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 도다'가 16부 종영을 확정했다.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2일 "방송사인 MBC로부터 16부 종영 방침을 통보받았다"며 "이에 따라 오는 27일 '탐나는 도다'가 16부로 종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통 튀는 만화원작 드라마에 빠져 지내던 팬들은 '16부 종영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반대에 나선 상태다.
20부작 예정작이 16부작으로 줄어들었지만, 정확히 이는 조기 종영이 아니다. 편성 당시부터 최종 몇 회로 드라마를 마무리할지 유동적인 상태에서 MBC와 제작사가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짧게는 16부, 길게는 24부까지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시청률이 5%대를 맴도는 등 기대보다 낮아 결국 16부 종영이 결정됐다. 이른바 조기종영 아닌 조기종영이다.
같은 일이 지난 6월 종영한 MBC '공포의 외인구단'에서도 벌어졌다. 회차를 유동적으로 남겨 둔 상태에서 16회 종영이 결정됐고, 20부로 작품을 준비하던 제작사 측은 아예 끝까지 이야기를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작품을 끝냈다. 주인공 오혜성과 마동탁의 마지막 승부는 채 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많고 많은 에피소드를 20부에 눌러 담으려 했던 '탐나는 도다'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결말조차 내지 않고 중간에 끝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제작사의 입장이다. 제작사 측은 "20부작을 기준으로 작품을 준비해 온 만큼, 타격이 예상된다"며 "향후 방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기종영 아닌 조기종영을 맞은 두 작품은 모두 사전제작 드라마 형태로 만들어지다 뒤늦게 편성을 확정지은 공통점이 있다. 높은 완성도를 다짐하며 1년 넘게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실제 방송에선 그다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 종영한 다른 사전제작 드라마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 역시 아쉬움이 컸다. 20부작을 확정짓고 방송에 들어갔지만, 19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으며 재방송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한 자릿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탐나는 도다'의 경우 젊은 시청자를 공략하고 만들어졌음에도 가족 시청층이 굳게 자리잡은 주말 8시대에 편성됐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방송사로서도 아쉬움이 있다. 방송사로선 작품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작 단계부터 참여하지도 않았던 작품을 뒤늦게 받아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이것이 유동적 편성으로 이어졌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잘 안 되는 작품을 무조건 밀고 나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는 자체 제작 드라마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쪽대본과 날밤새기 등 한국 드라마의 제작 현실을 바꾸겠다며 야심차게 준비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외면과 악조건 속에 불운을 맞은 셈이다. 한 드라마 PD는 "사전제작 드라마가 제작 현실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있다면, 정작 전파를 탈 때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그때그때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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