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에서 허지웅이 혈액암 투병 당시 힘들었던 심정을 털어놨다.
1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비밀낭독회 - 밝히는 작자들'에서는 혈액암으로 투병하던 그 시절에 대해 털어놓는 허지웅의 모습이 담겼다.
유병재는 "사실 처음 프로그램 제의 들어왔을 때 작자라는 단어에 조금 놀랬다"고 말했다. 이에 허지웅은 "작자라는 게 안 좋은 의미로도 쓰이지만 글을 쓴 사람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을 때는 작자미상이라는 단어를 쓴다"라고 설명했다. '작자'란 글을 지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원희는 허지웅의 설명에 "이 분만 제대로 되신 거 같아요. 첫 모임인데"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의 첫 번째 작자는 배우 정영주였다. 정영주는 필명으로 피카소의 작품 중 하나인 '게르니카'를 사용했다. 정영주는 2008년에 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망치'를 공개했다. 이는 정영주가 성대 파열을 겪었던 당시에 썼던 글이었다.
정영주는 "목소리를 잃어버린 그 날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TV는 혼자 떠들고 소파와 한 몸이 된 채로 먹는 둥, 마는 둥, 사는 둥, 죽은 둥. '네 존재가 뭐였나' 따위의 질문은 이미 사치였으며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었던 건 세 알의 알약 뿐. 신기한 건 그렇게 먹지 못함에도 절대 야위진 않았다. 되려 욕망적으로 보였다. 본능이 징그러웠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모든 것에 손을 놓아버린 바람 빠진 헛헛한 꼬라지"라며 침착한 목소리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정영주는 목소리를 잃었던 심정에 대해 "절망적이어서 저를 놨다. 우울증 약을 먹었고, 집을 돌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영주는 아들의 따스한 손길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허지웅은 '백의의 천삼이'라는 필명으로 나온 한 간호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허지웅은 "간호사 분들은 진짜 위대한 분들이다. 암 병동에 있으면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많이 아프시다 보니까 그렇게 간호사 분들을 괴롭힌다. 인간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간호사 분들은 진짜 대단한 분들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허지웅은 자신의 글을 읽는 시간도 가졌다. 허지웅은 "망했구나. 세 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흘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이 부어서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엔 다른 사람이 있었고, 하루 종일 구역질을 하다가 화장실로 가는 길은 너무 높고 가파랐다. 살기 위해서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알약 스물여덟 알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 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 대로 아무에게나 빌며"라며 투병하던 상황에 대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허지웅은 "병동에서는 옆자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 사람의 죽음에는 드라마가 없다.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하다"며 자신이 느꼈던 점을 털어놨다.
허지웅은 투병 당시 혼자 모든 것을 견뎠다고 한다. 이에 양세찬이 "왜 아무한테도 얘기를 안 했는지?"라며 의문을 표했다. 허지웅은 "오지 말라고 했다.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한다. 모든 어려움은 혼자 해결해야 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분들이 꽤 많더라. 그런데 그런 성격은 고쳐야 된다"며 충고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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