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설마 했다. '몬스터 하우스'. 우리말로 어설프게 풀어보면 '괴물 집'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몬스터 하우스'라는 제목 앞에서 '에이~ 설마 집이 몬스터일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것은 무지의 소치일까. '몬스터가 출몰하는 하우스'가 아닌 제목 그대로의 '몬스터 하우스'. 그래, 집이 괴물이었던 거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첫 장면을 기억하는가? 주인 모를 깃털 하나가 자유낙하를 하고 카메라의 초점은 천천히 깃털을 따라간다. 깃털이 멈춘 곳. 바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의 무릎 어디쯤이었을 게다.
'몬스터 하우스' 역시 이름 모를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으스스한 가을. 길 위에 떨어진 무수히 많은 낙엽들 사이에서도 카메라는 처음의 그 낙엽을 놓치지 않고 친절하게 따라간다. 바람에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리던 나뭇잎이 비행을 멈춘 그 곳. 어딜까. 바로 몬스터 하우스다.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디제이(DJ)는 음침한 앞집이 항상 의심스럽다. 그 집 근처만 가면 농구공에서 자전거까지 몽땅 다 사라지기 때문. 디제이는 할로윈 전날 단짝 친구 차우더와 농구를 하다 몬스터 하우스 마당으로 튕겨져 간 농구공을 찾기 위해 발을 들인다. 우연한 사건으로 몬스터 하우스의 중요한 열쇠를 손에 넣은 디제이는 이때부터 몬스터 하우스의 실체를 경험하게 된다.
몬스터 하우스의 주인 영감인 네버크래커는 아이들이라면 치를 떤다. 아무리 어리고 예쁜 소녀라도 자기 앞마당 잔디를 망치면 가차 없이 혼내버린다. 그 아이가 만약 자전거라도 타고 있다면 그 자전거가 이단 분리되는 신비체험(?)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성깔' 고약한 영감. 왠지 낯이 익다. 어디서 봤을까 곰곰이 고민할 겨를도 없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골룸과 부시. 영화 '반지의 제왕'의 골룸과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을 합성해 놓은 듯한 영감이 몬스터 하우스의 비밀과 가슴 아픈 사연(물론 이는 으스스하게 생긴 외모와는 안 어울리게 지고지순한 사랑이다)을 간직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디제이(DJ)와 부시를 닮은 몬스터 하우스의 주인 영감. 이 DJ와 부시의 희한한 조화는 여담으로 남겨두고 등장인물들은 애니메이션의 귀여움보다는 사실감에 치중한 나머지 생긴 게 조금 징그럽다. 디제이의 단짝 친구 차우더의 통통한 외모와 유머러스한 캐릭터가 그래서 더 빛을 발한다. (참고로 그가 농구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애니메이션이라는 홍보용 멘트는 홍보사의 애교로 접어두고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이름에 '혹~'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하지만 제작자가 숨겨놓은 오마쥬만은 놓치지 말자.
주인공 디제이가 앞집을 엿보는 설정은 히치콕 감독의 '이창'을 닮았고, 몬스터 하우스는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의 저택과 흡사하다. 괴팍한 영감 네버크래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거미집의 성'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귀엽둥이 차우더의 윌슨 농구공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외로움에 지친 톰 행크스의 유일한 친구 배구공 '윌슨'임을 기억하자. 전체관람가. 오는 8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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