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북한 국적의 부모 밑에서 자라 북한에 오빠들을 보냈고, 현재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삶을 지나온 재일동포 감독 양영희.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 두 편의 다큐멘터리로 재일교포들의 북한 이주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보여줬던 양영희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전적 영화 '가족의 나라'를 들고 왔다.
부산영화제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양영희 감독과 아라타, 안도 사쿠라, 양익준이 '가족의 나라'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양영희 감독은 간담회 시작 전 정치적 질문은 배우들이 아닌 감독 자신에게 직접 해달라며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양영희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는 평양으로 이주했던 오빠가 치료를 위해 25년 만에 일본에 돌아와 가족들과 겪는 갈등과 그 안에서 보이는 가족 간의 사랑을 담은 영화다. 지금도 양영희 감독의 세 오빠는 평양에 살고 있는데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용기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여전히 북한과 연이 닿아있는 양영희 감독에게 북한 측의 압박은 없었을까. 양영희 감독은 이에 대해 시원하게 답했다.
양영희 감독은 "그 전에는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위해 단어 하나하나를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문제생으로 유명해지자. 완전히 정부승인을 받은 문제생으로 유명해지면, 우리 가족을 아주 유명한 가족으로 만들면 해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사고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아무리 호기롭게 '문제생'이 되고자 했다한들 어찌 가족들의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양영희 감독은 걱정은 되지만 작품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이기심이 영화를 만들게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매일 밤 침대에 들어가면 '평양에 있는 오빠들이 괜찮을까'하는 생각을 하는데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에고이스트니까 하는 것이다. 사람은 이기적으로 밖에 못 사는 것 같다"며 "가족 걱정을 한다고 착한사람처럼 말은 하지만 그보다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더 많으니까 이번에 이런 얘기를 대담하게 낸 것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현재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양영희 감독. 그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불과 몇 해 전 일이다. 43살에 처음 한국에 방문하게 된 양영희에게 '남한'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양영희 감독 "영화 속 리에(안도 사쿠라)가 '나는 한국에 못가요'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지난날의 나였다. 그전에도 부모님의 고향이고 한국말을 하니까 한국에 오고 싶었다. 일본에 살면서 같이 한국에 취재를 가자고 제안을 들을 때 마다 거절해야 했다"고 한국에 올수 없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한번은 '한국에 간다'가 아니라 '가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집에서 전쟁이 터졌다. 오빠들은 평양에 있는데 어떻게 네가 그런 말을 하느냐고. 부모의 고향에 가고 싶다는 건 '효자'인데 왜 우리 아버지는 욕을 하실까 생각해서 많이 울었다"라고 덧붙였다.
양영희 감독은 "지금은 (한국이) 내가 일하고 싶은, 작품을 가지고 오고 싶은 곳이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사람과 연애도 해보고 일본에 있을 때 보다 한국이 더 가까워졌다"며 "내 고향은 오사카고 지금 생각하는 '홈랜드'는 일본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물으면 아마 일본이라고 대답 할 것이다. 그래도 내 뿌리는 한국에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양영희 감독의 영화 '가족의 나라'의 영어 제목은 '아워 홈랜드(Our Homeland)다. 양영희 감독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나라'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일부러 제목을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 썼다"며 "나라 國(국)자를 쓰면 '어떤 나라를 가족의 나라라고 말하고 싶을까'하고 생각을 하잖나. 나는 국적은 한국이고 고향은 일본, 북한은 산적도 없는데 조국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지금은 북한 입국금지지만 북한에 갈 때마다 '조국에 잘 왔다' '조국에 충성하라'는 말을 들어와서인지 조국이라는 말이 싫다"고 말했다.
양영희 감독은 "어떤 나라의 국기 티셔츠도 못 입는다. 알레르기가 있다고 할 정도로 싫은 것이다. 영화가 말하는 '나라'란 국가가 아니라 '장소'다. 성호(아라타 분)의 가족에게 있어서 진짜 그 자리가 어디일지 나도 아직 찾고 있다.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딘지 궁금해서 그런 제목을 쓴 것 같다"고 말을 마쳤다.
한편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는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되어 영화 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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