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이스(GRACE, 24, 본명 김은미)는 지난 19일 인터뷰 장소에 힐이 10cm가 넘는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 "방송과 똑같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도 프로 같은 면모를 뽐냈다. 똑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혈관엔 뭔가 다른 게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스는 엠넷 여자 래퍼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3'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 16일 방송에서 아쉽게 탈락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레이스'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레이스는 랩보다는 화려한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머리 색깔은 매번 바뀌었고, 의상 또한 남달랐다. 래퍼 타이미는 이런 그레이스를 두고 "랩 못하는 거 알고 있지 않냐"며 "의상이랑 퍼포먼스 준비할 시간에 랩을 준비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언프리티 랩스타3' 9월 17일 방송). 그녀를 향한 '악플'(악성댓글) 또한 그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악플이요? 악플 달리는 것도 전 행복해요. 악플이 많을수록 저한테 관심을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스타일보다 실력을 키우라고요? 다음 앨범 보시면 알 거예요. 하하하. 자신있어요."
성격이 긍정적인 것 같다고 했더니 "긍정적이어야 긍정적으로 된다"고 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그 방향으로 따라가요. 그럴 바에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낫죠."
역시 다르다. '악플' 얘기는 접고 '언프리티 랩스타3' 얘기를 시작했다.
"우승 못해 아쉽지 않냐"고 했더니 "목표 자체가 이름을 알리는 것이었다"면서 "(단계를) 많이 올라가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단 "세미파이널, 파이널 무대를 생각하고 준비한 게 있는데 그걸 못 보여드린 건 조금 아쉽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감사하다"고 했다.
"감사해요. 저는 한국에 올 때 기간을 정해놨었어요. 5년이요. 그 안에 빛을 본 거 같아 이제 희망이 있는 것 같아요."
'언프리티 랩스타3'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첫 대면부터 쉽지 않았다.
"제가 사람을 처음 만나고 그럴 때 수줍음이 많아요. 처음에 '언프리티 랩스타3' 출연자들에 모였을 때도 정말 어색했어요. 말은 안 했지만 기가 엄청 눌렸죠. 다들 무서워 보였어요. 제가 첫 대면에 선글라스를 끼고 갔는데 뭔가 가리고 싶었어요. 무서워서요(웃음). 자이언트 핑크 언니랑 나다 언니가 특히 무서웠어요. 딱 센 언니요. 지내놓고 보니 좋은 언니들이었죠. 다 착해요. 센 사람은 없어요. 다들 우승하고 싶으니까 그러는 거죠. 그 자리에서는 저도 나쁘게 되더라고요. 이기고 싶어서요."
제일 힘든 건 부족한 시간이었다.
"짦은 기간 안에 음악, 가사 모든 걸 짜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시간이 분명히 걸리는 거거든요. 힘들었지만 또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딘 프로듀서 미션은 기억에 특히 남아요. 시간도 짧았지만 놀러 갔는데 잠도 못 자고 미션 하라고 해서 괴로웠어요. 제일 즐거운 미션은 제일 첫 미션이었죠. 4마디밖에 없어서 실수해도 티도 안 나고, 뮤직비디오 찍는 거라 막 꾸미고 이러는 게 즐거웠어요."
그레이스는 이번 '언프리티 랩스타3'에서 영구 탈락을 두고 세 번의 데스 매치를 겪었다. 두 번은 살았고, 한 번은 끝내 탈락했다. 두 번 산 것도 쉽지 않은 것. 이를 두고 미료는 디스 배틀에서 "좀비"라고 평하기도 했다.
"좀비, 맞는 말이에요(웃음). 디스 배틀은 힘들지 않았어요. 솔직히 디스 배틀을 하는 순간 3분 동안 그냥 그 사람에 대해 온갖 욕을 하고 싶죠. 그런데 끝나면 그런 감정이 없어져요. 근데 져서 서운했어요. 하하. 그 사람이 나한테 욕하고 올라가니까 억울했죠. 지금은 근데 서운하거나 억울한 감정은 없어졌어요."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경쟁자들은 친해졌다.
"다들 친해졌어요. 그중에서 전 유나킴, 나다 언니와 제일 얘기를 많이 해봤어요. 유니캄은 영어도 하니까 편하더라고요. 나다 언니는 성격이 되게 '프리'해요. 뭔가 달랐어요. 많이 친해지게 되더라고요. 탈락했어도 연락은 하고 지내요. 아이스크림 먹자, 이러죠(웃음). 아직 방송이 다 안 끝나서 막 어울려 놀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누가 우승할 것 같냐"고 묻자 전소연을 꼽았다.
"전소연에게 1표를 줘야 할 것 같아요. 뭔가 제일 에너지가 밝고 좋은 에너지가 제일 많아요. 대결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요. 나다 언니는 2등이요. 소연이가 팬이 많아서 그걸 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탈락이 아쉽기는 해도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특히 '디스 배틀'이 약이 많이 됐다.
"누가 저한테 뭐라고 해도 꿈쩍도 안 하게 돼요. 디스 배틀을 겪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한국어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게 힘들었어요. 뉘앙스를 못 살리니까요. 그래서 욕을 일부러 안 넣었어요. 제가 '씨X' 하면 안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레이스는 미국 뉴욕 출신이다. 학교(뉴욕주립대)를 다니다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 5년 전이다.
