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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김수현 선생님은 여우같다 하시던데 하하"(인터뷰)①

김래원 "김수현 선생님은 여우같다 하시던데 하하"(인터뷰)①

발행 :

하유진 기자
배우 김래원ⓒ이기범 기자
배우 김래원ⓒ이기범 기자


"서연아"


유달리 길고 장황한 대사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 김래원의 대사는 짧고 묵직하다.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의 김래원(박지형 역)은 입으로 말하는 대신 눈으로 말한다. 문학적인 대사 대신 슬픔이 담긴 눈과 어조의 변화, 그리고 섬세한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때문에 김래원은 '천일의 약속'에서 답답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유미(노향기 역)과 수애(이서연 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모습과 두 여자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로 민폐 캐릭터란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겐 그것이 최선이었다. "…"으로 생략돼 있는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그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지금의 박지형. 작품 속의 박지형은 우유부단할지 모르나 현실의 김래원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22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래원을 만났다. 어딘가 우울하면서도 차분하고 또 진지한 그는 박지형에 깊이 스민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수현의 작품이 처음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 미처 생각 못했다. 진짜 좋은 작품이고, 김수현 선생님 팬 됐다. 고개 숙이며 "서연아" 하는 말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았다. 일상적이지 않은 대화, 예를 들면 "지구가 깨지나요?" "우주가 무너져" 같은 것을 낯설어 하는 배우도 있는데 나는 그런 게 좋다. 맞는 것 같다. 작가님으로서 되게 존경하게 됐다. 궁금하다. 선생님을 더 알고 싶다. 다음 작품 뭐하시는지 등장인물 누군지 조사 다 끝났다. 김수현의 팬으로 남고 싶다.


-지형이 마음 이해가 됐는지.


▶ 이해는 되는데 너무 길게 끈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사랑도 이해가 된다. 사랑에 이해가 어디 있나. 향기가 있건 누가 있건 간에 정의내릴 수 없는 것 같다.


-수애와 호흡은 어떤가.


▶ 서연이 실연의 아픔을 더 표현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서연이란 인물이 있었다 해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실연의 아픔보다는 본인의 아픔에 더 포커스를 두고 연기를 한 것 같다. 5회에서 서로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전기가 통하고 묘한 사랑의 감정이 시작이 됐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가까워지는 걸로 대본을 봤는데 화면으로 모니터했을 때는 지형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비춰졌더라. 서연이 더 적극적이었거나 서로 다가가는 모습으로 보였으면 싶다.


-지형을 제일 잘 이해하고 있을 것 같다. 지형의 숨겨진 장점이나 좋은 점은 뭔가.


▶ 20부 전체를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밋밋해 보이고 안 좋게 보신 분들의 반응들이 나중에는 큰 효과,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친구가 하는 절실한 사랑은 더 위대해 보일 것 같다. 그게 장점인 것 같다. 지금까지 머금고 누르고 있던 게, 나중에 병이 악화된다면 지형이가 이 드라마 전체에서 보인 적이 없었던 무너지는 듯한 오열을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아껴둔 폭발이라고 할까.


-초반에 수애, 정유미가 더 주목 받았다. 아쉽진 않았나.


▶ 대본이 4부까지 나온 걸 보고 결정했다. 김수현 선생님이 이건 지형의 드라마라고 말씀을 하셨다니까 믿고 있다. 받쳐줄 땐 받쳐주고, 너무 받쳐주기만 하는 것 같아서 틈이 보일 때 살짝 욕심을 내기도 했다. 서연의 아픔을 누르고 한 것인데 그 때 김수현 선생님이 "저 놈 진짜 얄밉다"라고 하시더라.


-민폐 캐릭터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변한다면.


