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진서, 그녀의 얼굴은 많은 것을 상상케 한다.
멍하니 먼 곳을 응시하는 얼굴에서는 자유로운 바람 냄새가 난다.
그렇기에 그는 바람피는 유부녀에서 여고생까지 캐릭터의 넓은 간극을 순식간에 건너뛸 수 있었다.
'바람피기 좋은날'에서 단조로운 일상에 숨이 막혀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바람피는 유부녀를 연기한 윤진서는 오는 8월9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두 사람이다'(감독 오기환, 제작 모가비필름)에서는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여고생 역을 연기했다. 전자가 윤진서의 얼굴에서 순수함과 퇴폐적인 매력을 찾은 것이라면 후자는 그가 꼭꼭 숨겨놓은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보게 했다.
"'두 사람이다' 촬영 도중 5일 내내 울었던 적이 있었어요. 3일째 되는 날부터 온몸의 수분이 말라버린 것 같아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거예요.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슬펐던 일이, 그 동안 봉인해 놓았던 기억이 무의식 중에 떠오른 거죠. 끝까지 가보자라는 각오로 출연을 결심했는데 정말 바닥까지 간 것 같았어요."
그랬다. '올드보이'에서 '슈퍼스타 감사용',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바람피기 좋은 날'까지 진폭이 컸지만 그럼에도 그가 공포영화를 택한 것은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다'에서 윤진서는 활발한 성격에서 점차 고립되고 남을 믿지 못해 스스로 왕따가 되는 역을 연기했다. 공포영화라서 힘들었다기보다는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윤진서는 "유부녀에서 여교생으로 변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그건 남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 같아요. 전 그냥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롭다. 규범에 억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가 또래 여배우들이 싫어할 만한 노출 연기에 선뜻 도전하는 것 역시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 그는 어찌보면 '문제소녀'였다. 종종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혀기 십상이건만 선생님과 어머니는 그의 그런 성격을 이해해줬다.
"어머니께서 그러셨어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누른다고 네가 변할 것 같지 않다고. 네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하라고."
윤진서는 결국 배우가 됐고, 그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여러 작품에서 규정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도 그런 자유로움이 한 몫했다.
윤진서는 소문난 여행광이기도 하다. 유럽, 일본 등을 홀로 여행하기 좋아한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해외로 여행을 가면 그냥 학생이라고 말해요. 그곳에서 현지 친구들과 사귀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여행을 가죠. 하지만 그런 모습을 남들은 오해하기도 해요. 내겐 당연한 건데 어떤 사람들은 '쟤는 4차원이야'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너 답다'고 하죠. 그냥 나는 나일 뿐인데."
고색찬란한 유럽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맥주 한 캔을 음료수처럼 즐기는 삶, 프랑스 파리를 좋아한다는 그에게서 파리지엔의 느낌이 언뜻 묻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윤진서는 촬영현장에서만큼은 까다로운 배우이다.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오해도 산다.
"내 100%를 표현하고 싶은데 그것에 장애물이 있으면 견디지 못해요. 그렇기에 '두 사람이다'는 더할 나위없이 소중해요. 내가 촬영한 분량을 거의 모든 스태프가 모니터해주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촬영 직전까지 대기실에 앉아 있었는데 그런 것까지도 존중해줬어요."

규정되지 않은 것을 보여줬던 윤진서는 '두 사람이다' 이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장혁과 하정우가 호스트 역으로 출연하는 영화 '비스티 보이즈'가 기다리고 있으며, 이리역 폭발 사건을 다룬 '이리'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안마시술소에 다니다 호스트를 찾는 여인을, '이리'에서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여인을 연기한다.
그의 얼굴에 또 다른 모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말해준다.
"왕가위 감독이 이런 말을 했어요. 길거리의 돌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보인다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바람을 닮은 여인의 스펙트럼이 과연 어디까지 넓어질지, 그의 차기작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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