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CC 설립이 처음 시도되었던 2004~2006년 당시 국내 항공법은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정기항공운송사업자면허와 부정기항공운송사업자면허로 구분했다. 이를 편의상 정기항공사와 부정기항공사로 불렀다.
정기항공사 면허는 항공기 보유대수, 법인의 자본금 등에서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했다. 부정기항공사 대비 4~5배의 규모를 갖춰야 했다. 따라서 웬만한 준비와 규모로는 정기항공사 면허를 신청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정기항공사 면허를 보유해야 국제선 취항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K-LCC업계 1세대로 분류되는 2005년~2006년경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주항공까지 단 3개사 만이 정기항공사였다. 한성항공이 취득한 부정기항공사 면허는 국제선 운항은 안되고 국내선만 허용되는 조건이었다. 국내선도 전세기처럼 매월 정부에 신고해서 허가를 받아야 운항이 가능했다. 일종의 정기성 부정기 취항이었다.

이처럼 엄격하게 정기와 부정기로 항공사를 분류해서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기존사업자를 보호해 주었던 항공운송사업 체계는 2009년에 가서야 규제완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항공사 면허가 국제선, 국내선, 소형 등 3가지로 개편되었다. 즉, 항공사 구분에 FSC와 LCC 또는 대형항공사냐 아니냐, 아니면 LCC냐 아니냐로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K-LCC는 장거리 국제선을 가는 항공사도, 근거리 국제선만 가는 항공사도, 국내선만 운항하는 항공사도 모두 포괄한다. 국제적인 항공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LCC를 광의(廣義)의 개념으로 분류해서 소형 지역항공사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항공사를 구분하는 방식은 국제선, 국내선, 소형 등 법적 면허기준 보다는 아무래도 근거없이 '대형항공사'라 부르는 기존항공사(FSC), K-LCC, 소형항공사 등 세가지로 분류되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우리나라 정서법에 따른 K-LCC는 2023년 현재, 운항이 중단된 한 곳을 제외해도 대한민국 하늘길에는 '무려' 8개의 K-LCC가 운항중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이다. 그리고 재이륙을 준비 중인 플라이강원까지 합하면 9개나 된다. 플라이강원을 제외하면 이들 모두 코로나19에도 살아남았고, 그새 이스타항공은 또다시 주인을 바꿔 오히려 되살아났다.
기존항공사(FSC)와 동일한 수준의 국제선과 국내선 면허를 동시 취득한 9개에 달하는 K-LCC업계는 언제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그 시작은 2023년을 기준으로 봐도 불과 18년 전이다. 각 항공사별로 시작시점은 차이가 나지만 20년도 안된 세월 안에 항공사 설립부터 엄청난 파고를 겪었고, 그때마다 모든 위기를 극복해 냈고, 모든 K-LCC가 흑자를 낸 시절도 있었고,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융성기도 맛봤고, 이후 중국 사드가 터지고 일본 외교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3연타를 맞아 급격히 쇠퇴기에 빠져드는 처절한 경험도 했다.

9개사가 있는 K-LCC업계는 전 세계에서도 이례적일 만큼 정말 많다. 전 세계에서 LCC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인 셈이다. 국가 차원에서 LCC 설립을 지원하거나 부추긴 적도 없고, LCC 경쟁력을 위한 특별한 정책적 배려도 없었다. 게다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토의 지리적 조건은 항공사의 과밀을 낳을 형편이 못된다. 미주나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조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적합하고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수의 K-LCC를 양산해내고야 말았다. 경제적이거나 산업적인 결과물은 절대 아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은 지극히 잘못 계산된 정치적 산물일 따름이다.
LCC가 태동했던 미국이나, LCC가 옮겨갔던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에어아시아를 본뜨거나, 크고 작은 차별화를 기치로 설립된 LCC는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의 LCC들과 대한민국의 LCC들은 전개과정이 많이 달랐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의 LCC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시장경쟁에서 도태된 LCC들은 곧바로 망하거나 인수합병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재편되었다.
이로 인해 대륙을 대표하는 똘똘한 몇몇 LCC만 살아남아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K-LCC들은 많을 땐 1년에 10여 개의 항공사가 전국에서 들불처럼 피어올라 이른바 'K-LCC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다가 곧바로 사그라드는 듯했지만, 1대주주와 설립자를 바꾸고, CEO를 바꿔가며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K-LCC업계는 여전히 선순환의 시장재편이 되지 못한 바람에 해외 대형 LCC와 맞설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 있는 국가대표급 K-LCC가 아직도 요원한 형편이다.
-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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