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한 극장을 발칵 뒤집어질 정도로 놀라움을 주었던 공연이 있었다.
몸이 훤히 드러난 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무대에서 맨발로 구르고, 뛰고, 거꾸로 서는 등의 처음 접하는 퍼포먼스의 무대였다.
1960년대 현대무용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절제된 몸동작이 주를 이루는 전통춤만 보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연을 보고 놀라움에 심지어 야만인들의 춤이라는 무용계 원로들의 혹평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젊은 관객들은 달랐고 무대 위에서의 자유로운 몸짓과 표현에 환호를 했으며 큰 박수를 보냈다.
현재 명동예술극장 그때 당시에는 명동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을 펼친 이 단체는 공연 이후 ‘육완순 현대무용단’이라는 개인 명칭의 단체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우리나라도 개인 현대무용단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1971년 이화여자대학 동료 두 사람은 ‘김복희-김화숙무용단’을 창단하여 현대무용 창작의 작가주의로 독특한 작품 활동을 해오다 1991년부터는 ‘김복희무용단’ 단독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되었다.

1986년 세종대학교 최청자교수와 현대무용전공자들로 이루어진 ‘툇마루무용단’은 순수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적 정서를 현대무용에 접목시킴으로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국내와 세계무대에서 활동해온 무용단이다.
1986년 경희대학교 현대무용전공자들 중심으로 박명숙교수가 창단한 ‘요로무용단’은 이후 ‘서울현대무용단’으로 현재에 이르고 춤과 연극적 표현의 융합 작업을 실현해온 단체이다. 또한 1987년에 부산대학교 무용학과에서 정귀인교수와 현대 춤을 전공한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동인 춤 단체 ‘부산현대무용단’과 1988년 경성대학교 남정호교수가 현대무용단 ‘줌’을 창단했다. 1985년 부산지역 최초 동인단체인 ‘하야로비무용단’은 현재까지 실험적인 공연과 예술교육 활동을 해왔으며. 1980년 양정수현대무용단은 이후 밀레현대무용단으로 활동하였다.

2001년 설립된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 밀물현대무용단은 한양대학교에리카 이숙재교수가 주축이 되어 현대무용의 창작활동과 문예 진흥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발전 및 무용의 저변 확대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이정희 현대무용단’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일 때 창립한 단체로 고정된 극장의 무대 공간을 벗어나 도시의 거리와 생활공간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공연 활동을 해오고 있다.
1995년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장르와 학교의 벽을 허물며 창단한 부산최초의 독립 춤 단체로 ‘트러스트무용단’이 ‘사람을 중심으로 함께 나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교육과 공연활동을 통한 나눔 춤과 삶의 공동체를 열어가고자 설립되었다.
2000년 이후 현대무용 개인별 독립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특히 ‘현대무용협동조합’이라는 특수 단체 설립으로 현대무용 독립 안무가들의 결속력과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공연활동의 패턴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이렇듯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무용단과 개인이 만들어 활동하는 크고 작은 수많은 단체들이 춤을 좋아하고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힘겨움을 이겨내며 어디선가 창작의 고통에 매달리고 있다.
좋은 작품은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 훌륭한 작품 완성의 여러 요소 중 과거-현재-미래의 시간 속에서 각각 그 시대에서 힘겹게 활동해온 모든 무용인들의 활동 경험도 그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역량 있는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이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국내는 물론 한국의 현대무용이 국제적으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지금의 이 시점에서, 오늘날 현대무용을 대중들이 호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예전의 야만인들로 바라보는 시선을 이겨내며 한국의 현대무용을 이끌어온 분들의 모습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을 더해본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