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연기는 NO! 연기변신은 YES"

서늘한 봄 바람 마저 모습을 감추는 5월은 뜨겁게 느껴진다. 5월의 기운을 타고 최근 극장가에 가장 뜨거운 배우 중 한 명은 윤여정(65)이다.
윤여정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영화 '돈의 맛'에 대한 속내를 속 시원히 털어냈다.
윤여정은 요즘 스크린,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오는 17일과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돈의 맛'(감독 임상수)과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에 출연해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영화 외에도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 MBC 수목극 '더 킹 투 하츠'에 출연해 국민 엄마로 맹활약 중이다.
윤여정에게 5월은 눈코 뜰 새가 없다. 오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65회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까지 밟아야 한다. '돈의 맛'과 '다른 나라에서'가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돈의 맛'이 '더 킹 투 하츠'가 종영 후 개봉할 줄 알았다면서 지금 죽을 노릇이란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사는지 모르겠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윤여정은 5월 극장가 화제작인 '돈의 맛'에서 파격 노출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파격 노출과 더불어 31살 연하남과의 정사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파격이다. 임상수 감독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헉' 소리가 난다.
"이 나이에 노출을 했다고 해서 관심 가질 것도 없다. 노출, 노출 하니까 부끄럽다. 그 신을 받았을 때 감독에게 딴지를 걸었다. 이런 장면이 불쾌감이 들지 않겠냐고, 성폭행 아니냐고 하니까 불쾌하라고 쓴거라고 했다. 임상수 감독이 불편한 진실을 잘 건드리니까, 저는 거기에 도구로 쓰였을 뿐이다. 연기를 위한 거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윤여정은 말을 시원하게 했다. 그는 '돈의 맛'에서 자신이 맡은 백금옥을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악인은 스스로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백금옥 역시 그렇다. 남들이 보면 불쌍해 보일 수도 있겠다. 여자와 캐릭터를 혼돈하면 연기를 못한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고 생각했다."
윤여정은 '돈의 맛'에서 백금옥 역을 소화하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다고 밝혔다. 극중 김강우를 CCTV로 김효진과 지켜보는 장면이었다고.
"'쟤 좀 키워보자. 어디까지 올라오나 보자'라는 대사가 있었다. 그 대사를 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할 수 없는 대사였다. 재벌 역할이니까 가능했다."
김강우와 호흡에 대해서는 '실제와 영화를 혼돈 할 나이는 지났다'고 말했다.

'돈의 맛'에서 재력과 권력을 가진 백금옥, 그 역할을 소화한 윤여정이다. 실제로도 그에게 엄청난 재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영화에서 해봤는데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 돈에 중독된 사람은 모를 거다. 재력이 있다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을 거다. 불행할 듯 싶다."
윤여정에게 만약 또 한 번 파격 베드신 제의가 들어온다면 그는 어떨까. 파격변신 연기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는 "노출 연기는 'NO'다. 파격 변신, 연기 변신은 더 할 거다."고 답했다.
배우로 수십년을 살아온 윤여정. 그는 후배 배우들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했다. 특히 여배우에게 전하는 조언은 의미가 깊었다. 자신도 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일까.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이모나 고모 역할로 역할이 줄어들면 좌절을 안 겪을 배우가 어딨겠는가. 작품이 주인공 위주로 가니까 설명할 수 없는 박탈감, 소외감이 있다. 때로 신경과 치료를 받는 이들도 있다. 그게 위기지만 그건 잠깐이다. 꽃이 잠깐 이듯이. 조언, 충고는 없다. 자기가 터득해야한다. 누가 자신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젊은 배우들의 예의없는 태도에도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그런 행동을 하는 젊은 후배들을 설익어서 그런다고 묘사했다. 그건 잘난 게 아니라 못났기 때문에 그런다고.
"어른을 보고 인사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일까? 어른에게 당연히 수그러지는 거다. 어른이 지나가도 다를 꼬고 가만히 있는데, 그게 다 연기 호흡으로 이어진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상대 배우와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싶다. 나중에 본인이 힘들다."
'더 킹 투 하츠'에 함께 출연한 이승기와 하지원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하지원의 액션에 대해서는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체력이라며 부러운 기색이다.
