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통해 만난 최무성(51)은 드라마에서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머리와 수염은 인터뷰 때까지는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염을 깎으면 드라마와 너무 달라 보일까 봐 염두해서 수염을 남겨뒀다"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최무성은 '녹두꽃'에서 녹두장군 전봉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전봉준은 동학 농민항쟁을 이끈 영웅이자 시대의 고뇌를 온몸으로 껴안은 전라도 고부군의 동학 접주로, 혁명의 결기를 가슴에 품은 인물이다.
최무성은 "물론 인생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간 작품을 하면서 잘 소화해야 한다는 공포심을 느낄 정도로 역할은 없었는데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역할이다 보니 많이 부담됐다. 그랬지만 작품을 잘 끝마쳤다는 점에서 '인생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전봉준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최무성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 '녹두꽃'이 종영했다.
▶드라마 보신 분들이 역사 사실에 대해서 감동이 컸다고 많이 하시더라. 저도 역사 사실에 중심이 되는 인물이라서 영광이었다. 반응이 기뻐서 좋고 기쁘고 뿌듯하다. 감독님과 작가님과 배우들과 의기투합도 좋아서 즐거웠다. 이런 작품을 또 하고 싶다.
- 처음 전봉준을 제안받고 어땠나.
▶첫 번재는 뿌듯했고 지나고 나니 두려웠다. '욕 많이 먹겠다' 싶어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불안하고 공포심도 조금 있었다.
- 전봉준 모습을 구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덩치 차이가 나서 똑같이 구현한다기 보다 작가님이 저를 선택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그걸 믿고 그냥 갔다.
- 체중감량을 했다고 들었다.
▶105kg까지 나갔다. 그 후에는 질려서 안 봤는데 85kg 까지 뺐다. 사실은 더 못 뺐다. 처음에는 운동하면서 식단 조절햇는데 지방촬영하면서 운동할 시간도 없고 힘들다 보니 따로 못 햇다. 처음에 85kg를 만들어서 봤을 때에도 몸집은 어떻게 못 하겠더라. 그러니까 대사라도 잘 소화하자 싶었다. 처음에도 사실 전봉준이 부담돼서 물어봤다. '내가 해도 되는 거냐' '녹두라는 게 작은 체구를 얘기하는 건데 괜찮겠냐' 그랬더니 '조금 구부정하시면 작아지지 않겠냐'고 농담하시더라. 그냥 작가님의 믿음에 부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부담감을 어떻게 덜었는지 궁금하다.
▶빈말 아니고 작가님 필력이 너무 좋으셔서 그걸로 부담을 덜어냈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흥미를 갖고 봤다. '무슨 대사가 나에게 주어질까' 하면서 기다려졌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봉준이 백이현(윤시윤 분)에게 '내가 죽어야 네 형 같은 의병들이 투지가 더 생긴다'라고 하는 대사다. 이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다 싶었다. 죽어서까지 죽어서도 끝까지 한 번 가보자는 의미인데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목숨은 본능인데 본능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해버리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어떻게 대사를 소화할까 고민을 했는데 이미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대사를 담담하게 연기했다.
- 시청률이 아쉽지는 않았나.
▶시청률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시청률을 떠나서 반응들이 뜨겁다고 생각한다. 종방연 때 '지금은 모르겠지만 시간 지나면 어느 순간 이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울컥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라고 본다. 그게 이 작품의 힘이라 생각한다. 의미가 깊었기에 자부심을 크게 느끼고 있다. 천천히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 전봉준 역할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
▶어느 역할이든 현장을 중요시한다. 50프로 정도만 염두에 둔다. 대본을 보고 '좋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현장 가서 현장의 디렉션이나 분위기를 보고 배우들과의 합을 보고 결정한다.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료, 나와 있는 대본에서의 대사의 느낌을 가지고 가서 현장에서 발 빠르게 판단을 했다. 그 신마다 감독님의 욕구가 있어서 그때마다 판단해서 연기를 한다. 이게 제 스타일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미리 만들어놓으면 자기 독설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많이 열어둘수록 좋은 것 같다. 제가 많이 정해두면 상대 배우, 감독님이 당황스러울 수 있고 제 자신도 스스로 당황스러운 순간이 생길 수 있다.
- 개인적으로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궁금하다.
▶녹두꽃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다. 제 연기는 아니지만 정석씨가 되게 멋있게 나왔다. 또한 폭죽 쏘면서 우는 장면에서 진짜 울음이 많이 났는데 억지로 참았다. 인간적인 갈등이 심해서 지문에도 전봉준이 운다고 돼 있었다. 그런 지문은 한 번 밖에 없었는데 기억에 남는다. 감정이 끓어오르는 걸 참으면서 연기를 해서 기억에 남는다. 전봉준이라는 인물이 큰일 하는 사람이라도 인간적으로는 무너질 때도 있겠다 싶었다. 그 상황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어땠나.
▶조정석 씨가 연기하는 자세가 너무 좋다. 인성도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주인공이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항상 촬영장에서 웃고 다녔다. 조정석 씨가 연기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신뢰가 가서 함께 연기를 하는 게 즐거웠다. 연기를 하다 보면 중요한 장면에서 긴장을 할 수도 있는데 상대 배우의 표현에 집중하고 정직하게 잘 맞는 호흡을 보여줘야지 생각했던 것 같다.
-촬영 현장은 어땠나.
▶작품을 하면서 '녹두꽃'처럼 합심해서 찍은 적은 처음이었다. 다들 역사적 사실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다. 그런 부분에서 다른 작품들과 의미가 남달랐다. 책임감도 있고 울림도 있는 작품이었다
-댓글을 보는지 궁금하다.
▶공부가 되는 부분도 있다. 배우가 자신에 대하 관심은 가지는 게 맞다고 본다. 대중들이 어떤 평가를 하는지 관심 안 가지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댓글에 집착하지는 말아야 한다. 집착한다는 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다. 안 좋은 얘기라도 들어야 하는 건 들어야 한다.
-이번 작품 하면서 인상적인 댓글이 있나.
▶전봉준 얼굴 너무 크다, 부은 거 아니냐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밑에 내리면 '싱크로율 최고다'는 반응도 있더라. 제가 봐도 덩치가 크긴 컸다. 그래서 일부러 낮은 자리에 서고 그랬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역에서 의인으로 변해가는 필모그래피가 변해가고 있다.
▶나한테 합당하다고 생각해서 주는 거라 생각해서 고맙게 받아들인다. 다른 여지가 주어지면 그것에 대해서 또 도전을 해봐야겠다. 배우가 어느정도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어떤 역할을 받냐 보다는 어떻게 소화해야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굳이 이야기하면 백수, 게으른 사람해보고 싶다. 그런 사람을 통해서 사회도 보이고 가정도 보이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인간만 보이면 재미없고 탄탄하게 세상을 그려가는 작품 안에서 전봉준은 명분과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인데 뒤처져서 고민하는 사람도 재밌을 것 같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고민들. 요즘 안 해본 것들, 재밌는 거 하고 싶다. 세상을 그리는 데는 여러 인물이 필요하지 않나.
-배우로서 신념이 있나.
▶배우가 '연기가 좀 되네'라고 생각하면 끝난다고 생각한다. 항상 자기 연기에 대해 쑥스러워 할 필요가 있다. 겸손할 필요도 없고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연기를 하다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계속 하는 게 내공이 쌓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기라는 게 백점 짜리도 없다. 어떤 사람은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 등 기준이 다 다르니까 안심하면 안된다. 계속해서 이 임무를 잘 표현해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