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꾸준히 제품 값을 올리는 식품업계의 '그리드플레이션(greed+inflation·기업 탐욕에 따른 물가 상승)'이 먹거리 물가를 올려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물가 관리를 위해 체감도가 높은 빵과 우유 등 28개 민감 품목의 가격을 매일 상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원유가격이 인상됐다는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빙과업계가 도마에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5.2% 상승했다. 빙과업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롯데웰푸드부터 2위인 빙그레까지 줄줄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원유가격 상승을 근거로 반영한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이 타당한 것인지 분석해 지난 30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원유 가격은 22년 1월 947원이었고 10월에 999원으로 5.5% 인상되었다. 그러나 다음 해인 23년 1월 996원으로 0.3% 인하되었으며, 23년 10월 1,084원으로 8.8% 인상된 상황이다.
하지만 빙과업체의 가격 인상이 단행되었던 올 2월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분석해본 결과, <표 2>와 같이 전년 동월 대비 롯데웰푸드의 월드콘XQ(160ml)는 10.5% 상승하였고, 빙그레의 투게더 바닐라맛(900ml)는 14.7%, 메로나는 24.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작년 2월 대비 올 2월 원유가격은 5.2%만 상승한 상황이었으므로, 원유가격 상승에 비하여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폭이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올 10월 원유 가격이 88원(8.8%) 오르자 빙그레는 원유가 인상의 이유로 가격을 또다시 인상을 단행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 아이스크림 중 국내산 원유를 원재료로 하는 제품은 투게더 바닐라맛 하나뿐이었다. 월드콘XQ는 외국산 혼합분유를, 메로나는 수입산 혼합탈지분유를 사용하고 있어 국내산 원유가 변동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또한 수입산 탈지·전지분유의 가격을 분석해보면 23년 9월 기준 가격이 22년 평균 가격보다 미국산 분유는 25.3%, EU산은 2.4%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올해 2차례나 가격 인상을 실시한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내세우는 원유가 인상에 의한 가격 인상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고 원유가 부담이 경감됨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국산 원유는 대부분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며, 우유와 연유를 제외하면 수입산 사용 비중이 높다. 가공식품 중 우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건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 정도인데, 국산 원유를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제품도 원유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위원회 차원에서도 가공식품의 가격 동향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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