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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 클럽M이 밀본? 글쎄요

'더킹 투하츠', 클럽M이 밀본? 글쎄요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


MBC '더킹 투하츠'가 반환점을 지났다. 남남북녀의 사랑 이야기를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정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그만큼 많은 고민의 흔적과 번득이는 설정이 돋보인다.


홍진아 작가는 2003년 '신 견우직녀'를 통해 북한 여자 응원단과 한국 남자 기자의 사랑, 그들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을 묘사했다. 이번에는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란 판타지를 추가해 상상의 폭을 넓혔다.


무엇보다 남과 북을 균형있게 묘사하려 한 노력,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이 엿보인다. 인간 대 인간으로 사랑하는 남과 여를 묘사하기 위해 당연한 선택이었을 터다. 한국 정치인을 잿밥에만 관심있는 속물로 그리는 대목은 경직된 북한 관료들에 대한 묘사보다 날카롭다. 똑 부러지는 여주인공 김항아는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인 한국 왕제(결국 왕이 됐다)보다 더 성숙하고 사려깊은 인물로 나온다.


재하와 항아 두 사람은 여전히 으르렁대는 남과 북의 역학관계, 그리고 아슬아슬한 평화를 망치고 싶어 안달이 난 클럽M 존 마이어(윤제문 분)의 방해 속에서 사랑을 키워간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북한 여인 김항아는 이를 위해 국회 청문회에 서고, 여론의 압박 속에 북한으로 쫓겨나고, 유산 사실마저 대남 선동을 위해 공표되는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이 신선한 묘사 때문에 더욱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으니 바로 클럽M과 그 수장 존 마이어(윤제문 분)다.


세계 정치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국적기업으로 묘사되는 클럽M은 북한을 인간적으로 끌어안은 대신 '더킹 투하츠'가 탄생시킨 악의 축. 존 마이어는 세금 축내는 허수아비 왕실은 비교도 안 될 재력과 파워를 과시하면서도 왕가에 대한 열패감을 숨기지 않는 괴짜로 그려진다. 제가 진정한 왕이라고 이죽이면서, 그렇다고 왕가를 무시하지도 못한다.


윤제문이 전작 '뿌리깊은 나무'에서 왕조에 반대하는 밀본의 수장 정기준을 연기한 데서 착안, 클럽M이 곧 밀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지만, 그 둘의 동력은 반대다. 논리로 무장했으며 성숙한 확신범이었던 정기준과 달리 존 마이어는 군수기업의 이익보다 왕가에 대한 개인적인, 유치하기까지 한 반감으로 움직인다.


문제는 설정이 아니라 묘사다. 기괴한 마술을 선보이며 시도때도 없이 광기를 드러내는 존 마이어를 묘사할 때면 '더킹 투하츠'는 여지없이 판타지로 점프하는 느낌이다. 번드르르한 저택과 백인 수행원으로 그럴듯한 분위기를 낼 뿐, 실제로는 방 안 의자에 앉아 마술쇼를 하고 호통을 치는 데 그친다. 그리고 중간과정은 생략된 채 그가 벌인 소동의 결과만 나온다. 골방에 앉아 세계정복을 외치는 SF 블록버스터 속 악당이 떠오른달까. 윤제문의 열연만으로 소름끼치는 위협을 만드는 건 역부족이다.


북으로 간 항아가 유산하고, 그녀를 찾아 결국 북한으로 가는 초강수를 쓴 재하가 위기에 빠진 '더킹 투 하츠'의 지난 12회는 시청률이 반등하며 수목극 2위로 올라섰다. 긴장감 넘치는 남북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스케일 다른 거대 군산복합체가 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와야 할 때가 아닐까. 그 둘의 쫀쫀한 연결고리를 찾는 게 '더킹 투하츠' 제 2막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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