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욕과 호평이 공존했던 2015년 SBS 상반기 드라마였다. 출연자 논란 속에 조기 종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고, 매회 잔잔한 화제성을 통해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른바 대박 흥행 작품은 없었지만, 여러모로 존재감은 있었다. 물론 좋은 뜻만 담겨진 건 아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희비가 엇갈렸다. 대체적으로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에 더 무게를 두고 평가를 받는 분위기 속에서 각 작품들의 성적은 다양했다.
이태임의 중도 하차 및 출연자 캐스팅 잡음 등으로 방영 내내 홍역을 치른 주말극 '내 마음 반짝반짝'은 극 내용을 잊게 만들 정도의 화제성을 일으켰고, 갑을 관계를 절묘하게 파헤친 '풍문으로 들었소'는 안판석PD-정성주 작가 콤비의 힘을 다시 느끼게 했다.
◆ '내반반'의 굴욕..주말극 반전 언제 이어지나
'내 마음 반짝반짝'(이하 '내반반')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갑질'에 대응하는 세 자매의 착한 성장기를 표방, 지난 1월17일 첫 방송됐던 '내반반'은 SBS 제작진 내부의 야심찬 준비 속에 방송됐다. 하지만 '내반반'을 둘러싼 부침은 예상보다 너무 컸다.
악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오니 촬영 분위기도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앞둔 시점부터 문제는 터졌다. 주연을 맡았던 김정은, 김수로의 하차는 이후 제작사 측의 법적 대응 검토까지 이어지면서 고심을 더했다. 처음부터 출연진을 다시 짜고 들어가야 했다. 순탄치 않은 첫 발이었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존재감이 크지 않아 고심하던 와중에 극중 둘째 딸 역할을 맡았던 이태임의 촬영장 불참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2월 말 갑작스런 입원으로 촬영에 불참한 이태임은 자신이 함께 출연하고 있었던 MBC '띠 동갑내기 과외하기' 녹화 중 욕설 논란이 불거지면서 급격히 시선의 중심에 섰다. 이태임은 논란을 무릅쓰고 다시 극중 착한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더 이상 출연은 힘들었다. 욕설 논란 파문은 이태임의 연예계 활동 중단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내반반'은 이러한 여러 부침을 겪으며 기존의 50부작의 절반밖에 안 되는 회차로 극을 마무리해야 했다.
'내반반' 외에도 SBS 주말극은 암울했다. 주말 오후10시대 SBS의 시청률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내반반' 전작인 '미녀의 탄생' 역시 한예슬의 컴백으로 화제를 모았음에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와 맞물려 오후9시대에 편성된 SBS 주말극장은 결국 폐지를 결정, 예능 프로그램으로 편성을 이어가게 됐다.
오는 27일 첫 방송되는 하지원, 이진욱 주연의 '너를 사랑한 시간'이 SBS 주말극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 '풍문''펀치'의 메시지, 호평을 이끌다
주말극은 아쉬움이 컸지만, 미니시리즈에서는 그래도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역시 묵직한 메시지가 한몫했다.
안판석PD-정성주 작가의 '풍문으로 들었소'는 재벌 상류층 일가의 씁쓸한 단면을 속 시원하게 긁어내며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였다. 재벌가 제왕 한정호(유준상 분)로 대변되는 갑의 세력과 갈등하는 인물들이 그려내는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에 퍼진 갑을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점차 갑이 가진 본색이 무엇인지를 시청자들에 전달하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갑으로 대변되는 한정호가 돈과 권력을 앞세워 을을 압박해 얻어낸 결과물은 법적인 우위밖에 없었다. 그리고 을은 이를 포기한 대신 행복과 결속력을 택했다. 갑과 을이 추구하는 바에 대한 안판석-정성주 콤비의 명확한 메시지였다.
조재현, 김래원, 김아중 등이 열연한 '펀치' 역시 다시금 회자될 만한 드라마였다. 검찰 내부의 알력을 치열하게 그린 '펀치'는 각 인물들의 처절한 속내를 다각도에서 그려내면서 긴장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박정환(김래원 분)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비리 검사 이태준(조재현 분)과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박정환 아내 신하경(김아중 분)과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이 극 막판 펼쳤던 존재감은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상대를 향해 잽을 날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펀치를 날리지만 맞는 사람은 결코 KO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구도를 통해 스릴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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