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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10년만의 영화복귀, 박찬욱 감독님 덕" (인터뷰)

이정현 "10년만의 영화복귀, 박찬욱 감독님 덕" (인터뷰)

발행 :

안이슬 기자

영화 '범죄소년' 이정현 인터뷰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첫 영화부터 평범한 선택은 아니었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에서 1980년 광주의 아픔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소녀를 연기했던 이정현, 이번에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낳은 아이를 버린 후 13년 만에 다시 만난 철없는 엄마 역이다.


1996년에 데뷔해 16년 동안 이정현이 출연한 한국 영화는 단 세편. 데뷔작 '꽃잎',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단편 '파란만장', 곧 개봉하는 '범죄소년'뿐이다. 영화로 데뷔했던 이정현을 왜 정작 '꽃잎'이후 10년이나 극장에서 만날 수 없었을까. 그는 왜 이렇게 '강한' 역할만 골라서 하는 걸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이정현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일단 축하 인사를 건넸다. '범죄소년'은 최근 도쿄국제영화제에서 특별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수상당시 이정현은 그간의 고생이 떠올라 눈물을 많이도 흘렸다.


"정말 힘들게 찍었어요. 영화 찍을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영주는 남우주연상 받고 싱글싱글 웃는데 저만 울고 있었어요."


왜 그간 영화를 하지 않았느냐 묻자 "역할이 없었다"는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들어오는 역할이 죄다 강한 역할 뿐이니 이미지 변신을 꿈꾸던 이정현은 영화 출연을 재차 고사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들어오는 역할이 다 강한 것이었어요. 역할이 항상 공포영화나 광적인 역할만 들어오더라고요. 이미 '꽃잎' 이미지를 많이들 생각하고 있고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강한 콘셉트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국내 작품을 많이 기다렸는데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연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준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파란만장'이었다. 이번에도 평범한 역할은 아니었다. 무당 역할이었지만 박찬욱 감독의 무당은 뭔가 다를 것 같았다.


"박찬욱 감독님과 '파란만장'을 하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무당역이라 센 캐릭터이긴 한데 감독님의 무당이라면 백 번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범죄소년'도 그렇고 차기작인 '명량, 회오리 바다'도 '파란만장' 덕에 캐스팅 됐죠. 박찬욱 감독님께 정말 감사해요."


처음 '범죄소년'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이정현은 이미 연말 스케줄이 가득 찬 상태였다. 그러나 강이관 감독이 보여준 미혼모 다큐멘터리를 본 후 더 이상 출연을 거절 할 수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거절을 했어요. 캐릭터도 미혼모고, 노개런티에 중국 스케줄이 정말 많아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다큐멘터리를 하나 추천해주셨어요. 미혼모들의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고 많이 울었죠. '에라, 모르겠다'하고 출연하기로 했어요. 회사와 갈등도 많았어요. 회사에서는 완전히 미쳤다고 했죠."


올해 나이 만 서른 둘, 15살짜리 아들이 있기에는 무리인 나이다. 서른 둘 나이에 엄마를 연기한 경험은 이정현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아마 전통적인 어머니 역할이었다면 자료도 더 많이 봐야하고 공부를 따로 했어야 할 거예요. 아이를 낳자마자버리고 13년 만에 만난 인물이기 때문에 지금 이 상태에서 아이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일부러 다큐멘터리를 보고 미혼모들의 상황을 인식하고 나서 내가 효승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오랜만에 장편 영화에 출연한 이정현, 3개월 분량을 한 달 반 만에 촬영해야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은 힘들었지만 강이관 감독과 함께 효승을 만들어가는 재미는 쏠쏠했다. 강이관 감독이 만들어 낸 효승에 이정현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색다른 엄마 캐릭터가 탄생했다.


"원래 효승은 신파적인 캐릭터였어요. 항상 슬프고. 저는 그렇게 하기가 싫었어요. 제가 효승이라면 아들을 찾아온 이상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생기고 부탁을 할 때도 울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다 내던지고 미소를 지으면서 부탁을 할 것 같았어요. 감독님이 배우와 대화를 정말 많이 하시는데 그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죠. 효승이 거짓말을 하고 아는 동생에게 옷을 빌려 입는 것도 감독님과 얘기를 하다가 만들어진 설정이에요."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항상 아이디어가 넘치는 그녀, 이렇게 연기하면서 행복해하는 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궁금할 따름이다. 그럴 때 마다 음반 활동은 답답함을 푸는 좋은 창구가 됐다.


"선천적으로 뭔가 하지 않으면 답답해요. 좋은 작품을 기다리다가 안되면 음반을 내고 하면서 답답함을 풀었어요. 음반은 콘셉트를 잡아서 내면 금방 준비해서 나올 수 있어요. 영화는 반대로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감독님을 만나고 운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고요. 가끔 다 내려놓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계속 해온 것 같아요."


올해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 수 있을 것 같다. '범죄소년'에 이어 곧 차기작 '명량, 회오리 바다' 촬영도 들어가게 된다. 다시 한 번 물꼬를 튼 영화, 특별히 욕심나는 역할이 없는지 묻자 바로 "총 드는 액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총 들고 하는 액션을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영화 홍보 때문에 운동을 안 한지 두 달이나 되서 살이 빠졌는데 쉴 때 트레이너 두고 운동 열심히 하면 저도 근육이 나와요. 건강한 이미지로 액션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한국 활동이 뜸했던 이정현, 팬들에게 아쉽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명량, 회오리 바다' 촬영에 이어 새 앨범 준비까지 이정현은 국내 활동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좀 자주 볼 수 있을까.


"한국 팬들에게 많이 혼났어요. 차기작 영화 촬영이 이번 주말부터 들어가고 그게 끝나면 내년 초에서 5월 안에 미니 앨범을 낼 거예요. 타이틀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좋은 곡들을 고르고 있어요. 앨범을 내야 할 시기가 너무 지난 것 같아서 한국에서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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