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응답하라 1997'이 케이블 드라마사(史)를 새롭게 썼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은 데는 그 이전의 드라마들이 걸었던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개척'했다는 데 있다.
'응답하라 1997'은 불륜, 출생의 비밀 등 드라마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 먹고 있는 장치들을 제거하고, '추억'이라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살리며 눈길을 모았다. 케이블드라마도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수백 개의 채널이 난무하고 시청률 1% 성공이라는 틀에 얽매여있는 케이블TV에고 희망을 보여주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TV가 갈 길을 아직 멀다. 여전히 '구태'에 빠져있는 모습이 보인다. 타 채널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는 '따라 하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SBS E! '스타 뷰티쇼!'와 KBS 드라마채널 '뷰티의 여왕'이다. 이들은 온스타일 '겟 잇 뷰티'를 모방, '뷰티'라는 여성시청자들에게 핫한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첫 선을 보인 '겟 잇 뷰티'는 '당신의 뷰티 멘토'라는 콘셉트에 맞춰 MC 유진과 50명의 시청자들이 함께 하며 각종 뷰티 노하우를 전하며 실용적인 뷰티 가이드로서 여성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국내 뷰티 프로그램의 '원조'다.
지난 3월 첫 정규 방송한 '뷰티의 여왕'은 배우 박은혜를 메인MC로 홍석천, 김나영이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8월 첫 선을 보인 '스타 뷰티쇼'는 연예계 대표적 패셔니스타 서인영이 MC를 맡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겟 잇 뷰티'와 '뷰티의 여왕', '스타 뷰티쇼'는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같은 프로그램으로 오인할 정도로 비슷하다. 연예인을 MC로 내세워 진행을 맡기고 방청석에는 수십 명의 방청객들이 앉아 있다. 이들 방청객은 뷰티 고민을 말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뷰티 전문가들로부터 '솔루션'을 제시 받는다. 프로그램 특성 상 당연히 매회 당 다수의 뷰티 제품들이 노출된다.
특히 후발 주자인 '스타 뷰티쇼'는 '겟 잇 뷰티'의 '블라인드 테스트'와 비슷한 '뷰티 어워즈'라는 코너도 똑같다. 뷰티 제품에 대한 일종의 서열 매기기다. '스타 뷰티쇼'는 "너무 따라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10일 5회에서는 '뷰티 어워즈' 코너를 방송하지 않았다.
그나마 '뷰티의 여왕'이 패널에 남성을 참여시키고, '블라인드 테스트'식 제품 평가코너가 없어 차별성을 노렸지만 '겟 잇 뷰티'의 전체적인 콘셉트와의 유사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뷰티 프로그램이 다 그렇지 뭐"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루는 소재가 같다고 해서 프로그램 자체도 같을 필요는 없다.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이 공히 방송 중인 연예정보프로그램 역시 '연예'라는 핫 아이템을 다루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뷰티 프로그램들처럼 판박이 프로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뷰티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천편일률적인 따라 하기식 프로그램에 쉽게 싫증낸다는 점을, '스타 뷰티쇼'와 '뷰티의 여왕'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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