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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꽃' 이돈구 감독 "300만원 영화, 다시는 안할 것"(인터뷰)

'가시꽃' 이돈구 감독 "300만원 영화, 다시는 안할 것"(인터뷰)

발행 :

부산=안이슬 기자

제17회 BIFF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 '가시꽃' 이돈구 감독 인터뷰

이돈구 감독 ⓒ부산=임성균 기자
이돈구 감독 ⓒ부산=임성균 기자


10일간의 화려했던 축제의 마지막을 앞둔 부산국제영화제, 장쯔이 장백지 탕웨이 장동건 소지섭 이병헌 등 아시아 스타들의 방문으로 부산시는 후끈했다.


화려한 스타들의 면면 뒤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영화가 있다. 바로 이돈구 감독의 '가시꽃'이다. 한국영화 중 괜찮은 작품을 소개해 달라 할 때마다 '가시꽃'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것도 대부분 가장 처음에 언급됐다. 국내외 언론을 막론하고 '가시꽃'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300만 원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비웃는 듯 이돈구 감독은 장편 영화 한편을 300만 원으로 제작했다. 심지어 '잘' 만들었다. 기적같이 부산영화제를 만났고, 전에 없는 관심을 받고 있는 이돈구 감독을 영화제의 후반을 달려가는 부산에서 만났다.


-'가시꽃'이 실질적인 장편 데뷔작이다. 데뷔작으로 부산영화제 초청을 받다니,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놀랐다. 사실 있을 수 가 없는 일이다. 너무 좋아서 말도 안 나왔다. 초청장이 도착했는데 주위 사람들 모두 농담하지 말라고 하더라. 영화를 최대한 많이 보겠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정작 영화는 많이 못 봤다. 배우들이나 지인들이 내려와서 접대를 해야 하니까(웃음).


-영화가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다. 실감하나.


▶부산에 와서 알게 됐는데 정말 기쁘다. 사실 아직은 좀 남일 같다.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영화를 찍으면서 관심은 커녕 본선 진출작도 없었는데 갑자기 관심을 주시니 쑥스럽다.


-어떤 면이 평단과 관객들의 마음에 꽂혔을까.


▶꾸며지지 않은 순수함을 보신 것 같다. 어떤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쁘게 얘기하자면 막 찍은 것 같은 날것의 느낌이 있는데 그런 무모함을 패기로 봐주시는 것 같다. '이렇게 생겨먹은 영화도 있네?'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네가 생각하는 걸 정말 그냥 찍었구나'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게 스토리라인이 좋았다고 하는 분도 있으시다. 물론 이건 다 칭찬받은 것만 얘기한 것이다(웃음).


이돈구 감독 ⓒ부산=임성균 기자
이돈구 감독 ⓒ부산=임성균 기자


-300만 원으로 제작했다고 들었다. 사실 펀딩을 받으려고 하면 받을 수 도 있었을 텐데 300만 원으로 영화를 시작한 이유는.


▶은행에서 돈을 좀 빌려보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담보 잡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대출 자격이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 촬영 이틀 전에 프로듀서를 했던 친구가 200만 원을 빌려왔다. 거기에 내가 모아둔 100만 원을 보태서 딱 예산안대로 300만 원을 모았다.


-저예산 영화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겠다.


▶조명을 사용 못했다는 것이 제일 아쉽다. 사실 조명을 못 써도, 어둡게 나와도 내가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장애만 되지 않게 전달하는 일에만 충실하자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퀄리티 면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프리단계에서 굉장히 치밀하게 했다. 그 덕에 딱 10회차 만에 촬영을 끝냈다. 9월에 5일, 11월에 5일. 몸도 물론 고생했다. 사람이 5일까지는 잠을 안자고 버틸 수 있다는 걸 인체실험을 했다. 4일쯤 지나면 기계처럼 일을 하게 된다.


-과거 성폭행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그렸는데, 어떻게 이런 소재에 접근하게 됐나.


▶성폭행 사건을 접했을 때 그냥 확 끓어오르는 게 있었다. 정말 성범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고 당연히 처단해야 하는 것이잖나. 영화의 결론도 확실하게 내 버렸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그게 관객 분들이 보시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성폭행은 생각할 여지를 남겨 둘 필요가 없다. 그냥 무조건 용서가 안 된다.


-피해자를 보면서 피해버릴 것 같은데 성공은 오히려 그 장미에가 다가간다는 점이 특이한데.


▶당연히 보통 사람이라면 그 근처에 얼씬도 안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게 하기위해 성공이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기준이 보통 사람과는 좀 다르고, 무지하고 사회성이 없고, 공장과 고시원만 오가는 남자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배우랑 굉장히 많이 싸웠다. 둘이서 논리를 찾으려고 부딪히다보니 크게 싸운 적도 있다. 그런데 촬영을 이미 한 하루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었다(웃음).


-용서와 회개, 심판을 교회로 풀어나갔다. 이유가 있나?.


▶특별히 기독교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교회에 나가본 적도 별로 없고 지금도 무교다. 그냥 인물을 따라간 결과다. 성공이란 인물이 현대 사회에서 용서를 받기위해 갈 수 있는 곳은 교회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급작스럽게 뭔가 구원을 받고 싶은데 지천에 있는 것이 교회 아닌가. 현실적으로 성공이 같은 사람이 가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돈구 감독 ⓒ부산=임성균 기자
이돈구 감독 ⓒ부산=임성균 기자


-이력이 특이하다. 연기도 했었고 대형 소속사에서도 영상 PD로 일했었는데, 원래 꿈이 영화였나.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 됐었다. 그때 캐스팅이 되고 촬영을 하면서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는 내가 감독하는 작품에 배우 겸 감독으로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먼저 배워보고 싶어서 연기 전공으로 활동을 하다가 연기자가 되는 게 보통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회의감이 오게 되고 아예 연출로 전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08년부터 연기를 완벽히 접고 연출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는 1년 정도 영상 PD를 했는데 당시 컴맹이었던 내가 1년 동안 편집을 완전히 마스터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연기와 영화를 하며 유일하게 돈을 벌었던 시간이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발군이다.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주인공 성공은 13년 동안 알던 형이다. 나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남연우형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는데 배우들 소개를 많이 시켜줬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참여하고 싶다고 해 개런티는 수익이 발생하면 받기로 하고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여기에 내가 다닌 동아방송예술대학 후배들도 함께 하기로 해 배우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직접 연기할 생각은 안했나.


▶그럴 상황이 되지 않았다. 카메라도 종종 잡았고 붐도 들었고 슬레이트도 치고 하는 상황이었다. 실질적인 스태프가 3명이었는데 카메라 감독 빼고는 다들 출연진이 했다. 연기하다가 붐도 들고 그러다가 아르바이트도 가고.



-사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도 배급 잡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걱정 되는 부분도 있겠다.


▶영화를 찍을 줄만 알았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정말 많이 배웠다. 배급사 관계자들도 영화를 보고 배급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을 해주셨다. 내 영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니까 굉장히 감사드린다.


-다음 작품은 좀 예산이 큰 영화가 될까.


▶다시는 이렇게 안할 거다(웃음). 좋은 기회가 되어서 영화가 들어가면 당연히 예산이 커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날 촬영감독이 "다시는 이렇게 찍지마"라고 하더라. 그때 '내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구나' 하고 생각했다. 퀄리티면에서 필요한 돈은 반드시 쓸 거다. 여전히 대작을 찍을 생각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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