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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결혼-천안함 상영중단..바보들의 역사

김조광수 결혼-천안함 상영중단..바보들의 역사

발행 :

전형화 기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사진

일을 하다보면 바보들의 역사(役事)를 종종 접하게 된다.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PD. 그가 과거 '청와대 사람들'이란 시트콤을 만들려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병욱PD는 SBS에서 'LA아리랑'과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등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시트콤들은 높은 시청률과 기발한 이야기, 독특한 캐릭터로 늘 화제를 모았다. 그렇지만 그는 SBS에선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김병욱PD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청와대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엎어졌다. '청와대 사람들'은 청와대라는 권력의 공간에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똑같을 것이란 전제로 준비했던 시트콤이었다.


금역이라 불렸던 청와대를 웃음과 소통의 공간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였다. 캐스팅도 다됐다. 잘 됐으면 한국판 '웨스트윙'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병욱PD의 야심찬 의도는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당시 SBS는 방송위원회로부터 재허가 여부를 앞둔 때였다. 조건부 재허가를 받기까지 6개월가량이 걸렸기에 SBS는 극히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제목부터 '청와대 사람들'인 이 시트콤이 순조롭게 만들어지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자와 통화했던 김병욱PD는 "허허, 나중에 이야기합시다"라며 말을 아꼈다.


마음고생을 겪었던 김병욱PD는 그로부터 2년 뒤 2006년 MBC로 자리를 옮겨 '거침없이 하이킥'을 내놨다. 세월이 흘러 SBS가 방송사 중 가장 공정한 보도를 하는 곳이라는 평가를 듣게 됐으니 아이러니다. 바보들의 역사 덕이다.


바보들의 역사는 역사(歷史)가 된다. 그리고 반복된다.


김제동은 2009년 MC였던 KBS 2TV '스타 골든벨'에서 돌연 하차했다. MC가 웃음을 책임지지 못하면 제작진이 하차를 검토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시기가 묘했다. 김제동을 높은 분(?)들이 엉뚱한 시선으로 본다는 소문이 돌던 때였다.


김제동과 같은 소속사였던 윤도현이 2008년 11월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하차한 것과 맞물려 외압 논란이 일었다. 김제동은 2010년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식 사회를 맡은 뒤 국정원 직원이 두 차례 찾아와 "왜 당신이 사회를 맡아야 하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들은 참 바쁘다.


김제동은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 사회를 본 뒤 1회 녹화까지 마친 Mnet '김제동쇼'가 폐지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당시 Mnet은 외압설을 부인했다. 방송가에선 속칭 '영감님'이란 사람에게서 압력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바보들의 역사는 돌고 돈다. 그래도 역사는 나아간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와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7일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나라 최초로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열었다. 활빈단 소속이라는 60대 남성이 "청계천 더럽히는 동성결혼 반대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무대에 난입했다. 적잖은 나이를 먹은 한 중년은 결혼식 도중 오물을 투척했다. 자신의 대변과 된장을 섞어 미리 맛을 봤다고 한다. 바보들의 행진이다. 그럼에도 결혼식은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마무리됐다.


'천안함 프로젝트'가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로부터 상영중단을 통보 받았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26일,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PPC-772천안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했던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다.좌초설, 좌초 후 충돌설 등 천안함 사건에 대한 다른 의문점을 집어보는 내용이다.


해군과 천안함 유족들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나 개봉 하루 전 법원에서 기각됐었다. 그럼에도 일부 단체들의 압력에 제대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메가박스는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급사와 협의 하에 부득이하게 상영을 취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메가박스는 당초 '천안함 프로젝트'를 1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하다 다양성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자 22개관으로 상영관을 늘렸다가 갑작스럽게 상영중단을 통보했다.


극장이 관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그런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 조치와 더불어 안전을 위협한 사람들을 공개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어야 했다. 메가박스는 그러나 침묵만 지키고 있다. 바보들의 역사다.


미친 세상에서 살다보니 미친 사람이 돼버린 걸까. 바보들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 그래도 역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다르다는 걸 점점 받아들이고 있다.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법원이 다른 주장을 담은 영화가 상영되는 게 당연하다고 결론 내린 것,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돌고 도는 바보들의 역사, 열심히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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