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의 여왕. 불패신화. 바로 하지원에 따라다니는 수식어구다. 드라마에 그녀만 떴다하면 승승장구다. 하지원이 여주인공을 맡는다고 하면 일단 믿음이 간다. 연기력, 재미, 작품성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 그녀가 했던 수많은 히트작들이 그걸 증명해주니까. 그녀가 오랜만에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남자 주인공은 또 누구인가? 여자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배우 이진욱이다. 그윽한 눈빛과 허스키함이 묻어나는 깊은 목소리로 무장한 연기는 달달한 로맨틱의 진수를 보여준다.
'믿고 보는 배우'와 '믿고 빠지는 배우'가 만났으니 '너를 사랑한 시간'의 시청률은 뭐, 이미 따 놓은 당상이다. 그런데, 어라? 이게 웬일? 경쟁사 드라마에 맥을 못 쓰면서 성적이 영 시원찮다. 거기에 계속 된 작가교체까지. 어찌 보면 펑크 나지 않고 매회 방영되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정도다.
'너를 사랑한 시간'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남녀의 이야기다. 남녀의 우정은 존재하는가? 사랑과 우정사이 등으로 수 십 년 동안 이어져오는 오래 된 남녀의 미스터리한 문제. 썸이냐, 우정이냐로 한 번쯤 고민해 본 적이 있는 남녀라면 누구에게나 궁금한 문제. 그들에게 남자사람친구와 여자사람친구가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이야기는 너무나 대중적(?)인 주제다. 다시 말해, 그만큼 시청자에겐 공감 가는 드라마 소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드라마에 꼭 필요한 건? 로맨스다. 그걸 좀 더 구체화시키면, 설렘, 달달함, 애틋함, 밀고 당기기, 아슬아슬하고 간질간질한 썸타기 등의 세밀한 감정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이런 디테일한 감정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래 된 친구인 하지원과 이진욱, 그들 사이를 애매모호하게 갈라놓는 윤균상과 추수현, 이렇게 네 명의 등장인물들은 있다. 그런데, 얽히고설킨 삼각관계들에 앞서 말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오고가야 하는데, 미안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감정은 없고 액션만 있을 뿐이다. 서로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밥 먹었다가 데이트했다가 하며 액션들은 있지만, 그들 사이에 미묘한 감정들이 오고가는 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왜 우는지, 왜 질투하는지, 왜 호감을 느끼는지, 그 섬세한 감정들이 표현이 되지 않으니 드라마가 밋밋하다.
신도 계속 바뀌고, 액션도 계속 있지만,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 드라마. 분명히 연기를 하는 건 맞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 드라마. 마치 재연 프로그램에 같은 느낌마저 든다. 상큼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인데, 공감 100%가 충분할 소재인데, 거기에 하지원, 이진욱이란 배우들이 주인공인데, 이런 결과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만약 처음부터 케이블채널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의 작가가 집필했다면 어땠을까? '로맨스가 필요해'는 딱히 신의 움직임이나 특별한 액션들은 없었다. 그저 집, 카페, 동네 등의 단순한 배경만으로도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들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특별한 행동이나 수많은 조연들 없이도 남녀 간의 설렘, 밀당, 애틋함 등으로 마치 시청자가 연애당사자가 된 듯 한 감정마저 들게 했다. 로맨틱 드라마란 이래야 하는 게 아닐까? 액션보단 감정이 살아나야 하는 게 아니냔 말이다. 누가 누구를 만나고 헤어지고 데이트하는 단선적인 움직임은 중요하지 않다. 영혼이 들어간 감정들이 중요하다. '너를 사랑한 시간', 앞으로 종영까지 몇 회 안 남았다. 작가진도 교체되었다. 남은 동안, 제발, 남녀 간의 그 로맨틱한 감정들이 되살아나길 간절히 바란다.
? 배우, 원작, 소재 등의 좋은 재료들로 제대로 요리를 못하는 느낌! 그래서 제 별점은요~ ★★☆ (2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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