▶ 김수현 선생님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봤는데 '지형이가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 향기 지형 서연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고. 선생님 젊었을 때 별명이 단칼이었다는데 본인이 지형이 입장이라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하셨다. 단칼 같은 분도 지형이 입장이었다면 그랬을 거라고 하니 제가 거기에 대해 해명할 건 없다. 다시 상황이 주어져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은 걸 왜 해?' 라고 하지 않으시고 이렇게까지 한다고 칭찬해주셨다. 제 몫을 다한 거라고 생각한다.


-혼나거나 하진 않았나?


▶ 전혀. 여우같다고 영악하다고 하셨다.


배우 김래원ⓒ이기범 기자
배우 김래원ⓒ이기범 기자


-어두운 작품을 많이 한 것 같다. 어딘가 침잠하는 느낌이다. 얼굴이 슬프기도 하고. 역할 탓인가.


▶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옥탑방 고양이', '어린 신부', '식객' 밝은 작품도 많이 했다. 작품을 하면 캐릭터에 완전 빠져들어서 지금 다운된 상태다. 영화 '해바라기' 때도 끝나고 5달 만에 김래원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 같았다. 감정 신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보니 나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 걱정되기도 한다.


-앞으로 지형은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나.


▶ 지금까지는 "…"을 연기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서연아", "서연아", "서연아", "서연아". (모두 다른 톤으로) 이걸 꾹꾹 눌러서 했다. 안에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은데 그걸 눈빛 하나로 꾹 눌러서 한다.


이제 곧 결혼도 하니까 그걸 많이 안 해도 된다. 극이 받쳐주니까 연기를 조금 틀리게 해도 장치가 그걸 받쳐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장치가 서연이 쪽에 가 있었다. 이젠 지형이 쪽으로 포커스가 넘어오니까 예전만큼 힘들진 않을 것 같다. 서연이는 악화되지만 지형은 서연 앞에서 웃고 모르는 척 한다. 웃고 있어도 (시청자들이) 이해하실 것 같다. 이해가 되니까 이젠 별로 할 게 없다.


30대 이상 여성분은 지형의 심정을 이해를 해주시는 것 같다. 저희 어머니도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 얼마나 사랑하면 저럴까 하는 게 느껴진다더라. 그런데 여동생은 못 느낀다고 하더라. 방송 영화 관계자 분들은 좋게 보시는 것 같다. "정말 많이 깊어졌다"거나 "이런 모습이 나올 줄 몰랐다"라고 해 주신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제일 힘든가.


▶ 정신적으론 제일 힘든 것 같다. 지금부터는 별로 안 어려울 것 같다.


-전반부에 서연이 자신의 병에 집중하다 보니 지형이 혼자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후반부에 적극적으로 전개될 둘의 사랑에 몰입하는데 방해되지 않을까.


▶ 내가 생각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가끔 감정이 튀어도 괜찮더라. 극에서 세월이 봄 정도로 튈 거다. 서연이는 감정이 없어질 테고 옆에 있는 사람만 힘들 것 같다.


사실 힘들었다. 지금은 마음 편해졌는데, 공백도 있었고 연기할 때 어색하고 불편한 것도 있었다. 그래도 소신 있게 잘했다고 생각하고 고생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신은 감정 꽉 눌러서 연기하는데 더 대단하다는커녕 안 좋은 얘기를 들었다. 나도 사람이니 신경이 쓰여서 반응을 아예 안 보게 됐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 같다.


-지형의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사랑관과 비슷한가.


▶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부딪히면 모르겠다. 그래서 지형의 사랑이 더 맹목적이고 대단한 것 아닌가 싶다.


-이제 후반부다. 칼을 갈았나.


▶ 그럼 안 된다. 오히려 마음을 많이 비우고 있다. 안 그래도 조금씩 연기를 하려고 드는 것 같아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컨트롤하고 있다. 그래야 지형이가 살 것 같다. 편안하게 일상처럼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결말이라든가 있나.


▶ 맘을 비우고 있다. 나오는 대로 내 몫을 다해서 연기할 뿐이다.


배우 김래원ⓒ이기범 기자
배우 김래원ⓒ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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