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비행기와 자동차로 변신하는 외계 로봇 생명체가 지구를 위협한다. 착한 변신 로봇들이 이를 막기 위해 힘을 합한다. 그러면 지구를 지키는 이는 누구일까?
정답은 미군이다.
11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기자시사를 통해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트랜스포머’는 변신로봇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을 ‘더 록’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해 실사화한 작품이다.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의 국내 개봉 시기를 피하기 위해 미국보다 일주일 앞서 국내에서 개봉한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아시아 정킷을 열고 각국 취재진을 초청해 화제를 모았다.
오후 2시 이후부터 하기 마련인 여느 영화의 시사와는 달리 이른 아침인 오전 9시 30분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수입사는 영화 프린트를 미국에서 급하게 공수해 왔기 때문에 크레딧 자막은 미처 넣지 못할 정도로 서둘렀다.
공개된 ‘트랜스포머’는 ‘쥬라기공원’이 처음 선보였을 때의 충격 그 이상이었다.
‘쥬라기공원’이 상상 속에 존재하던 공룡을 현대에 부활시켰다면, ‘트랜스포머’는 애니메이션 속에 존재하던 로봇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겼다.
모든 기계를 로봇으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원인 큐브를 찾기 위해 로봇 행성에서 정의의 편 오토봇 군단과 악의 편 디셉티콘 군단이 지구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미군 기지 하나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미국의 비밀 결사 셉터 7이 움직인다.
큐브 행방 실마리를 쥐고 있는 왕따 청년과 전멸당한 미군 기지의 생존자, 그리고 해킹 전문가들이 미군과 함께 악의 무리와 맞선다는 내용은 ‘인디펜던스 데이’ 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은 ‘더 록’의 속도와 긴장감을 영화에 불어넣었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특유의 상상력을 녹여냈다.
거기에 더해 현대 과학이 외계 생명체에 기대고 있다는 ‘X파일’ 류의 음모론이 더해 흥미를 자아낸다.
물론 불편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계 변신 로봇이라고 해봤자 미군의 폭탄 세례에 뻗어버리기 일쑤이고, 지구를 지키는 것은 열혈 미군과 F22를 비롯한 미군의 최신 무기들이다. ‘희생 없이는 승리도 없다’는 미국 특유의 국가주의도 여전하다.
특히 소련 해체 이후 적을 찾아나서는 할리우드가 ‘007 어나더데이’에 이어 북한을 조명하는 것도 불편하다. 정체불명의 공격과 해킹을 북한과 연결하는 센스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침체된 미국 자동차 업계를 의식한 듯 변신 로봇들이 미국 자동차로만 변신하는 것도 낯간지럽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잊는다면 2시간 15분의 러닝타임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흥미롭다. ‘더 록’에서 익히 본 연막탄 들고 뛰기를 보면서 키득거릴 수 있는 사전 지식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트랜스포머’는 ‘스파이더맨3’나 ‘캐리비안의 해적3’ ‘슈렉3’ 등과는 달리 전작의 위세를 업지 않고 국내에 도달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다. 영화는 후속편을 예고하고 끝을 맺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위력이 올해뿐이 아니라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12세 관람가.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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