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매하면 2명 주면 되고, 미안하면 새로 상 만들면 되고, 안오면 상 안주면 되고..'
요즘 연말 방송시상식을 보면서 '되고송' 떠오른 시청자, 많았을 것 같다. 최우수상은 무슨? '가장 최(最)'라는 말이 무색하게 2명에게나 상을 안기고, 중견배우상·가족상도 모자라 연속극 부문, 미니시리즈 부문, 시청자가 뽑은 드라마 부문 등 상이란 건 만들면 '되니까'. 하긴 대상도 2명이나 나오는 마당이니.
30일 SBS 연예대상의 경우 대상은 '패밀리가 떴다'의 유재석과 이효리가 공동 수상했다. 올 한 해 '패떴'이 SBS에서 차지한 공로나 시청자로부터 받은 사랑을 떠올려보면 '패떴'은 대상 수상감이다. '패떴'의 핵 유재석도 당연히 받을 만했고, 물불 안가리고 '패떴'의 초반 인기를 견인했던 이효리도 역시 받을 만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모두 상을 안긴 건 '대상'의 의미보다 '공로상' 내지 '인기상' 의미가 더 컸다. 대상이라는 건 선정하기 어려워서 큰 대(大)자 대상 아닌가.
이날 MBC 연기대상은 대상 말고 남녀 최우수상에서 편한(?)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 '선덕여왕'의 미실 고현정이 대상을 받으리라는 건 어느 정도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예측 가능했던 일. 때문에 오히려 관심은 '두 여왕'의 '최우수상' 대결에 관심이 쏠렸었다. '선덕여왕' 이요원과 '내조의 여왕' 김남주의 맞대결이 바로 그 것. 그러나 결과는 너무 평범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여자최우수상을 안긴 것.
뿐만이 아니다. 남자 최우수상 후보에는 '선덕여왕'의 엄태웅,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 그리고 '히어로'의 이준기가 올랐는데 역시 '유신' 엄태웅과 '태봉' 윤상현 2명이 가져갔다. 이준기의 '히어로'가 워낙 시청률이 낮아 일찌감치 후보 선정도 의문시됐던 터에 그나마 누가 받을까 살짝 관심이 쏠렸던 최우수상을 후보 한 명 빼놓고 나머지 2명에게 모두 줘버린 것이다.
공동 수상 말고 상 쪼개기도 기발한 발상이다. SBS 연예대상의 경우, 프로듀서 TV스타상, 프로듀서 베스트 MC상, 베스트 팀워크상, 최우수프로그램상, 최우수 MC상, 네티즌 최고인기상 등등.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도대체 대상과 최우수프로그램상과 최우수MC상이 정확히 뭐가 다를까.
MBC는 한 해 방송된 자사 드라마와 애써준 연기자에 대한 안배와 배려에 큰 신경을 썼다. 가족상, 중견배우상, 연속극 부문 황금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 등등. 올해의 작가상과 남자 우수상에 '선덕여왕'과 '내조의 여왕' 두 드라마 작가와 배우(김남길 최철호)를 선정한 것 역시 효자드라마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비춰진다.
사실 방송사가 한 해 애써준 드라마와 스태프, 연기자에 '한낱' 상패의 힘을 빌려 그 공로를 치하하고 고마워하는 건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살가운 풍경에 오로지 단 한 명만을 선정해 다독이는 것 또한 달리 보면 각박하다. 사실 2명이면 어떻고 3명이면 어떤가.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청자들은 상이란 게 쉽게 받지 못하는 거니까 소중한 것이고 영광이라는 선량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어렵게 고심 고심해서 단 한 사람을 위해 상을 주고, 떨어진 사람을 진심으로 애석해하며 위로해주는 그런 모습이 진정 시상식 아닐까.
더군다나 너도 받고 나도 받는 그런 시상식을 2시간 넘게 지상파 TV를 통해, 다른 채널 돌려도 또 비슷한 시상식을 봐야 하는 현실이 열혈 시청자들 입장에서 비애라면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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