던 예능본능을 펼쳐보였다. 지금도 눈에 선한 '대장금'의 매너남 민종호가 예능프로에 나와 '눈꺼풀 재빠르게 깜빡이기'라는 개인기를 펼쳐보이는 게 요즘인 것이다.


그게 요즘 예능의 대세인데 왜 그러냐고? 혹시 모를 그들의 배고픔을 까맣게 모르는 건 아니냐고? 예능 늦둥이로서, 줌마테이너와 저씨테이너로서 시청자들에게 듬뿍 선사한 그 즐거움은 왜 모른 척 하냐고?


기자의 대답은 이것이다. 그래서 이천희 박예진의 '패떴' 용퇴는 아름다웠던 것이고, 그래도 요즘 TV에 나올 수 있는 그들이 부러울 정도로 헐벗고 외면당한 배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 또한 그렇게 망가지고 솔직해지는 그들의 모습에 씁쓸해하는 나이든 시청자들은 훨씬 더 많다는 것. '리얼' 광풍이 사라지고, '생계형' 토크열풍이 멈췄을 때 TV는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신비감이 사라진 배우들을 명예 퇴직시킬 것이라고.


그리고 또 하나. 연기력 하나로 대한민국을 평정한 수많은 배우들, 예를 들어 '추격자'의 김윤석과 하정우, '괴물'의 윤제문, '친절한 금자씨'의 오달수, '세븐데이즈'의 박희순, '파트너'의 박철민, '엄마가 뿔났다'의 이순재, '태양의 여자'의 김지수, '하얀거탑'의 김명민, '베토벤 바이러스'의 송옥숙, '장밋빛인생'의 손현주, '온에어'의 이범수, '조강지처클럽'의 김혜선, 제발 머리카락 보이지 말고 더욱 꼭꼭 숨어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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