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구가 정종화씨에 따르면, 오는 31일은 배우 안성기가 데뷔한 지 정확히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를 통해 서울 국도극장에서 관객과 처음 만났다. 이후 최근작 '화려한 휴가'와 현재 촬영 중인 영화 '마이 뉴 파트너'에 이르기까지 안성기는 무려 140여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의 벗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국민배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단 한 명의 배우로서 오늘도 스크린을 빛낸다. 그 만큼 안성기라는 배우는 이제 관객과 영화계가 지키고 아껴주어야 할 '보석같은 존재'다.
그렇지만 이 같은 존재감은 안성기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이곳저곳, 이것저것 수많은 영화계 행사에서 안성기의 이름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한국배우협회 이사장,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 등 그가 지닌 직함도 많다. 그 많은 직함 가운데에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안성기'라는 이름이 필요한 각종 행사의 주최측이 그의 양해 아래 직을 맡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건 전적으로 안성기가 발하는 존재감이 관객과 대중에게 가져다주는 신뢰감 덕분이기도 하다.
안성기는 그 같은 신뢰감에 감사해하곤 한다. 하지만 그 서글서글한 웃음 속에서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 묻어나기도 했다.
안성기는 영화 '마이 뉴 파트너' 촬영현장인 지난 23일 경남 남해군 남면 힐튼 남해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를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영화연기대상 시상식이 파행으로 진행된 것과 관련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배우협회가 행사를 공동주관한 점에 대해 "소극적인 차원에서 이름을 올렸다"고 털어놓았다.
그것말고도 "내 이름을 올려놓은 게 많다"면서 안성기는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적극 참여하기는 좀 그런 행사들도 있지만 뭐, 어쩔 거야, 해야지"라고 웃음을 짓는다. 이어 "내년엔 좀 줄여야겠어"라고 말했다.
함께 차를 마시던 기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 자신 부집행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도 그는 자성과 애정어린 충고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제가 성장했지만 이젠 조금씩 꼼꼼히 들여다보고 점검해야 할 것도 많은 것 같아. 도려낼 부분을 도려내고 그렇게 해서 주변을 좀 돌아봐야 할 것 같아."
이제 안성기를 그냥 '배우'로서 놔두자.
배우들의 '맏형'이자 한국영화의 듬직한 지킴이로서 정말 그가 필요한 마당이 아니라면 이제 안성기를 '배우'로만 바라보자.
그의 친근한 웃음과 따스함을 이젠 온전히 스크린에서 가득 볼 수 있는, 그런 무대만을 이젠 그에게 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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