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채영(33)이 여름아 부탁해'를 통해 악역 연기의 한 획을 그었다. 대중들은 그에게 '국민 악역'이라는 호칭도 붙여주기도 했다.
이채영은 지난 25일 종영한 KBS 1TV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극본 구지원, 연출 성준해)에서 주상미 역을 맡았다.
주상미는 병원장의 딸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물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동이 모두다 옳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악독했다.
하지만 이채영은 자신이 연기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다. 가족드라마이기에 더 악독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채영에게 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맡은 이력이 있다. 이채영은 지난 2014년 KBS 2TV '뻐꾸기 둥지'에서 이화영 역을 맡아, 악역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너무 열정이 과해서였을까. 이 당시에는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5년 후에는 비슷한 캐릭터로 호평을 받으며 성장했다.
세월이 지날수록, 연기력도 함께 상승하고 있는 이채영. 그는 앞으로 더욱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한다. 누구보다 연기 열정이 뛰어난 이채영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여름아 부탁해' 종영 소감을 알려달라.
▶굉장히 긴 시간 동안 큰 사고 없이,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7개월 동안 대장정을 마칠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많은 공부가 됐던 작품인데, 종영을 맞이해서 섭섭한 마음도 든다.
-'여름아 부탁해'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제가 어릴 적부터 저를 많이 도와주시던 카메라 감독님이 KBS에서 찍는 마지막 작품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과거 '뻐꾸기 둥지'에서 악역을 했을 때에는 무서웠다. 세월이 흘러 '이런 것을 털어버리고 재밌게 작품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그것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여름아 부탁해' 주상미는 누구보다 악독했다. 어떤 노력을 했나.
▶주상미의 성향이 저와 다른 부분들이 많았다. 사실을 제가 겉으로 당당해보여도, 제가 미움을 받는다고 느껴지면 주눅이 드는 성격이다. 하지만 주상미는 그런 부분이 없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더 도도하고, 까칠하고, 새침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여름아 부탁해' 촬영 이후 아쉬운 점은 없나.
▶아무래도 가족드라마이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연기의 에너지를 더 쓰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비슷한 역할이 다시 주어지면, 그때에는 에너지를 다 분출해, 더 악하게 하고 싶다. 조금 더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의 악역을 만들고 싶다.
-'여름아 부탁해' 주상미는 누구보다 감정 기복이 많았다. 힘든 점은 없었나.
▶정말로 감정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에 힘들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감정 기복이 있었기 때문에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이 화내는 장면에서도 정도의 차이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여름아 부탁해' 주상미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
주상미는 오히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이기적인 현대인의 이면이라는 느낌도 있었다. 소시오패스처럼 죄책감 없이 행동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런 악한 행동들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해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상미도 반성했기에,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름아 부탁해' 캐릭터들이 너무나 꼬여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저희는 시놉시스를 보고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재밌게 다가왔다. '정말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가장 가까워야하기도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해야한다. 많은 분들이 꼬였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다만 7개월 만에 이 모든 상황을 표현해야하는 드라마이기에 그런 반응이 나온 것 같다.
-'여름아 부탁해' 출연 이후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날 때, 많은 분들이 좋아도 해주시지만, 어려워하시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농담을 하면서 "너무 잘해. 못 됐어"라고 멘트를 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너무 힘이 됐다.
-'여름아 부탁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네티즌의 반응이 있다면.
▶어떤 분이 '이채영처럼 악역에 전념해 연기파로 가던가'라는 댓글을 남겨주셨다. 항상 저는 외모적인 부분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연기력을 갖고 예시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연예인이 아닌, 한 명의 배우로 봐주신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했다.
-2007년 이후 1년을 넘게 쉰 적이 없다. 쉬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하는 배경은.
▶사람의 성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1년에 한 작품을 한다고 해서, 체력이 힘들지는 않다.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시청자분들이 만족하지 못했을 때 정신적인 어려움이 더 크다. 그래도 1년에 1번은 어딘가에 쓸모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자신의 연기 생활을 돌아본다면 어땠나. 슬럼프는 없었나.
▶그동안 능력은 별로 없었지만, 상황에 따라서 충실하려고 했다. 그것이 꾸준한 작품 활동을 만들었다. 20대 때에는 막연히 연기가 커다란 산처럼 보였다. 제가 감히 좋다고 달려들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아직 슬럼프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햇병아리같다. 만약 40살이 넘어서도, 제 연기가 지금보다 발전하지 않으면, 그때 슬럼프가 올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롤 모델을 꼽아달라.
▶윤여정, 故(고) 장진영, 김혜수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윤여정 선배님처럼 오래도록 유익한 배우가 되고 싶다. 장진영 선배님은 어렸을 적 닮았다고 들었는데, 선배님처럼 연기를 잘하고 싶다. 또한 김혜수 선배님처럼 인격과 품위를 갖춘 배우로 성장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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