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웅. 그는 이름이나 작품보다는 아직까지 모 이동통신사 CF로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 있다.
목을 빙빙 돌리는 이른바 '맷돌춤'은 박기웅을 단숨에 대중에게 인식시켰지만 그 여파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싸움의 기술'에 이어 '동갑내기 과외하기2'로 첫 주연을 맡았지만 사람들은 그에게서 코믹한 모습만을 요구했다.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한 차가움이 절절 흐르는 박기웅의 장점은 한 번도 제대로 보여지지 못했다. 그런 그가 '두 사람이다'로 올 여름 극장가를 두드린다.
'오버'스러웠던 과거는 간 데 없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의혹을 사는 고교생 역을 맡은 터라 '두 사람이다'의 박기웅은 언제나 그늘이 진 인물이다.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솔직히 거짓말일거에요. 사무실 뜻도 그렇고...하지만 그것보다는 오기환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워낙 컸어요. 배울게 많은 거라고 생각했고, 아니다 다를까 정말 많이 배웠어요."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 '두 사람이다'는 전생의 업 때문에 주위의 사람 중 두 명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한 소녀(윤진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박기웅은 늘 그 소녀 곁을 멤도는 인물을 맡았다.
"솔직하게 찝찝했어요. 서서히 내 목을 조여오는 느낌이랄까요. 원래 공포 영화를 좋아해서 웬만한 공포 영화는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이다'는 전혀 색달랐어요. 확살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있어서 이 작품은 도전이라는 거죠."
박기웅은 그의 정체를 따라가는 게 이야기의 가장 큰 흐름일 정도로 '두 사람이다'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때문에 매 신마다 스태프들이 모여 박기웅의 외모와 소품, 동작 하나하나까지 회의를 거쳤다. "가방을 메야하나 말아야 하나까지 회의를 했다"는 그는 영화 찍는 재미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사실 박기웅은 일본 공포영화 '괴담'으로 이미 공포물을 맛봤다. 옴니버스 영화지만 '괴담'은 전형적인 일본 공포물이다. 목이 180도 돌아가고, '끼익 끼익' 음향 효과에, 산발머리 귀신이 등장하는...
한국 공포영화가 벗어나려 애쓰는 소위 '사다코'류 공포영화를 미리 체험했던 게 박기웅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한국과 일본의 공포 영화의 차이보다는 '두 사람이다'와 '괴담'의 차이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무리 익숙한 효과라도 적절하게 사용하면 관객을 놀라게 할 것이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그것을 잘 살리지 못하면 흐릿하게 되겠죠. 우리 영화는 아직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수는 없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감독님을 믿어요."
누군가를 믿고, 그러다 뒤통수를 맞고, 그러다 다시 새로운 믿음을 가지게 되고...
박기웅에게는 그게 청춘이고 그게 '두 사람이다'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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