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자씨'의 남자. 신예 김시후는 오는 29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출연한 화제작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가 개봉하기 때문이다. 김시후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 금자(이영애 분)를 짝사랑하는 스물 한 살의 빵집 종업원 근식. KBS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열여덟 신예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캐스팅은 한번에 결정됐다. 박찬욱 감독은 '반올림'을 봤다며 "연기하는 건 봤으니 됐다"면서 이런저런 일상사를 물었다. 고운 얼굴이 감독의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김시후는 왜 자신이 뽑혔는지 잘 알지 못한다. 사실 상관이 없었다. 그가 너무 좋아하는 '올드보이'의 감독과 일할 기회였다. 상대는 이영애. 큰 영광이었다.
하지만 김시후의 마음이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는 이영애, 함께 호흡을 맞출 다른 배우들도 연극계의 대선배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막내뻘인 김시후는 부담스러워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하지만 역시 경직된 후배를 다독여 주는 데도 모두 베테랑들이었다.
"너무 좋았어요. 특히 촬영 첫날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배우가 NG를 내는 건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 더 좋은 컷을 내기 위해서니까.' 너무 감사했어요."

상대역이자 대선배인 이영애에 대한 인상은 정말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것, 그리고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이었다. 김시후는 "정말 금자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처음엔 다가서기가 어려웠어요. 말수도 적으시고. 정말 집중해서 연기하셨거든요. 그런데 한번은 자동차에서 같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한창 일진회 얘기가 나돌 때였거든요. '너희 학교에도 그런 애들 있니?' 하시는데 연기할 때랑은 다른 분 같았어요."
그런 '금자씨' 이영애와 김시후는 생애 첫 베드신을 촬영했다. 완성된 영화에서 베드신은 딱 4컷. 김시후는 "어휴"하고 크게 숨을 내쉰다.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선 꽤나 노골적인 베드신이었단다. 잔뜩 긴장을 하고 촬영장에 갔는데 현장에서 갑작스레 4컷으로 압축됐다. 체념하는 내뱉는 근식의 대사 "하세요~"는 그가 꼽는 자신의 가장 인상적인 대사다.
열여덟, 고등학교 3학년.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서 김시후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꽤나 거한 성인식을 치른 셈이다. 순진하고 엉뚱하며, 마음에 끌리는 여자 앞에서는 은근히 강한 척도 해 보는 영화 속 근식은 김시후와 참 닮았다. 금자에게 서툴지만 진심을 다하는 근식처럼 김시후 역시 진심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프다.
"냉정하게 제 연기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부족하더라도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게 저니까요." 말솜씨가 없다며 그저 앞으로 더 열심히, 더 잘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여덟 그의 서툰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진=구혜정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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