"부모님은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오는 걸 정말 반대하셨어요. 남들처럼 좋은 대학 가서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게 안되더라고요. 9, 10살 때부터 꿈이 있었거든요. 사실 뜬금없는데 '반지의 제왕2'를 보다가 어떤 장면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음악, 영화에 관심이 생겼어요. 리브 타일러가 나오는 장면으로 기억해요. 그냥 나도 저거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었을 거예요. 뭔가 설명하기는 힘들어요. 영상 만드는 게 재밌겠다에서 시작해서 음악으로 흘러간 거 같아요."

하지만 가수의 꿈을 이루는 건 쉽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2년 정도 했어요. 그런데 데뷔는 못했어요. 당시 회사를 나와서 다시 제 길을 찾고 있었죠. 그러다 '언프리티 랩스타3'에 나가게 됐죠. '언프리티 랩스타3' 전까지는 일이 안 풀려서 아예 미국으로 돌아 갈까도 생각했어요. 되는 게 너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음악이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다시 음악을 시작하게 됐죠."
래퍼 서바이벌에 도전했지만 그레이스 음악의 시작은 노래였다.
"처음에는 노래로 시작했어요. 알앤비를 좋아해서 어렸을 때는 제임스 브라운이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나 노래를 많이 따라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알앤비만 좋아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좋아해요. 힙합도 그래서 도전한 거고요.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어요."
'스타일'은 확실히 만든 셈이다.
"회사(YYAC)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제가 직접 스타일링을 했어요. 그러다 회사에 들어온 뒤에는 원하는 걸 스타일리스트에게 보여줘요. 이번에 머리 색깔을 많이 바꿨는데 염색은 아니고 초크로 칠한 거예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것, 오랫동안 쌓여 있었던 것을 이번에 다 스타일로 표현했죠. 제 머리 속에 이미 있는 것들이다보니 '언프리티 랩스타3'를 하면서도 많은 시간을 스타일에 쓰지는 않았어요."
확실한 스타일을 추구했던 그레이스는 그 인지도 역시 '언프리티 랩스타3' 전과 비교, 많이 올랐다.
"사람들이 알아보시면 기분이 좋아요. 정말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꿈이 이뤄진 것 같아요. 거기다가 음악뿐만 아니라 스타일까지, 모든 걸 받아주시니까요. '언프리티 랩스타3' 전에 활동할 때는 '미친X'이냐고 하시기도 하고, 집에 돌아가라 이러셨거든요. 저는 끝까지 제 꿈을 믿고 버텼어요. 가수 되는 걸 반대하신 부모님도 이번에 방송하는 걸 보시고는 문자메시지로 응원해주세요. '너 한테 욕한 애 누구냐'고요. 하하하. 탈락하고는 '수고했다'고 문자 보내주셨어요. 부모님도 몇 년 동안 걱정하셨던 게 풀리신 것 같아요."
그레이스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래서 지난 2월 첫 싱글 '아임 파인'(I'm Fine)을 내기 전까지는 모두 스스로 했다.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직접 휴대전화로 찍었다. '언프리티 랩스타3' 탈락 후에는 바로 음악 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2주 전 녹화에서 탈락했는데 바로 음악 작업을 했어요. 하던 음악이 있으니까요. 앨범을 내고 싶어요. 영상 같은 것도 많이 찍고 싶고요. 새 싱글에는 될 수 있으면 2, 3곡은 꼭 넣고 싶어요. 기본은 힙합인데 장르는 다를 수 있어요."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크러쉬님이나 자이언티님과 콜라보를 꼭 해보고 싶어요. 자이언티님은 곡이 너무 좋아요. 상상하는 게 달라요. 크러쉬님은 음악이 너무 좋아요. 목소리도 정말 좋고요. 같이 노래하면 좋을 것 같아요. 딘님도요. 딘 트랙을 딸 뻔했는데 놓쳐서 아쉽거든요. 다시 기회가 있으면 같이 하고 싶어요."
"'언프리티 랩스타' 다음 시즌에 다시 도전해보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다시요? 하하하. 생각 한번 해볼게요. 할 수도 있어요. 재밌어서 그렇게 나쁜 거 같지는 않아요. 육지담과 애쉬비는 멘탈이 정말 강한 사람들이에요."
그레이스 자신이 '마이 웨이'(My Way)를 걷는 가수로 기억되길 바랐다.
"제가 하고 싶어하는 걸 보여줘서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마이 웨이'를 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자신만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요. 평소에 조용한데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을 때 그냥 있지 말고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라고...이런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레이스만의 스타일과 음악으로요. 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천천히 보여드릴게요. 열정이 안에서 계속 끌어 올라요."
그러면서 앞으로의 그레이스에 기대를 부탁했다.
"앞으로 더 재미있고 멋있는 것 많이 보여드릴 테니 다시금 기억해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언프리티의 그레이스'가 아니라 '아티스트 그레이스'가 되고 싶어요. '언프리티 랩스타3'을 하기 전에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었고, 갈 길이 없어서 아르바이트고 하고, 엄청 헤맸는데 '언프리티 랩스타3'을 만나고 인생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의 그레이스는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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