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만점의 두 괴짜 가족이 쌍 하이킥을 날리니 좋지 아니한가!
스크린의 '좋지 아니한가', TV의 '거침없이 하이킥'. 두 편의 괴짜가족 이야기가 동시에 떴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못말리는 가족 시트콤 MBC '거침없이 하이킥'(연출 김병욱)이 최고의 화제로 부상한 가운데, 이달 초 개봉한 영화 '좋지 아니한가'(감독 정윤철·제작 무사이필름)가 새롭게 괴짜 가족 이야기로 각광받는 탓이다.
두 작품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개성 만점의 가족 캐릭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코믹함이 돋보인다. 이순재의 '야동순재', 정준하의 '괴물준하', 서민정의 '꽈당민정' 등 이름보다 더 유명한 '하이킥'의 별명들은 높은 인기를 반영하는 증거들이다. 야동을 즐기는 구두쇠 할아버지, 음식 앞에선 식신, 술취하면 괴물로 변신하는 아들, 툭 하면 넘어지는 눈물 많은 선생님 등이 네티즌의 허를 찌르며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좋지 아니한가'의 가족들도 개성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들이다. 자신이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는 아들 유아인은 전생에 왕이었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해대고, 조용하지만 드센 억척 엄마 문희경은 무조건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무협작가 지망생 이모 김혜수는 알고보면 찜질방 티셔츠도 마다않는 백수다.
그러나 얼키고 설킨 갈등관계, 권력관계가 '하이킥'의 가족의 기본 틀을 만들고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는 기본적으로 이에 관심이 없다. 영화는 '무덤덤'과 '무심함'의 색다른 가족 관계를 드러내 보인다. '하이킥'의 가족 사이에 핀잔과 잔소리가 넘쳐나는 사이 '좋지 아니한가'의 심씨 일가에는 고요한 적막만 감도는 식이다. 때문에 '하이킥'이 시청자를 폭소케 한다면 '좋지 아니한가'는 관객을 실소케 한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에서 줄기차게 다뤄 온 가족을 소재로 하면서도 두 작품은 세련미를 잃지 않는다. 각종 UCC와 댓글의 범람 속에 좌충우돌하며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2007년 대한민국 가족의 현실을 재치있게 비틀고 있다는 점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좋지 아니한가'에는 어쩌다 인터넷에 공개된 핸드폰 동영상 때문에 온 가족이 해체 위기를 맞는 순간이 등장한다. 버릇없는 여학생에게 손찌검을 하려는 찰나, 일제히 학생들이 핸드폰을 들어올린 순간은 교권 상실과 모바일 세대의 힘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청년실업과 원조교제, 다단계 회사 등의 사회 문제도 곳곳에 자리잡았다.
'하이킥'의 '야동순재'는 그 별명만으로도 널리 퍼진 온라인 음란물의 힘을 실감케 한다. 한의사 이순재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의견을 올리다 분노, 악성댓글을 올리던 게 적발돼 사이버 수사대로부터 연락을 받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를 배꼽잡게 하는 설정이었다. 연애와 이혼, 연상연하 커플에 대해 보여주는 열린 시선도 눈에 띈다.
'좋지 아니한가'의 정윤철 감독은 "하자 없는 가족이란 없다"는 말로 두 괴짜가족의 인기요인을 설명했다. "영화와 시트콤으로서 차이는 있겠지만 둘 모두 공통되게 하자있는 가족을 그린다. 완벽한 가족 이야기는 가짜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그렇고 그런 지지고 볶는 가족 이야기에 식상한 이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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