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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C 개론] 37. K-LCC에 대한 거짓말 ③폐급 고령 조종사

[K-LCC 개론] 37. K-LCC에 대한 거짓말 ③폐급 고령 조종사

발행 :

채준 기자
/사진제공=제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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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C 도입기였던 2006년 초, K-LCC업계의 조종사는 60세 이상이 많아 위험하다는 얘기가 처음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K-LCC 태동 이전에는 두 항공사만 있었고 항공 대중화가 이루어지기 전이었으므로 굳이 조종사의 정년 연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K-LCC가 생겨나면서 급속하게 항공사가 늘었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조종사의 정년이 ICAO 규정에 따라 만 65세까지 연장되었다.


때문에 K-LCC 태동기에는 퇴직이 임박한 기존항공사의 50대 중후반 이후 연령층 조종사들이 일시적으로 K-LCC 업계로 이직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항공사들은 K-LCC업계를 공격하는 소재로 조종사의 나이가 많다는 점을 활용했다. 그리고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꽤 오랫동안 K-LCC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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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늘을 나는 파일럿의 정년은 몇 세일까? 전 세계 항공업계의 정책과 질서를 총괄하기 위해 1947년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 ICAO는 2007년 조종사의 정년을 65세로 정했다. 유럽연합(EU)은 이보다 10년 앞선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ICAO의 규정에 따라 2007년부터 조종사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우리나라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유난히 우리나라는 '60세 이상의 조종사는 위험하다'는 논란이 촉발됐다. K-LCC업계는 '60세 이상'이라는 표현부터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봤다. 논란의 촉발점인 '60세 이상'은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법적 정년을 넘은 60대 후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더불어 잠재적 불안감을 주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항공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항공진흥협회 발간 '포켓 항공현황'의 연령별 조종사 현황에서도 단순히 '만 60세 이상'으로 표현하는 등 잘못 해석할 여지를 주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60세 이상, 65세 이하'라는 전제를 깔아야 옳다. 우리나라에서 운송용 항공기 조종사 중 65세 이상은 없다.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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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의 나이보다 해당 조종사의 건강관리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조종사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매우 엄격한 관리와 법적 통제를 받는다. 항공법 시행규칙에는 신체의 피로도 등을 감안해 60세 이상 기장의 경우 6개월마다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연 1회 이상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조종기술 등의 운항자격심사를 받게 하는 등 매우 엄격한 절차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엄격한 규제와 절차를 거친 60세 이상~65세 미만 현직조종사는 역설적으로 웬만한 젊은이보다 건강지수가 훨씬 좋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또 중요 변경사항이 있는 지역, 노선, 공항을 운항하는 조종사를 대상으로 수시심사를 벌이는 등 조종사 자격과 관련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각 항공사별로 조종사의 피로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30~40년을 하늘과 함께 하며 세계 구석구석에 대한 우리의 꿈을 이루게 해준 이들의 '노련함'이 '60세 이상'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위험함'으로 분류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의 경우 2014년 6월 국토교통성에서 64세인 자국 조종사 정년을 추가로 1~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일본은 60세였던 조종사의 정년을 1996년에 62세로 연장했고, 2004년에 다시 64세로 늘린 후 10년 만에 또다시 정년 연장을 추진했다. 항공수요 증가에 따른 숙련된 조종사 인력 확보가 필요했고, 과거 정년 연장 이후 이들 60세 이상의 기장들로 인한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대신 조종사의 승무시간을 80%로 완화했다. 정년을 67세로 연장하면서 기준은 국내선만 운항하고 신체검사를 강화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건강과 체력 진단 항목을 늘리며 인력 부족을 대비하고 새로운 인력 충원까지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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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2007년 조종사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인 이후 2022년 의회에서 '경력 조종사 비행 촉진법'이라는 제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조종사 정년을 67세로 높이는 한편 65세 이후에는 반년마다 신체검사를 시행해 1급을 유지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년을 2년 늘리되 65세가 넘은 조종사가 신체 건강상 문제로 항공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점검체계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의 정년 나이를 늦추려는 각종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정작 조종사들은 더 이른 나이에 은퇴하기를 희망하고 실제로 많은 조종사가 해당 나이보다 더 일찍 비행기를 떠나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이 비율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전 세계 항공업계는 조종사의 나이보다 해당 조종사의 건강관리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항공안전의 더 중요한 요소는 66세의 건강한 조종사가 있을 수 있고, 59세의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건강하지 못한 조종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조종사의 나이는 항공인전의 척도가 아닌 지극히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정년연장과 고령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이다. 때문에 고령자 취업은 우리사회의 착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LCC업계의 조종사가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많아 위험하다는 일부 불순한 의도의 공격을 받곤 했다.



-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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