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6일 마지막 녹화로 시즌1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방송은 오는 12일. 지난해 3월 6일, 최고 가수들의 서바이벌 노래 경연으로 출발한 지 채 1주년이 되지 않은 시점, 뜨거운 논란과 화제로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던 '나가수'는 이를 마지막으로 휴지기에 들어간다. 시청률 하락, 화제성 하락 속의 고육지책이다.
'나가수'는 시작부터 논란 그 자체였다. 김건모,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백지영, 김범수, 정엽. 가창력으로 내로라하는 최고의 가수 7명이 노래 대결을 벌였다. 그들을 한 무대에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다. 논란이 이어졌다. 순위가 무의미한 가수들을 모아 굳이 서바이벌을 해야 하느냐는 원칙론에서부터 경연순서와 탈락방식, 편곡방식에 이르는 세세한 현장 상황까지. 하나하나를 두고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논란을 벌였다.
첫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첫 경연 탈락자였던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줬다는 이유로 인터넷이 발칵 뒤집히고 PD가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물론 논란과 화제는 계속됐다. 만나는 가수마다 '나가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출연할 생각이 있냐고 묻던 시절이었다. 네티즌은 네티즌대로 목청껏 불러야 1등을 하는 거냐고, 아이돌 출신 옥주현이 '나가수'에 서도 되는 거냐고, 한 번 나온 방청객이 왜 또 카메라에 잡히냐고, 이렇게 음원을 팔아도 되냐고, 이런저런 스포일러가 돈다고… 야단 또 야단이었다.
많이들 그랬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왜 이렇게 야단이냐"고, "뭐가 그렇게 대수고 대단하냐"고. 그런데 '나가수'가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돌의 득세 속, TV에 나와도 지당한 조명을 받지 못한 실력파들에게 '나가수'는 황금시간대 온전한 무대를 내줬다. 가수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무대에 오는 이들의 모습은 흡사 검투사처럼 비장했으며,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진짜 가수'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은 이들이 부르는 옛 노래에는 어떤 향수와 감동이 묻어났다. 서바이벌 무대는 처연하기도 했다.
MBC 예능의 자존심 '일밤'의 좌초 위기에서 건진 것도 '나가수'였다. 방송 전 4%대를 오락가락하던 시청률은 두 자릿수로 껑충 뛰었다. 누군가는 '드라마처럼 예능도 욕하면서 본다' 했지만 '나가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은 막장드라마를 보는 기분과는 달랐다고 단언할 수 있다.
모두가 바란 것은 최고의 무대였고, 한 치의 소홀함, 한 치의 부당함 없는 공명정대한 대결이었다. 정치와 사회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은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을 '나가수'에 바랐다. 그 기대와 그 관심을 알기에 제작진 또한 한 주가 멀다하고 계속된 논란을 묵묵히 받아냈다.
그러나 너무 강렬했기에 더 빨리 식상해진 걸까. 이어지는 논란, 우후죽순 등장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은 '나가수'의 아우라를 급속하게 소모시켰다. KBS 2TV는 '나가수'에 아이돌을 짬뽕한 '불후의 명곡'을 내보냈고,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서바이벌과 오디션 덕에 화제성은 더 떨어졌다. 6개월을 넘어가면서 가수만 바뀌며 반복되는 '나가수'의 포맷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깜짝 놀랄만한 가수들의 등장은 더 어려워졌다. 무명가수 적우의 출연은 '나는 가수다' 섭외 기준에 대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나가수'의 시즌1 종료 결정이 내려진 것이 바로 이 때다. 어딘가에서는 '나가수'의 폐지설이 꽤 설득력있게 돌기도 했다. 섭외의 어려움, 변화의 고민 속에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한 '나가수'가 때마침 파업을 빌미로 폐지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결국 '나가수'는 이대로 막을 내리는 대신 변화를 찾아가기로 했다. 간단히 없애기엔 이미 그 위상과 역할이 커질대로 커버린 '나가수'를 쉽사리 없앨 수 없는 MBC의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안팎의 어려움 속에 '나가수'가 시즌2로 해답을 찾으러 나선 것이 반갑다. 이대로 놓아버리기엔 '나가수'는 진정 아깝고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임이 분명하다. 세계 시장을 주무르는 미국 대형 제작사가 괜히 한국산 예능 포맷을 사가는 게 아니다.
돌아오는 '나가수'는 몇몇 과제를 안고 있다. 최고 가수들의 경연이라는 프로그램의 본령을 살리면서 경쟁력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기존 시청자들이 바랐던 것, 최고의 무대과 공명정대한 경연은 물론이다. 여기에 더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 재미와 흥밋거리가 필요하다. 울고 웃는 사람들이 눈밭과 계곡물에 뒹굴어가며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일요 예능 프로그램 격전지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파업에 휴지기를 더해 기약없는 돌아옴을 약속한 '나가수'가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멋지게 컴백하길 바란다. 또한 한국 포맷으로 만든 첫 미국 예능 '아임 어 싱어'가 처음 전파를 탈 때, '나가수'가 한국에서도 든든히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지금껏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과 멋진 무대에 대한 기대를 안고 '나가수'를 빛냈던 소중한 가수들 또한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되새겨본다.
김건모, 이소라, 윤도현(YB), 박정현, 백지영, 김범수, 정엽, 김연우, 임재범, BMK, 옥주현, JK김동욱, 장혜진, 조관우, 김조한, 자우림, 인순이, 바비킴, 윤민수, 김경호, 조규찬, 거미, 적우, 박완규, 신효범, 테이, 이영현, 이현우, MC 윤종신. 그리고 이제 누가 '나가수'의 무대에 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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