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의 경쟁자는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와 같은 주류사가 아닌 넷플릭스, 스포츠, 여행 등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콘텐츠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에드미럴 마닐라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필리핀 시장 진출 현황과 현지화 비전을 설명하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주류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류산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촉매재가 주류문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인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세계인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주류 카테고리로 성장시킨다는 의미다.
필리핀 시장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이러한 대중화가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마닐라에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현지화에 나섰다. 이후 지금까지 소주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필리핀에 수출된 한국 소주의 약 67%가 하이트진로 제품이다.
특히 초기 필리핀 소주 시장은 한인 소비층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현지 교민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제외동포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약 8만 8000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 4000명으로 약 61% 감소했다. 반면 동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으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국내든 해외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는 달리 편의점, 슈퍼, 쇼핑몰 등 가정 채널에서 진로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라며 "예전에는 필리핀에 체류 중인 한국 분들이 한국 업체를 통해 소주를 가져와 식당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대중화를 통해 각 채널에서 볼 수 있게 된 만큼 이러한 부분을 더욱 성장시켜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시장 진출 초기 한인 소비층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고, 현지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필리핀 전역으로 유통망을 본격 확대했다. 그 결과, 진로(JINRO)는 현재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갖추며, 높은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그룹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전국 약 4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폭넓게 입점했다. 진로(JINRO)는 가정 내 일상 소비부터 외식·유흥 채널에 이르기까지, 필리핀 소비자 일상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소비자의 기호와 문화에 기반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특히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친밀도를 동시에 높이고, 대중성과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김인규 대표는 "물론 주류와 문화가 연결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꾸준히 투자를 하고 또 많은 시간을 견디면 문화가 창조된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같은 축제처럼 하이트진로 역시 지역축제나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등을 통해 주류와 문화가 연결된 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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