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의 초반부를 이끈 인물이 이인임(박영규 분)이라면, 중반부 시청률 상승을 이끈 인물은 단연 정몽주(임호 분)였다. 정몽주는 뚝심 있는 지략가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보여줬던 인물. 여기에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까지 더해 이성계(유동근 분)와 정도전(조재현 분) 모두에게 "함께해 달라"고 강력한 제안을 받을 만큼 매력 넘치는 정치인으로 그려졌다.
지난 반년 이상을 정몽주로 살았던 임호도 이런 정도전의 매력에 끌렸다고 했다. 반년동안 정몽주로 살아왔던 임호에게 정도전의 매력을 들어봤다.
◆ "정몽주는 단순한 선비가 아니였어요."
임호는 "'정도전' 출연 제안만 받고, 역할은 정해지지 않았던 시점에 시놉시스만으로도 정몽주가 매력적이었다"며 "제가 먼저 '정도전이 하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전까지 알려졌던 정몽주는 그저 꼿꼿한 선비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담대하고, 정치적 수완도 좋았던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제가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때문에 "정몽주를 잘 부탁한다"는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임호는 "뛸 듯 기뻤다"고 말했다. '정도전'에 막바지에 합류한 탓에 준비 시간도 촉박했지만 "힘들지 않았다"며 '정도전'을 처음 시작할 때 설렜던 맘을 말했다.
"원래 배역을 고민하고 준비할 때 어떻게 중심을 잡고 갈 것이냐를 고민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 돼요. 그렇지만 '정도전'의 정몽주 같은 경우엔 이미 시작도 하기 전부터 어떻게 할 지 나름 정리가 된 상태라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참 많은 책과 자료를 주셨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맞구나'란 확신을 갖게 됐죠."

◆사극 거장 부친 임충 작가 "그동안 보여줬던 그런 것은 그리지 마라"
'야망', '미망', '대왕의 길', '홍국영' 등을 집필하며 사극의 대가로 알려진 부친 임충 작가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사람들이 사극을 만들어진 드라마로만 접했을 때, 자료 조사부터 손으로 일일이 써내려갔던 대본, 그 대본이 영상화된 드라마를 보며 자란 임호다. 정몽주를 연기하기에 앞서 임충 작가를 만났을 때에도 "그동안 보여줬던 그런 것은 그리지 마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워낙 사극을 많이 써오셨던 분이니 정몽주의 본래 모습을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정몽주 선생은 유약하고 부드러운, 우리가 알고 있는 선비 이미지가 아니다'고 강조하셨죠."
때문에 임호가 꼽은 '정도전'의 명장면도 선죽교에서의 죽음이 아닌 이성계, 정도전과 각각 가진 마지막 면담이었다. tvN 'SNL코리아'에서 패러디될 만큼 명장면이라 꼽힌 선죽교 장면은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였다"며 "정도전과의 면담에서는 정몽주의 정서, 이성계와의 마지막 대화에서는 정치관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 "왕 전문 배우? 이제는 현대극도"
임호는 유동근, 조재현, 박영규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마음껏 연기하고, 바라던 대로 새로운 정몽주를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임호는 "이제는 현대극으로도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1993년 KBS 1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4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정도전'을 비롯해 '장희빈', '대장금', '광개토태왕', '대조영' 등 사극이기 때문. "왕 전문 배우"라는 애칭이 나온 것도 유달리 왕과 왕자를 많이 했던 임호의 필모그래피와 무관하지 않다.
"제가 사극보다 현대물을 더 많이 했거든요.(웃음)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고 준비한 작품도 많았는데, 아직 운 때가 오지 않았나 봐요. 이제 사극처럼 현대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현대극과 사극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미지를 심어드리고 싶어요."
김소연 기자sue719@mtstarnews.com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