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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김지운 류승완이 본 '중천'의 매력과 아쉬움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이 본 '중천'의 매력과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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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토종 판타지 영화 '중천'의 성과에 대해 '괴물'의 봉준호,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짝패'의 류승완 등 판타지와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대표 감독들이 소감을 밝혔다.


김지운, 류승완 감독은 최근 '중천' 제작사의 요청을 받고 각각 A4 용지 2매 가량의 영화평을 적어 보냈다. 봉준호 감독은 소감을 체록해서 정리했다. 이 글에서 감독들은 '중천'이 거둔 새로운 성과를 칭찬하는 한편 이야기와 캐릭터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세 감독이 '중천'과 관련해 적은 소감을 발췌해 요약, 정리했다.


△김지운 감독


무엇보다도 시각적 스펙터클함과 미적 성취도에서 압도적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들의 위용과 참선관, 수로마을은 무협 판타지 영화에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본 적이 있었나하고 기억을 더듬게 한다.


'중천'을 본 사람이라면 이곽이 천기관에서 벌이는 스펙터클한 전투신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이곽과 소화가 중천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관통하는 일주문과 참선관, 수로마을이 이 영화를 다른 무협영화와 구별짓는 중천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수로마을의 작은 등과 꽃잎 장식은 두 사람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밀착시킨다. '중천'이 판타지 영화 뿐만 아니라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바로 이 공간들의 미술적 성취 때문일 것이다. 한국영화에서 이만큼 디지털 미술과 아날로그 미술이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룬 것을 본 적이 없다.


'중천'의 이런 시각 효과는 아무리 마음없고 부정적으로 본다고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탁월한 성취를 이뤄 '괴물'과 함께 또 하나의 한국 영화의 진척이며 개척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곽과 쌍둥이 전사의 결투장면을 놓치면 안되는 장면으로 꼽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인물의 감정선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과 단순한 스토리 라인은 대본이나 연기의 문제라기보다 영화의 길이와 그에 따른 드라마의 완급 조절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극이 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편집한 것이겠지만 너무 과감하게 압축한 나머지 스토리가 자주 끊겨 관객들이 인물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 방해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거나 첫 편집본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승의 거리로 오기까지의 이야기가 더 풍성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곽을 사랑했던 효와 2 인자 여위의 캐릭터도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게 아쉽다.


아무튼 '중천'은 전체적으로는 기술적, 시각적 효과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드라마의 완급을 조절하는 방법과 캐릭터들에 대한 표현 방법은 아쉬움을 느낀다.


△봉준호 감독


'괴물'보다 '중천'의 CG가 훨씬 복잡하다. '괴물'은 한강 둔치라는 실제 공간을 보여줬지만 '중천'은 공간 자체가 모두 CG이다. '괴물'은 블루 스크린 촬영이 없었지만 '중천'은 굉장히 복잡했을 것 같다.


초반에 나오는 중천 거리 같은 경우는 너무 훌륭했다. CG 장면이지만 원근감, 공간감이 다 살아있고 게다가 카메라 워크도 복잡하다. 입체적 공간들에서 주인공들이 액션을 하는 동선이어서 놀랐다. 특히 중천 거리에서 처음 등장하는 김태희의 말타는 장면은 가장 아름답고 임팩트 있는 등장이었다. 100장면의 CG보다 더 멋진! 최고의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한국 업체랑 할 것 그랬나보다.


크게 보면 정우성과 허준호 무리의 대결이자 선과 악의 결투이지만 실질적으로 각 캐릭터들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움직인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아라곤과 사우론의 싸움이지만 실제로는 모르도르에 도착했을 때 샘이 쓰러진 프로도를 업고 뛰는 것이 결정적이다. 선과 악 대결 이전에 캐릭터들이 각자 감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국내에는 리얼리즘에 대한 강박이 있다. 우리나라 SF나 판타지는 애들 영화로 치부돼 하위 개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반지의 제왕'이 성공하고 판타지 소설이 대중화되면서 편견을 많이 버린 것 같다. '중천'이 테크놀로지의 뒷받침을 입증해 앞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시도될 수 있을 것 같다.


△류승완 감독


개인적으로 '중천'의 액션장면을 보면서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척박한 판타지라는 영역에 기준점을 잡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을 느꼈다. 특히 와이어 액션의 복잡한 동선과 전문화된 중국계 배우들에 비해 훈련면에서 뒤쳐지는 배우들과 함께 기존의 판타지 액션을 넘어서려는 시도는 종종 힘에 부치지만 전체적으로 액션의 개념을 잡아내고 촬영과 편집, CG를 이용한 도전한 액션은 '영화적'이라는 표현에 걸맞다.


특히 '비트'와 '무사' 등을 통해 이미 한국형 액션 영화의 아이콘이 된 정우성이 펼치는 마지막 천기관 전투는 이 영화의 백미이다. '무사'에서 선보인 그의 파워풀한 창술을 장예모 감독과 정소동 무술감독이 새롭다고 생각해 '영웅'에서 참고한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정우성이 천기관 전투에서 보여주는 창술은 '영웅본색2'에서 총과 폭약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적룡의 장기였던 검술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손에 검을 쥐어준 대목을 또올리게 한다. '중천' 액션의 진수는 판타지라는 개념에 걸맞는 CG 액션들이 아닐까 싶다.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몸에서 길다란 쇠줄이 튀어나오고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단도 등은 액션에 있어서 진일보한 무기와 그에 따른 동선의 표현이다. 또한 특수분장도 이 영화의 묘미이다.


물론 '중천'은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좋아했다는 이유로 안이하게 기획해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작품들과 실패의 위험을 짊어지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영화들 중 우리는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앞으로 더 흥미로운 우리 판타지 영화를 원한다면 아쉬운 점에 대한 따가운 질책도 필요하지만 성취한 부분에 대한 격려도 그만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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