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제작자협회와 매니지먼트사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 '한국영화의 침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영화법률연구소 원장이자 '영화와 표현의 자유'의 저자인 리인터내셔널 법률사무소 임상혁 변호사가 스타뉴스에 현 영화업계의 현황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22일 '매니지먼트사의 과제..고유 서비스 개발해야', 23일 '영화제작사의 과제..영화판 키우기'에 이어 오늘(24일) 마지막으로 '영화투자사의 과제' 편을 싣는다.
3. 투자사의 과제 "투자관리시스템 구축, 전문투자인력 양성"
‘전문적인 영화투자인력을 양성해야’
한동안 영화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화를 골라달라"는 주문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외면하려 했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 적당한 영화를 골라주지 않으면 내가 무능력해 보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결국 영화투자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자 유명 창투사 영화담당자를 만나 영화투자에 대한 파일 좀 구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영화담당자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투자 파일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보내준 시나리오 읽다가 제작사 사람 찾아오면 감독과 주연배우 프로필을 보고 적당히 감으로 투자하는데요.’
영화가 산업화되어야 한다는 뜻은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은 영화의 제작면에서뿐만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아니 제작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투자자이므로 투자 시스템의 구축은 영화 산업화에 있어서 선결문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투자 자본은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쇼박스 등 영화투자배급사가 중심이 된 ‘산업자본’과 창투사 등 벤처캐피탈로 대표되는 ‘금융자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산업자본은 극장체인과 배급망을 통해 별도의 수익을 올리므로 순수한 투자자본이라고 보기 힘든 면이 있다.
그렇다면 창투사나 은행 등 금융자본이 순수하게 영화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투자사라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창투사의 투자담당자들이 대부분 영화실무에 비전문가라는 점이다. 벤처투자회사나 은행의 수익구조상 영화투자는 본류(main stream)가 아니므로 투자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투자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있으며 제작사에 대한 정보나 투자 결정, 채권회수 등 영화에 대한 투자 노하우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산 관리시스템' 구축돼야
영화에 있어서도 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자산관리(Asset Management)가 이뤄져야 한다. 2004년에 구성된 영화펀드 5개의 규모는 약 620억원이고 이 중에서 정부자금인 영화진흥위원회(100억원)와 중소기업진흥공단(245억원)의 지분이 창투사 등 일반 투자자(275억원)의 지분보다 높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펀드의 관리를 영화에 대한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결국 2000년 이래 대부분의 영화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나 한자리수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 영화에 대한 투자방식은 우리나라와 같이 조합형 펀드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영화에 대한 저작권 등 무체재산권을 유동화시켜 증권(ABS)을 발행하거나 프로젝트 금융(project financing)형식으로 SPC를 설립하는 등 선진 금융기법을 동원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의 흐름을 투자자가 철저히 통제한다.
이러한 선진투자기법의 도입은 영화제작자로서는 투자가 활성화되어 잠재적인 투자금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투자를 확보하여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투자자로서도 제작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자금의 흐름을 집중시키며 영화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스타 권력’ 문제는 투자자의 영화에 대한 비전문성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시나리오나 제작사, 감독의 능력과 시대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의 소극적인 안전책으로 최소한의 관객을 확보해주는 스타, 특히 일본과 동남아 등에 판권을 수출할 수 있는 소위 ‘한류 스타’의 캐스팅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것이다.
영화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 제작사, 매지니먼트 3자의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제작사나 배우들의 역량을 성장시키는데 역점을 두었으며 이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결과물로써 나타나고 있다. 남은 문제는 영화산업의 토대를 이루는 투자부분을 성장시키는 일이며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3자가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 임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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