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김지원·정수정, '상속자들' 3女캐릭터열전

하이틴 드라마 '상속자들' 속 여고생들의 존재감, 남학생 못지않다.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 제작 화앤담픽쳐스)이 캐릭터가 뚜렷한 인물들이 고등학교에서 부딪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인물들의 존재감으로 '상속자들'은 수목드라마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고 있다. KBS 2TV '비밀'이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1위 수성도 멀지 않아 보인다.

"유치하다", "오글거린다" 등 일부 시청자들의 자조 섞인 반응조차 '상속자들'만의 매력으로 느껴지고 있다. 고교생들이 겪어나가는 사랑과 갈등, 출생의 비밀 등은 사춘기 10대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시청자들은 이에 절묘하게 빠져들고 있다.

특히나 여고생들의 존재감은 김탄(이민호 분), 최영도(김우빈 분)의 신경전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뇌리를 스치게 하고 있다. 가난한 캔디 이미지의 차은상(박신혜 분)과 '깍쟁이' 스타일의 이보나(정수정 분), 악질 여고생 유라헬(김지원 분) 등은 각자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 김탄·최영도 움직이게 하는 차은상, 존재 자체가 무기다

가난한 집안에 말 못하는 어머니를 뒀지만,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재벌 고등학교에 들어온 차은상.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캔디형 캐릭터다.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에 대해 뒤에서 쑥덕거리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결코 이에 굴복하지 않는다. 당연히 친구는 많지 않지만, 자신만의 능력을 가지고 버티기에 주변 학생들은 이를 점차 무시하지 못한다. 역시나 예상 가능한 그림이다.

어찌 보면 차은상이라는 캐릭터는 존재 자체가 무기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걸 스스로 알면서도 악바리처럼 위기에서 벗어낫다. 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물론, 전학을 가면 되지만, 드라마에서 차은상이 전학을 갈 상황은 당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탄은 이미 차은상을 좋아하고 있고, 최영도도 약자를 괴롭히려고 관심을 가졌다가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차은상 스스로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미 로맨스는 시작됐다.

◆ 유라헬, 착한 본성은 있기는 한 거니?

유라헬 역시 전형적인 악질 여고생 캐릭터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못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소녀다. 기분 나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털고 간다. 김탄과 약혼한 사이이지만 사실상 별로 의미가 없고, 엄마는 느닷없이 새 아버지를 데려왔다. 악질 본성의 배경만 보면 이해가 간다만, 그래도 가끔 심하다.

눈엣가시 차은상이 자기 주변에 있는 것은 유라헬에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처음 만났을 땐 "어디 급도 안 되는 것이.."라는 표정으로 무시하고 막말했다. 하지만 이젠 그녀도 조금씩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탄과 최영도가 차은상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유라헬이 눈물을 머금고 착한 본성을 드러내는 순간을 볼 수도 있다. 드라마 속 악녀가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에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물론 현재는 아니다.

유라헬. 아직은 악녀다.

◆ 이보나, 귀엽다! 사랑스럽다! 예쁘다!

깍쟁이 캐릭터다. 투덜거리고 짜증내는 모습만 봐도 설렌다. 훈남 남자친구 윤찬영(강민혁 분) 앞에서 징징거리는 것도 미소 짓게 한다.

과거 김탄의 전 여자친구로서 학교로 돌아온 김탄에게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리면서 복수를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김탄의 눈은 차은상에게로 가 있다. 여기서도 차은상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녀만의 이미지는 '상속자들'을 빛나게 하는 요소다. 다만 그녀만의 눈에 띄는 사연은 아직 없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쁜 그녀가 남다른 아픈 사연을 전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것 같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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