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예능 프로그램은 올 한 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기야 - 백년손님'과 '정법 보물섬 in 사모아', 화제몰이 중인 '일요일이 좋다 -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5'(이하 'K팝스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이는 예능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줄 파일럿 프로그램의 부진 탓이 크다.
SBS는 한 해동안 다양한 파일럿을 선보였다. 그 중 '동상이몽 -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 '불타는 청춘'과 '썸남썸녀', '아빠를 부탁해'가 정규 편성됐지만 현재 '썸남썸녀'와 '아빠를 부탁해'는 종영된 상황이다. 그 많던 파일럿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 '동상이몽'·'불타는 청춘', 파일럿 전쟁의 '유일' 승자
'동상이몽'은 큰 기대 속에 시작됐다. 유재석과 김구라의 만남이라는 점과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석은 편안한 진행으로, 김구라는 독설의 아이콘으로 극과 극의 매력을 가졌다.
'동상이몽'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각자의 입장을 바라보며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출연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주를 이루기에 두 진행자가 활약할 부분은 조언에 그쳤다. 일반인 출연자의 고민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KBS 2TV '안녕하세요'와 유사하지만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각자 프로그램을 이끌어도 될 이들이 한데 모였지만 시청률은 기대 이하다.
살아남은 파일럿 중 진정한 승자는 '불타는 청춘'이라 할 수 있다. '불타는 청춘'은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년 스타들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냈지만 이미 '룸메이트'에서 한 차례 스타들이 친구들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기에 포맷의 신선함이 덜했다.
하지만 중년 스타들의 친구 찾기는 유효했다. 중년 스타들은 서로를 향한 벽을 금세 허물었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평균 연령이 올라간 만큼 그들은 성숙한 감정들을 끌어냈다. 김국진과 강수지 등의 러브라인도 사랑받고 있지만 중년 스타들의 우정 쌓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불타는 청춘'은 현재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과 엎치락뒤치락 시청률 대결 중이다. 국민MC 강호동이 버티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이기에 '불타는 청춘'의 사실상 승리라 볼 수 있다.

◆ '썸남썸녀'·'아빠를 부탁해', 파일럿 벽은 뚫었지만..
'썸남썸녀'와 '아빠를 부탁해'는 파일럿 중 정규 편성되며 시청자와 만났다. '썸남썸녀'는 채정안, 서인영, 심형탁, 김지훈 등의 솔직함을 넘어선 파격적인 발언을 선보였지만 대중들은 이미 스타들의 파격 발언에 익숙해진 터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썸남썸녀'는 시청률이 2%대까지 곤두박질치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아빠를 부탁해'는 첫 방송부터 이경규, 강석우, 조민기, 조재현 등 중년 스타들의 딸이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방송을 통해 조재현의 딸 조혜정, 이경규의 딸 이예림 등이 대중의 눈에 들기도 했다.
이후 조민기와 강석우 부녀가 하차했고 골프선수 박세리와 이덕화 부녀를 영입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예전만 못했다. MBC '아빠 어디가'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비교됐지만 그들만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아빠를 부탁해'는 조용한 종영을 맞았다.

◆ '심폐소생송'·'어머니가 누구니'·'18초', 익숙하거나 새롭거나
'심폐소생송'과 '어머니가 누구니', '18초'는 정규 편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진 파일럿이다. '심폐소생송'과 'K밥스타 - 어머니가 누구니'(이하 '어머니가 누구니'), '18초'는 처음부터 익숙함을 주고 시작했다. '심폐소생송'은 숨은 명곡과 그 곡을 탄생시킨 뮤지션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옥주현, 린, 정인 등이 출연했다. '심폐소생송'은 먼저 방송된 JTBC '슈가맨 - 투유 프로젝트'('슈가맨')를 연상시켰다.
'심폐소생송'은 곡에, '슈가맨'은 가수에 집중했다는 점이 다르지만 잊힌 명곡을 가수가 다시 부른다는 점은 같았다. 후발주자였던 '심폐소생송'은 '슈가맨'과 차별화에 실패했고 경쟁력을 잃었다.
'어머니가 누구니' 역시 박진영의 히트곡 '어머님이 누구니'과 유사한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K밥스타'도 자사 예능인 'K팝스타'에서 비롯됐다. 제목만큼 소재도 익숙했다. '어머니가 누구니'는 스타와 스타의 가족이 출연, 스타가 아바타 셰프가, 스타의 가족이 아바타 셰프의 조종사가 되어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었다. '아바타 셰프'는 새로웠지만 수많은 '쿡방'으로 피로를 느낀 시청자들에겐 외면받았다.
'18초'는 18초의 영상으로 네티즌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을 떠올리게 했다. 18초의 영상으로 조회수 대결을 펼친다는 포맷으로 '마리텔'과 구분 짓기는 성공했다.
다소 어수선한 포맷은 한계였다. 스타들은 18초만으로 네티즌의 관심을 끌 영상을 제작했고 스튜디오에선 이경규와 배성재 아나운서 등의 MC들이 스타들의 18초 동영상 제작기를 중계했다. 복잡하게 구성된 포맷은 되레 시청자와의 소통을 가로막았다. 엑소 찬열, 씨스타 소유 등의 스타들을 캐스팅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시청률로 연결되지 못했다.
파일럿의 부진으로 SBS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BS가 2016년에는 파일럿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예능 강자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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