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때 보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PD가 있다.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이하 '1박2일')의 새 메인 연출을 맡은 김성(35) PD의 이야기다.
김성 PD는 지난해 12월 중순 촬영을 시작으로 유일용 PD에 이어 '1박2일'을 이끄는 새 선장으로 나서게 됐다.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에 잘 맞을까 정도로 선해 보이지만 스스로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가 적성이라고 한다.
김 PD는 2012년 KBS 예능국에 PD(39기)로 입사했다. '위기탈출 넘버원'(2012년 2월~11월)의 조연출을 시작으로 '1박2일' 시즌2(2012년 11월~2013년 11월), '1박2일 시즌3'(2013년 11월~ 2015년 4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2015년 5월~2016년 3월)의 조연출을 맡았다. 이후 2016년 4월 '1박2일'로 복귀, 지난해 12월에 메인 PD가 됐다. 이만하면 '1박2일'과 인연은 필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인 PD'로 '1박2일'을 3개월째 이끌고 있는 김성 PD. 그를 스타뉴스가 만나 프로그램의 메인 연출을 맡게 된 소감, 멤버들(김준호, 김종민, 데프콘, 윤시윤, 정준영, 차태현)과 인턴 이용진에 대한 속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인 연출을 맡게 된 소감은 어떤가.
▶ 아직도 얼떨떨하고 두렵다. 언젠가 바랐던 일이기도 했다. 예능 PD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고 싶어 지원했었다. '1박2일'이 KBS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이기도 하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이렇게 하게 돼 좋다. 그리고 두두렵다.
-어느 덧 3개월이 됐다. 적응은 했는가.
▶ 지금까지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이제부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 '코미디 영화 감독의 목표가 9번의 웃음 끝에 1번의 감동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는 말을 어릴 때 접한 적이 있다. 저도 9번의 웃음 중에 1번의 감동이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 9번의 웃음 중에는 멤버들의 배고픔, 추위, 더위 등이 있지 않을까 싶다. 1번의 감동은 어떻게 만들어 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능 PD가 된 결정적 계기가 있는가.
▶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이청아, 전석호 등과 동기죠. 영화를 하려고 했었는데, 2007년에 서울시청에서 땅끝마을까지 시내버스로 가는 행사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우연히 1등을 했고, 이후 유럽까지 가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UCC가 유행할 때였는데, 어떤 상품 홍보를 해야 하니 제작을 해보라고 해서 하게 됐다. 런던에서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평화라고 하는 분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UCC 영상으로 1등을 해서 장학금을 받게 됐다. 친구랑 5 대 5로 나누고 난 후 런던에 갔다. 그 곳에서 사람들이 살아 있는 모습이었다. 저는 그 때만 해도 시나리오 만들어서 있을 법한 거를 해보려고 했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때 방송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당시 한국에 리얼 버라이어티가 붐이었는데, 그것과 맞물려서 버라이어티를 하려고 마음 먹게 됐다.
-버라이어티한 20대 시절을 보냈는데, 한 때 꿈이었던 영화는 이제 완전히 접었는가.
▶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당장은 '1박2일'이다. 그리고 버라이어티로 승부를 보고 싶다. 스튜디오 예능도 해봤지만 저랑 안 맞는다. '1박2일'처럼 밖에 나가야 된다. 적성이 딱 '1박2일'이다.

-'1박2일' 메인 연출이 된 후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앞서 메인 PD가 바뀌면 멤버들의 놀림, 도전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다들 좋아해줬다. 조연출 때 멤버들이 지나가는 말로 "네가 (메인) 해야지"라고 했었다. 메인 발령을 받고 난 후 멤버들과 만났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1박2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몰랐다. 그래서 더 고마웠고,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프로그램과 인연이 오래된 만큼 멤버들의 특성도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제작진 입장에서 요주의 인물로 손꼽히는 멤버는 누구인가.
▶ 정준영이다. 제작진의 의도를 잘 간파한다. 한 수, 두 수 더 나간다. 그런 게 재미를 만들어 가는 요소라 고맙다. 그러나 가끔 제작진 입장에선 당황할 때가 있다. 파놓은 함정을 미리 파악해서 피한다.
-정준영과 달리 큰 걱정없이 제작진의 함정에 잘 걸릴 것 같은 멤버도 있는가.
▶ 김종민이지 않을까 싶다. 잘 속아 넘어간다. '인간의 욕심에 대한 보고서' 촬영 때, 다른 멤버들은 예상보다 적게 먹었다. 그런데 김종민은 예외였고, 역시나 많이 먹었고 입수 벌칙에 당첨됐다. 앞으로도 큰 무리없이 잘 걸려들 것 같다.
-제작진에서 멤버들 중 누구를 함정에 빠트리고 싶어 하는가.
▶ 정준영이다. 제작진이 정준영을 이기면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를 속이려면 정말 정교하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진행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새 PD를 맞이한 '1박2일'. 올해 기획 중인 특집이 있는가.
▶ 리얼 버라이어티는 진지한 이야기도 쉽게 전달 할 수 있다. 제가 해보고 싶은게 독립운동 관련 이슈다.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 100여년 전에 어려운 선택을 하신 그 분들 덕분에 저희가 지금 잘 살게 됐다. 그런 이야기들을 다뤄보고 싶다. 특히 올해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숫자적인 의미도 있어서 해보고 싶다. 계획이고, 작은 소망이다.
-시즌1부터 '1박2일'에서는 전국 방방곡곡, 많은 곳을 찾아갔다. 지역 선정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올해 꼭 가려고 하는 지역이 있는가.
▶ 찾고 있는 중이다. 지역의 특색도 있고, 하나 뿐만 아니라 뭔가 연계되어 있어서 촬영을 이어갈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
-시청자 특집은 올해 볼 수 있는가.
▶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준비를 해야 된다. 추진해 보려고 생각 중이다. 하게 된다면 팀으로 시청자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하는 특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멤버들만 하는 특집도 시청자들이 굉장히 좋아하는데, 최근 게스트 출연이 잦았다. 게스트를 이용한 특집이 계속 되는가.
▶ 게스트 초대는 기획이 절묘하게 들어 맞을 때 하는 게 맞다. 늘 고민이고,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
-지난해 '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도 좋은 기획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고 또 한 번 프로그램상을 수상하고픈 목표가 있는가.
▶ 야구처럼 한 주 한 주 더 좋은 웃음으로 다음 베이스를 밟고 싶다. 그렇게 해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았으면 한다. 그 상은 시청자가 주는 상이니, 욕심이 있다.

-'연예대상'에서 대상에 대한 욕심을 암암리 내보이는 김준호도 올해는 대상 수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 김준호가 대상을 받으려면,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왜 저 사람이 대상이어야 하지?"라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시청자들이 김준호를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좋은 기획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김준호의 대상, 사람이 참 좋은데 잘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시청자들, 멤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 먼저 멤버들이 '1박2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됐다. 그런 멤버들의 열정, 노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메인 PD로 좋은 기획과 구성으로 열심히 하겠다. 시청자들께는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 있고, 또 저희가 간혹 재미 없을 수 있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 노력하는 모습을 잘 봐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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