"하지원은 군말없이 액션신을 했다. 수십번 해야 하는 건데, 그는 정말 꿋꿋이 했다. 윤여정이 액션연기? 하지원만큼 체력이 안 된다. 체력에 자신이 없다."
윤여정은 이승기에 대해서는 예의가 바르다고 칭찬했다. 반면 이승기에게 독설 아닌 독설을 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더 킹 투 하츠'의 시청률이 방송 초반보다 하락한 것과 관련해서다.
"이승기에게 '너는 황제라며?'라고 했다. '안 돼는 것도 있어야지'라고 했더니 '그래도 2등했습니다'라고 했다."(웃음)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자신의 화려한 때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윤여정도 젊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싶다. 70년대 청춘스타 윤여정은 그 화려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앞으로 잘 살고 싶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다.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 나이의 지혜와 관용이 생기지 않는다. 스무 살 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더 낫게 산다는 보장은 없다."
윤여정에게도 한 때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힘들었을 때는 외국에서 조금 살다 와 대중들에게 잊혀졌을 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했다. 그 시절을 잘 이겨낸 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한 작품으로는 1992년 SBS에서 방송한 드라마 '관촌수필'을 손꼽았다. 그는 시청률이나 반응이 좋았던 작품 보다는 촬영장에서 고생한 작품이 생각난다고 밝혔다.
'관촌수필'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양동근과의 인연도 떠올렸다. 굉장히 추운 날씨에 촬영을 한 탓에 고생이었다며 고무신이 그렇게 발이 시려 울 줄은 몰랐다고.
"대천 쪽에서 촬영을 할 때였는데, 양동근이 자신의 몸종이 떠나는 장면에서 정말 잘 울었다. 아역이었는데 '쟤 정말 잘한다'고 감독한테 말했다. 그 후로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을 만났다. 양동근이 자신을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나 너 기억해'라고 말했다. 그가 잘 할 줄 알았다."
오는 26일 즘 칸에 입성할 그는 두 벌의 드레스가 필요하다. 이 드레스를 고르는 일도 좀처럼 쉽지가 않다.
"우리 아들이 현재 도나카란(미국 유명 여성 브랜드) 본사에 있는데, 아무래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 입으려 한다. 나머지 한 벌은 정구호 디자이너에게 부탁했는데, 그 분이 워낙 바빠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환갑이 넘은 나이로 젊은 배우들처럼 노출이 있는 옷은 피하고 제 나이에 맞는 옷을 입겠다고 밝혔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아들과 며느리로 나오는 유준상과 김남주가 칸에서 입을 드레스 고르기에 발 벗고 나섰다고. '돈의 맛'에 함께 출연한 김효진은 빨강 드레스를 추천했지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준상과 김남주가 드레스를 봐준다고 난리다. 유준상은 드레스 사진을 보고 직접 고르려고 했다.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하고 있다. 자기가 어머니 드레스 고르는 게 의미 있다고 했다. 홍상수 감독은 드레스를 보더니 너무 끼지 않냐고 했다."
윤여정은 칸 영화제에서 수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레를 쳤다. 자신 보다는 감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상을 받는 건 욕심이 아닐까 싶다. 운 좋게 두 감독을 만나 두 번이나 레드카펫을 밟는 것만으로 굉장히 기쁘다. 상까지 받으려 한다면 그렇다. 그 영화제는 감독의 영화제다. 홍상수, 임상수 감독이 감독상을 탔으면 좋겠다."
2010년 영화 '하녀'(감독 임상수)로 제63회 칸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윤여정은 당시 팀 버튼, 마틴 스콜세지, 제니퍼 로페즈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을 봤다며 팀 버튼과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칸에서 열린 파티장에서 팀 버튼 감독에게 칭찬을 받았다. '하녀'를 보고 정말 좋았다며, 퍼포먼스가 좋다고 했다. 심사위원이 칭찬해줄길래 상 받는 줄 알았다. 퍼포먼스라고 해준 게 고마웠다."
윤여정은 연기를 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할 줄 아는 게 (연기 밖에) 없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기? 하기 잘했다.'
"좌절하고 (연기) 안 했더라면 떫은 것만 남고 감사하지 않았을 거다. 사람이 어떻게 승승장구만 할까.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그걸 다 거쳐야 버티는 거다. 연기하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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